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사설] 민주당, 범죄자에게 서사 부여하지 말라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5-10-21 16:39:41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청년 감금 사건은 단순한 '피해자 구출' 서사가 아니라, 보이스피싱 같은 파렴치한 범죄에 자발적으로 가담한 이들의 자업자득으로 끝나야 할 이야기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정치인들이 이 사건을 사회 구조적 문제로 물타기하며 범죄자들에게 '서사'를 부여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병주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글처럼, "청년들이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사회의 양극화와 기회 불평등을 들먹이며 범죄를 정당화하려는 태도는 위험하다. 박용진 의원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왜 범죄자를 '불운한 청년'으로 미화하려 애쓰는가? 이는 결국 예비 범죄자들에게 "사회 탓이니 네 선택은 이해할 만하다"는 용기를 주는 셈이다.



먼저, 사건의 본질을 직시하자. 캄보디아 교민 사회에 따르면, 이 청년들은 월 1000만~1500만원의 고수익을 미끼로 '텔레마케팅'에 자발적으로 뛰어들었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보이스피싱 같은 불법임을 눈치챘어야 할 제안이었다. 구출된 이들 중 일부는 온몸에 문신이 새겨진 인물로,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범죄 조직의 일원으로 보인다. 외교부조차 "상당수가 자발적 가담"이며 "국내 국민에 대한 잠재적 보이스피싱 가해자"라고 경고했다. 귀국 후 그들은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김병주 의원은 이를 '첩보작전 같은 영웅담'으로 포장하며 자화자찬했다. 교민 사회의 이창훈 대표는 "당신이 구출했다고 자화자찬한 그 청년은 구속을 해야 할 건인가?"라고 직격했다. 맞는 말이다. 범죄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범죄자일 뿐이다. 사회적 배경을 들어 그들의 선택을 합리화하는 순간, 법과 도덕의 경계가 흐려진다.


세상은 일자리가 없다고 해서 범죄로 뛰어드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한민국 청년층의 실업률이 높고, 비정규직과 빚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핑계로 해외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합류하는 건 극소수의 선택이다. 대다수 청년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정직하게 버티며, 교육과 취업 기회를 찾기 위해 애쓴다. 김병주 의원이 "국회의원, 장차관, 판검사, 의사의 자녀가 없다"고 지적하며 '기회의 양극화'를 탓하는 건, 범죄자들을 '사회 희생양'으로 둔갑시키는 억지다. 이는 오히려 성실한 청년들을 모욕하는 행위다. 왜냐하면, 일자리 없는 어려움이라는 '작은 공통점'으로 파렴치한 범죄자들과 같은 카테고리에 묶이는 걸 그들은 가장 싫어하기 때문이다. "나도 힘들지만, 그래도 범죄는 안 해"라는 자부심을 가진 2030세대에게 이런 서사는 역겹다.


민주당의 이런 스탠스는 정치적 계산착오다. 청년 문제를 이해한다며 범죄자들을 두둔하는 척하면 2030세대 표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착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청년들은 립서비스만 늘어놓는 정치인들을 '극혐'한다. 대안 하나 제대로 내놓지 않고, "사회 탓"으로 사건을 덮으려는 태도는 오히려 반감을 산다. 캄보디아 교민 사회의 분노처럼, 정부의 무능(전 정부 포함)이 문제의 뿌리라면,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외 취업 사기 경고 시스템 강화나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을 촉구하는 게 맞다. 그런데 김병주 의원은 교민 간담회조차 불참하고 '쇼맨십'에 치중했다. 이창훈 대표의 말처럼, "교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건 사회 전체의 정의를 훼손한다. 피해자 구제와 범죄자 처벌은 철저히 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인들이 '영웅 놀이'를 하며 사회 구조를 핑계 삼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청년 세대에게 진짜 필요한 건 공감이 아닌 기회다.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법의 심판을 받고, 성실한 청년들은 그들의 노력을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관련기사

프로필이미지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0-21 18:31:38

    왜 범죄자의 서사까지 이해해줘야 되는건지 모르겠어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1 18:12:20

    골 때려. 성실하게 범죄 안 저지르고 사는 사람둘을 죄악시하네. 빚 열심히 갚는 사람한테 이자 더 세게하고 대출 막아 사다리 걷어차고. 이걸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어떻게 봐야 하는거야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1 18:09:44

    열심히 사려는 사람한테는 사다리 걷어차고 범죄자는 순순한 피해자인척하네. 하긴 댓글도 얘들이 순진하게 돈 벌려고 들어갔다가 납치 당했다고 생각하더라. 세상 어디에 아무 기술도 없는 20대에게 월 천을 벌게 해주냐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1 17:48:53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범죄 가해자를 가난이나 질병으로 미화합니다
    마트에서 고기나 분유 훔치는 걸 선처하고 오히려 도와주려 한다는 거죠
    참 잘못된 현상이라 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이해불가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그 범죄자들이 개과천선 하는 것도 아니고 파파괴인 경우가 더 많죠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1 17:33:21

    어쩌다 정치권이 저런 범죄자들에 면죄부를 주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담하네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lrrp04712025-10-21 16:56:13

    잘 읽었습니다. 미약하나마 원고료 보냅니다.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미국이 대신 싸워주는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새해 벽두부터 한미 관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예정됐던 한미 FTA 회의는 돌연 취소됐다. 미국이 타국의 국내법에 이토록 즉각적이고 강경하게 반응하는 건 이례적이다.이유는 명확하다. 이 법이 겉으로는 ‘가짜 뉴스 근절’을 내...
  2. 진실게임 격화.... 쿠팡, "국정원 직원 3명 만나…강에서 증거 건지라 말해" 쿠팡은 최근 발표한 개인정보유출의 자체 조사 결과와 발표해 국가정보원의 협조에 따른 것이라고 31일 거듭 주장했다.이재걸 쿠팡 법무 담당 부사장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서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용의자를 접촉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질의에 "(국정원이) 12월 1일 처음 공문을 보내고, '국가..
  3. "이재명에게 보고됐다" 김현지의 음성, 그리고 피의자에게 돌아간 탄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구의원들로부터 공천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당시 이재명 당 대표실에 보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으로 은폐되었다는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확인됐다. 이수진 전 의원은 5일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김현지 당시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당시 보좌관)과의 통화 내...
  4. 전두환이 무덤에서 기립박수 칠 '민주당의 독재론' 2026년 새해 벽두, 여의도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들려왔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국민은 돈만 벌게 해주면 독재도 환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이 말을 듣는 순간, 연희동 어딘가에서 기립박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가 살아서 이 말을 들었다면 무릎을 치며 반겼을...
  5. [칼럼]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정치인들에게 '반(反)기업 정서'만큼 달콤한 마약은 없다. 거대하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공룡(대기업)'을 사냥하여 마을 사람들(소상공인)에게 고기를 나눠주겠다는 서사는 얼마나 매혹적인가. 지지자들에게는 정의 구현이라는 '도파민'을, 정치인에게는 표심이..
  6. [종합]이혜훈 '갑질'에 민주당 '폭발'… 사퇴론 들불처럼 이재명 정부가 '국민 통합'과 '경제 전문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후보자의 과거 '12·3 내란' 옹호 전력에 이어 인턴 직원을 향한 충격적인 폭언 녹취가 공개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선을 넘었다"는 비토론이 쇄도하고 있다. "너 아이큐 ..
  7. [칼럼] 대통령의 자격 국가 지도자의 자격은 어디서 오는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이전에, ‘우리가 누구이고, 적이 누구인가’를 구분하는 명징한 인식에서 온다. 그런데 2026년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의 입에서 그 인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발언이 나왔다.“우리가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 행위를 해서 그들이 불안해했을 것이다.”귀를 의심...
  8. 새미래민주당, 정당 최초 웹드라마 <강소의 기적, 새민상사> 제작 발표 새미래민주당(새민주)은 8일(목) 국회 소통관에서, 정당사 최초 정치풍자 웹드라마  제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일 오후 2시30분에는 서대문구에 위치한 소극장 '필름포럼'에서 시즌1을 공개하는 시사회도 예정되어 있다.웹드라마에서 '새민상사 대표'로 분한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이번 시도를 "대한민국 ...
  9. 김병기 고발만 11건, 서울경찰청 통합 수사 착수…가족까지 수사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이 경찰 수사로 간다. 서울경찰청은 31일, 김 전 원내대표와 관련된 고발 사건 11건 중 10건을 공공범죄수사대에 모아 통합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민주당 내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보좌진의 녹취록 등 구체적 증거가 쏟아지면서 사법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
  10. 베네수엘라 노벨 평화상 수상자 '마차도' "자유의 시간 도래했다"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가 미국의 베네수엘라 타격과 니콜라스 마두로(63) 대통령 부부 체포 조처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마차도는 3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한 성명에서 "베네수엘라에 자유의 시간이 도래했다!"라며 "우리는 질서를 세우고, 정치범을 석방.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