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가 북한의 대규모 열병식 뉴스를 다루며 ‘이거 막을 수 있갔어?’라는 제목의 썸네일을 사용해 파문이 일고 있다.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공개하며 노골적으로 핵 위협 수위를 높인 엄중한 상황에서 나온 보도다.
사진 : MBC 북한 열병식 관련 보도 갈무리
썸네일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저게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화면이 맞나. 김정은이 내세운 ‘더 쎈 핵미사일’을 두고 희희낙락하며 '턱'이란 일종의 감탄사를 붙이고, ‘이거 막을 수 있겄어?’라며 우리 안보를 조롱하는 듯한 문구까지 달았다. 저 미사일이 겨누는 곳이 어디인가. 바로 우리 국민의 머리 위다.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적의 무력시위를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 혹은 철없는 유튜버의 ‘어그로’ 끌기처럼 다루는 것이 제정신인가.
MBC의 이런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우리 국군의 날 행사는 ‘군사독재의 향수’라며 폄훼하고, 북한 열병식은 ‘축제’인 양 미화했던 전력이 있다. 이번 썸네일은 그들의 비뚤어진 안보관과 대북 인식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아니 오히려 더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국가안보 사안을 가십거리로 전락시켜 국민의 경각심을 무디게 만드는 것은 방송의 희화화를 넘어선 이적(利敵)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공영방송의 일탈을 견제해야 할 정부의 태도다. 대통령실은 북한의 열병식을 두고 ‘내부 행사’라며 의미를 축소하기에 바쁘다. 러시아와 중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버젓이 참석해 북·중·러 군사 연대를 과시한 국제적 도발을 그저 ‘내부 행사’라고 치부하는 것은 안이함을 넘어 무책임한 것 아닌가. 지금 세계는 북한의 핵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연계된 현실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 북·중·러가 노골적으로 손잡고 자유 진영을 위협하는 신냉전 구도가 펼쳐지는데, 우리만 ‘내부 행사’라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서야 되겠나.
공영방송은 적의 위협을 희화화하고, 정부는 그 위협의 의미를 축소한다. 국가안보의 두 기둥인 ‘경각심’과 ‘대응 의지’가 동시에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시중에서는 “저러니 간첩 방송 소리를 듣는 것”이라는 격한 비판까지 나온다. 평화는 대화로 구걸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힘을 통한 평화’라는 기본 원칙을 망각한 방송과 정권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자격이 없다. 정신 나간 썸네일 하나가 우리 안보의 민낯을 처참하게 보여주고 있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헐
이네요.
엠비씨나 이제명 정부나
유유상종, 초록은 동색, 끼리끼리 도낀개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