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전 노예 계약’이라는 자극적인 프레임에 갇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정부와 여당은 웨스팅하우스와의 계약을 “매국적 합의”라 규정하며 국정조사까지 거론했고, 선동에 놀란 시장은 원전 관련주 폭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모든 소동은 무지 혹은 악의에 찬 정치적 연극에 가깝다. 이 계약은 족쇄일 수도 있으나, 하기에 따라서는 K-원전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멀쩡한 성남시에 모라토리엄 선언하며 촐싹대던 시장의 정권답다 (그래픽=가피우스)
자화자찬에서 책임 전가로, 촐싹거리는 이재명 정부
지난 6월, 체코 원전 수주가 확정되자 정부는 이를 대대적인 치적으로 홍보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의 첫 정상 통화에서 “원전 계약이 양국 경제협력 확대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힘을 실었고, 언론은 이를 ‘단순한 수주 외교를 넘어 산업·경제 외교의 출발점’이라며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1월에 이미 체결된 계약의 세부 조항이 8월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정부는 돌연 “굴욕적 노예 계약”이라며 경악하더니, 대통령실은 “국민 의구심을 해소하라”며 산업부에 진상 조사를 지시하는 촌극을 벌였다. 1월에 맺은 기업 간 비밀 합의의 내용을 8월이 되어서야 파악했다면 이는 국정 운영 능력의 심각한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고, 알고도 침묵했다면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어느 쪽이든 변명은 궁색하다.
하루 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주식 시장, 무엇을 보았나?
정부의 ‘노예 계약’ 프레임이 가동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8월 19일, 원전 대장주인 두산에너빌리티는 -8.6% 폭락했고, 한전KPS(-8.7%), 한전기술(-8.04%) 등 주요 종목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하지만 공포는 짧았다. 불과 이틀 뒤인 21일, 시장은 정부의 선동 너머에 있는 ‘진짜 기회’를 발견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7.14% 급등했고, 한전KPS는 +7.69%, 한전기술은 무려 +15.29% 폭등하며 폭락분을 모두 회복하고도 남을 만큼 맹렬하게 솟구쳤다. 하루 만에 투자자들의 태세 전환을 이끈 것은 무엇이었을까?
첫째, ‘팀 코러스(Team KORUS)’의 출현이다.
미국은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4배로 늘리는 ‘원자력 르네상스’를 선포했다. 하지만 원천 기술을 쥔 웨스팅하우스는 정작 원전을 지을 시공 및 제조 역량이 없는 ‘팹리스(fabless)’ 기업이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의 시공 능력을 갖췄다. 이번 계약은 한국의 북미·유럽 시장 ‘단독’ 진출을 막는 대신, 웨스팅하우스의 ‘필수 파트너’로서 수백조 원 규모의 미국 시장에 진입할 유일한 문을 열어젖힌 것이다. 이는 경쟁자를 협력자로 만드는 고도의 전략적 합의다.
둘째, 족쇄의 유효기간이다.
50년간의 족쇄는 정확히는 미국 기술에 뿌리를 둔 ‘과거형 기술’인 APR1400과 그 파생형에만 적용된다. 한국은 이미 웨스팅하우스의 IP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독자 노형 개발에 착수했다. 2022년부터 개발 중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는 물론, 소듐냉각고속로(SFR)와 같은 제4세대 원자로 개발에 수조 원을 투입하며 기술적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것은 영원한 노예 문서가 아니라, 기술적 독립을 쟁취하라는 값비싼 채찍질인 셈이다.
진짜 재앙은 ‘촐싹대는 기회주의’
이제 공은 다시 이재명 정부에게 돌아왔다. 이들은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체코 원전을 악마화하여 국익에 해를 끼치는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바꿔 ‘팀 코러스’의 성과를 자신의 공으로 포장할 것인가? 어느 쪽이든 이들의 촐싹대는 기회주의적 태도야말로 진짜 재앙이다. 국익의 백년대계를 놓고 벌이는 이 위험한 줄타기를 지켜보며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진짜 ‘노예 계약’은 체코원전이 아니라, 우리가 이 정부와 맺은 5년 짜리 계약은 아닐까.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2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좀 전에 한 말도 내가 언제 그랬냐는 인간이 대텅이니 이게 무슨꼴인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 정부 운영할 능력도 없는 인간이 촐싹거리기까지 하니 기업으로선 악재가 따로 없네요.
윤갑희 기자님 심혈을 기울인 기사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기사 잘읽었습니다
좋은 기사입니다. 몰랐던 내용이네요.
제목부터 기사내용 토씨 하나까지 모두 초초 공감합니다.
개딸들 원전 계약에 ㅈㄹㅇㅂ 하더니 어제부터 조용~~
하는 짓이 그 수괴와 같네요.
기사 내용 너무 좋았어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 우리가 지켜냅시다.
도대체 데텅량 그의 능력은 어디까지 일지...
나라 말아먹는 능력 최고의 데텅량
난 그 계약에 사인 안했지만 인정한다고 해도 1년 봅니다
기사 잘보고있습니다
과하게 촐싹대더니만..결국 도장을 찍은 건 이재명이니 책임을 져야죠
정부가 무슨 변검 배우들도 아니고 아침 저녁 말이 다 다르니 믿음이 안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중한 기사 감사합니다.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가피 화이팅!
기사 감사합니다.
역시 펙트파인더~~~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군요
진짜 노예계약은 50년짜리 체코원전이 아니라, 우리가 이재명 정부와 맺은 5년짜리 계약이 아닐까
성과 사유화 재앙 사회화가 리짜이밍의 만능 키
틈만 나면 모든 사안을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써먹으려는 저 촐싹 정부, 결국 자기 스스로 찍은 발등에 걸려 넘어질겁니다.
맞습니다. 우리의 공포는 촐싹정부와 맺은 계약입니다.
아~ ㅠㅠ 일부 경제지가 황색으로 촐싹 거리자 저그 통님은 발뺌이 작동하고 외국게사모펀드가 시장에 장난쳐 원전관련주 폭락을 불렀던 첫날 인데..이튿날 팀코러스 기대로 다 돌려졌슴!! 한국 경제지에 이 기자 처럼 통찰력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게 안타깝다 ㅠㅠ
우와~ 기자 이 양반 완전 원전 및 주식 전문가네. 대단 한데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