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김현지 관련 기자회견하는 성남시의회 이덕수 시의원 (연합뉴스)
입으로만 ‘사람을 살린다’는 정치, 그 위선의 껍데기를 벗겨내야 한다. 어제, 국회 기자회견장에 선 이덕수 성남시의원은 그 말을 처절하게 부정해야 했다. 그에게 정치는 ‘사람을 죽이는 공작’이었다. 그리고 그 공작의 설계자로 지목된 이름, 김현지. 현재 대통령의 숨결이 닿는 가장 가까운 곳, 제1부속실장의 자리에 앉아있는 바로 그 인물이다.
12년 전의 낡은 필름을 되감아보자. 2013년 1월 6일 새벽, 3만 3천여 명의 성남시민은 잠결에 문자 한 통을 받는다. ‘충격, 성남 새누리당 성추행 이덕수’. 한 문장으로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싸구려지만 섬뜩할 만큼 효과적인 방식이다. 검찰은 이 문자가 당시 이재명 시장실 바로 옆 사무실, 김현지 사무국장의 컴퓨터에서 발송된 사실을 확인했다. 명백한 범죄다. 법원은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한 가정을 파탄 직전까지 몰고 간 대가로는 턱없이 가벼운 형량이다.
이것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었을까? 천만에. 이덕수 의원은 이 사건이 ‘김현지에 의해 철저하고 계획적으로 자행된 정치공작’이었다고 증언한다. 관변단체를 동원한 시위와 협박, 여성 회원을 앞세운 성추행 고소, 언론의 대서특필, 그리고 괴문자 발송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소름 끼치도록 정교하다. 심지어 이 의원은 "당시 동원된 다수의 인원으로부터 김현지가 시켰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이것은 깃털의 증언이다. 우리는 이제 몸통을 가리켜야 한다.
분노가 치미는 지점은 따로 있다. 이 모든 공작의 배후로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목하는 것은 성남시에서는 ‘상식’이었다는 증언이다. 실제로 이재명 시장은 시의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학업’ 따위의 핑계를 대며 단 한 번도 김현지를 출석시키지 않았다. 당시 김용을 비롯한 민주당 시의원들은 온몸으로 증인 채택을 막아섰다. 보라, 이 놀라운 복제품을. 12년 전 성남시의회의 풍경은 2025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재현되고 있지 않은가.
그림자는 결코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그림자는 주인을 닮고, 주인의 의지를 실행한다. 1998년 이재명 변호사가 만든 시민단체에 합류한 이래, 김현지는 단 한 번도 그를 떠나지 않았다. 시장 인수위 간사, 경기도청 비서관,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마침내 대통령실의 심장부까지. 그는 언제나 빛의 뒤편에 서서 여론을 움직이고 조직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허위사실 유포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정치공작 전문가’가 어떻게 대한민국 국정의 중추에 앉을 수 있는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이덕수 의원은 김현지가 찾아와 흘렸다는 ‘닭똥 같은 눈물’을 기억한다. 소송을 취하해달라며 잘못을 빌던 그 눈물은, 그러나 뒤돌아서자마자 증발해버리는 ‘악어의 눈물’이었다. 사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반성도, 책임도 없었다. 오직 더 큰 권력을 향한 집요한 행군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제 그 그림자는 국정 전반을 뒤덮는 괴물이 되려 한다. 백현동, 대장동, 증거인멸 교사, 국정 인사 개입 등 그를 둘러싼 의혹은 꼬리를 문다. 그럼에도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여전히 그를 철저히 비호하고 있다. 무엇이 두려운가. 김현지의 입이 열리는 순간, 그 모든 공작의 최종 설계자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인가.
이제 답해야 할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 본인이다. 3만 3천 건의 문자 발송 비용은 누구의 돈이었는가. 수만 명의 개인정보는 어떻게 손에 넣었는가. 그리고 이 모든 추악한 공작을, 최종적으로 누가 기획하고 지시했는가.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12년 묵은 진실의 조각들이 맞춰지고 있다. ‘정치공작 전문가’ 김현지는 즉각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국민 앞에 모든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매국노가 된 현지
계속 떠들어야겠네요.
이런일이 있었군요..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남시에 통하던게 국가에도 통할 일은 없을 거다.없어야 하고.
숨는 자가 범인
잘 읽었어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