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공화국에서 법으로 보장된 임기는 공직자를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보호하고, 이를 통해 국가 기관의 안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패다. 그 방패가 합법적인 판결이 아닌, 입법이라는 이름의 불도저에 의해 산산조각 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사례는 이재명 정부 하에서 법치주의가 어떻게 시험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이다. 실패한 탄핵 시도에 이어, 표적이 된 인물을 몰아내기 위해 그가 속한 기관 전체를 해체해 버린 전대미문의 사건. 법으로 공직자를 제거할 수 없다면, 그가 속한 기관과 직위 자체를 법률로 없애버릴 수 있다는 파괴적인 선례를 만들었다.
이진숙 위원장을 축출하기 위한 첫 번째 시도는 탄핵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서 이 시도가 좌절되자, 9월 7일 방통위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개편안이 확정되었다.
여당은 17년 역사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폐지하고, 그 자리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를 신설하는 법안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이어진 것은 긴급체포.
이재명 정부는 혁명적인 통치 도구를 발명했다. 단순하고 효율적이다. 권력의 자리에 있는 누군가가 불편하다면, 기관을 없애버리면 그만이다.
16일 국감 언중인 함진규 도로교통공사 사장 (사진-연합뉴스)
여야는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고속도로 청소 미흡'을 지적한 것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내쫓으려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국감 본질과 무관한 정쟁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은 "대통령이 고속도로 쓰레기 문제를 언급한 이유는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 사퇴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은혜 의원도 "기관장 한 사람을 내쫓기 위해 멀쩡한 국가기관까지 들어내는 이 정부가 '도로공사 사장쯤이야'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9일 국무회의에서 "어느 나라에 가서 고속도로를 차 타고 지나가다 쓰레기가 너저분하게 널려 있으면 완전히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느냐. 경기지사 할 때 도로공사에 (고속도로) 청소하라니까 죽어도 안 하고 진짜 말을 안 듣더라"며 상시적인 고속도로 쓰레기 청소를 주문한 바 있다.
이제 민주당은 뭘 해야 할까? '대한민국 초고속도로 및 미래모빌리티청 설립에 관한 법률' 초안을 작성해야 한다. 법안의 서문은 인공지능 기반 교통 관리, 스마트 인프라 같은 멋진 말들로 채워지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천재성은 부칙의 단 한 줄에 담겨 있을 것이다. "새로운 청이 설립됨과 동시에 한국도로공사는 해산하며, 현직 임원 전원의 고용은 즉시 종료된다." 문제는 즉시 해결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학재 사장이 버티는가? 그렇다면 '동북아 미래항공 허브 및 복합도시 개발공사'을 설립해 그의 자리를 없애버리면 된다.
한국전력공사 김동철 사장이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맞지 않는다고? '국가 청정에너지 전환 및 전력망 혁신공사'를 만들어 날려라.
한국가스공사 최연혜 사장이 눈엣가시인가? '대한민국 탄소중립 가교에너지 관리원'을 출범시켜라.
국민건강보험공단 정일섭 이사장이 눈치가 없어? '전국민 보편의료 및 건강주권 실현공단'을 세워 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중원 원장? '의료비용 적정성 심사 및 공공의료 강화원'을 발족시켜라.
입법부라는 고무도장이 있는데, 법치주의가 다 무슨 소용인가?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나라꼬라지가 말이 아니네요 휴
범죄자 쓰레기 하나와 그 졸개들 170여 명이 나라를 어디까지 망칠 것인지.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미약하나마 원고료 보냅니다.
젠가 같다. 아래 놓인 거 빼서 위에 쌓는...
똑똑한 이재명이 윤석열보다 낫다는 댓글에..... 그래 똑똑은 하네. 사악하게 나라 망치는데 똑똑하네.
무엇이든 상상 이상 쓰레기네요.
진짜 맘에 안 들면 다 할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윤갑희님
아무래도 기막힌 작명실력으로 대통령께서
특별작명연구공사를 설립, 초대 사장으로
곁에 두실것 같사옵니다
그리고 이어서 [총선시 기호1번외 출마금지법] 입법 까지 막도장을 쓸셈 이지요 ㅉ
진짜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