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송언석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민생’을 외치며 대여 투쟁 노선 변경을 선언했던 국민의힘이 하루 만에 다시 강경 모드로 급선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법안을 단독 처리하자, ‘전면적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까지 꺼내 들며 맞불을 예고했다.
사건의 발단은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터졌다. 국민의힘이 ‘국회 증언·감정법’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한 사이, 민주당이 의사일정에 없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법 개정안’을 상정해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민주당이 처리한 온실가스법 개정안은 탄소 배출권 시장 참여자를 금융사 등으로 확대하고 시세조종 행위를 처벌하는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담고 있다. 법안 내용 자체는 쟁점이 크지 않으나, 국민의힘은 “교섭단체 간 합의된 안건만 처리한다는 상식을 파괴한 의회 폭거”라며 강력 반발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의회주의 정신을 파괴하고 힘으로 국회를 짓누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 역시 “기습 날치기 처리”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에 당내에서는 거대 여당의 ‘입법 독재’에 맞서기 위해 더욱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2일 본회의에 상정될 비쟁점 법안 60여 개 전체에 대해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강명구 조직부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극악무도함을 막으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며 전면 필리버스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당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모든 법안 처리를 지연시킬 경우,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과 함께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권영진 의원은 “합의된 민생 법안까지 필리버스터하는 것은 무리”라며 “인내심을 갖고 지혜롭게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월 국정감사가 야당의 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전면 필리버스터가 국감 일정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불과 하루 전 “민생의 최전선으로 달려가겠다”던 국민의힘 지도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여부는 지도부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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