국감 기간 중 자녀 결혼식 비판하는 김장겸 의원 (서울=연합뉴스)
정치 공방에는 수많은 수가 오가지만, 상대를 단 하나의 수로 모든 퇴로를 차단하고 필패의 길로 몰아넣는 '가불기'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지금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바로 그 완벽한 정치적 함정에 걸려들었다. 숙적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던진 회심의 일격에, 그녀 앞에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가 되는 길과 '무능한 식물 위원장'이 되는 길, 두 가지의 파멸 시나리오만이 남았다. "양자역학"이라는 기묘한 주문으로도 이 필살기는 피할 수 없다.
첫 번째 선택지는 모든 것을 알고도 거짓말을 했다고 시인하는 길이다. 국회 예약을 본인이 직접 하고, 의원실을 통해 피감기관인 방통위에 화환까지 요구한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는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한 파렴치한 위선자가 된다. 국정감사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결백을 주장했던 모든 행동은 대국민 사기극이 되고, 그가 그토록 비난했던 이들의 행태를 자신은 더욱 교묘하게 저질렀다는 사실을 자백하는 꼴이다. 이는 정치적 생명이 끝나는 것은 물론, 인간적 신뢰마저 완전히 파산하는 길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선택지는 나은가. "정말 몰랐다. 딸이 내 아이디를 도용했고, 보좌진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길이다. 이 해명은 그를 위선자라는 오명에서는 벗어나게 해줄지 모른다. 하지만 대신 '꼭두각시' 혹은 '식물 위원장'이라는 치명적인 무능의 낙인을 찍는다. 자신의 아이디가 불법적으로 도용되는지도 모를 만큼 허술한 보안 의식, 의원실 직원이 위원장 몰래 피감기관에 부적절한 요구를 하는 것을 통제하지도 못하는 장악력 부재는 과방위원장으로서의 자격 미달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모든 책임을 어린 딸과 보좌진에게 떠넘기는 비겁한 리더라는 꼬리표가 추가된다.
이 절묘한 '가불기'를 설계한 이가 바로 자신이 쫓아냈던 이진숙이라는 사실은 이 비극의 화룡점정이다. 최민희는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휘둘렀던 칼이 완벽한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목에 겨눠지는, 가장 잔혹한 형태의 인과응보를 마주하고 있다. 그가 어떤 해명을 내놓든, 그것은 더 이상 변명이 아니라 자백이 될 뿐이다. 거짓을 택하면 도덕성이, 무능을 택하면 자격이 죽는다.
결국 최민희가 갇힌 이 함정은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이는 이재명 대표시절부터 이어온 민주당이 처한 '선택적 정의의 가불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신들의 허물에는 눈감고 상대의 티끌은 우주만큼 부풀리던 그들의 방식이, 이제는 어떤 변명을 해도 위선이 되고 어떤 침묵을 해도 비겁이 되는 외통수에 몰린 것이다. 최민희는 그저 가장 먼저 그 덫을 밟았을 뿐이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천박한 가벼움이 바로 이것이군요
감사합니다.
선택적 정의의 가불기라는 표현에 공감합니다.
그들의 내로남불 만방에 알려지길 바랍니다
최민희 치곤 분에 넘치는 권력을 맛보고 날뛰어 봤으니 내려오면 좋으련만 절대 안 하겠죠
"최민희가 갇힌 이 함정은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이는 이재명 대표시절부터 이어온 민주당이 처한 '선택적 정의의 가불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신들의 허물에는 눈감고 상대의 티끌은 우주만큼 부풀리던 그들의 방식........."
역겨운 그들만의 방식이 가불기를 만들어 냈으나, 그들은 또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뻔뻔함을 무기로 함정에서 빠져나오려 하겠지요.
생각 같아선 저들이 제일 먼저 드럼통에 들어가게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