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을 촉구하는 국회 국민청원이 동의자 수 3만 명을 넘어섰다. 본청원 개시 후 빠른 속도로 동의를 얻으며 최근 국회 청원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일부 라이더 커뮤니티의 요구를 넘어, 해묵은 교통 규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과거 수차례 유사한 시도가 있었으나, 이번처럼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참여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최근 국민청원중 가장 빠른 증가속도를 보여주고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 허용 청원 (국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러한 흐름에 배우 이훈이 동참하며 청원은 대중적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다. 1994년 MBC 드라마 '서울의 달'로 데뷔한 이훈은 이후 다수의 작품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다. 특히 그는 평소 모터사이클 애호가로 알려져 있어, 그의 청원 참여는 단순한 연예인의 지지 표명을 넘어 진정성을 더하고 있다. 그의 참여 이후 SNS 등지에서 청원 관련 언급이 급증하며 일반인의 관심이 커지는 효과를 낳았다.
배우이자 인디언 라이더인 이훈도 청원에 동참했다 (인스타그램 갓보스 갈무리)
온라인상의 동의는 오프라인의 조직적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라이더 카페, 용품점, 수리점 등 300여 곳 이상이 청원 홍보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업주와 방문객들은 자발적으로 포스터를 부착하고 주변에 참여를 독려 중이다. 또한, 라이더들이 사비를 모아 경품을 마련하고 '청원 인증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자생적인 캠페인 방식으로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
바이크 유튜버들도 청원확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빅스빅맨 유튜브 채널 갈무리)
청원의 법적, 논리적 근거로는 2008년 헌법재판소 결정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헌재는 도로교통법 제63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의 보충의견이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다. 두 재판관은 "전면적·일률적 통행금지는 잠정적으로 합헌"이라면서도, "주행성능과 안전성을 갖춘 이륜차에 대해 특정 구간의 통행을 허용하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청원 측은 이 보충의견을 근거로 '단계적 허용'이 위헌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청원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석모도 블랙바트 '강만장 사장님' (사진=팩트파인더 취재팀)
해외 사례 역시 전면 금지 규제의 불합리성을 뒷받침한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은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이륜차의 고속도로 및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허용한다. 일본은 125cc 초과 이륜차의 통행이 가능하며, 독일을 포함한 유럽 대다수 국가는 50cc 초과 이륜차부터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대만 역시 2012년부터 250cc 이상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등 단계적 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
라이더들이 주축이 되어 직접 경품까지 모아 이벤트를 준비중이다 (바튜매 카페 갈무리)
국회법상 국민청원은 30일 내 5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어 공식 안건으로 심사된다. 현재의 증가 추세라면 9월 말 또는 10월 초에 5만 명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라이더들의 자발적 참여와 사회적 관심이 수십 년간 유지된 낡은 규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입법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남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