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인사하는 조국 전 대표 (서울=연합뉴스)
여러모로 참 우울한 광복절 아침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인물이 이 눅눅한 하루에 기어이 웃음을 선사했다. 바로 ‘코미디언 조국’의 화려한 컴백 무대 덕분이다. 그의 출소 일성을 지켜보며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이 사람, 작정하고 우리를 웃기려 하는 게 틀림없다.
이토록 유창한 달변가가 법정에서는 왜 그리 과묵했는지, 그것이 이 코미디의 핵심이다. 판사가 산더미 같은 증거를 들이밀 땐 묵비권을 행사하며 순교자처럼 입을 닫더니, 교도소 문 앞에 카메라가 보이자마자 봉인이라도 풀린 듯 ‘검찰 독재’와 ‘헌법적 결단’을 쏟아낸다. 오디션 장소를 단단히 착각한 배우다. 진짜 연기는 판사 앞에서 했어야지. 그때는 입이 없어서가 아니라, 할 말이 없어서 침묵했던 것 아닌가.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은 또 어떤가. 냉장고에서 곰팡이가 피다 못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직전인 식재료를 보며 ‘그래, 이걸로 오늘 스페셜 요리를!’이라고 외치는 배짱 두둑한 셰프의 결단과 무엇이 다른가.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만, 뒷감당은 셀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검찰 독재가 종식되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대목에 이르면 실소가 터져 나온다. 자신의 입시 비리 유죄 판결이 어쩌다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가 되었나. 이건 마치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된 자가 "오늘부로 나는 억압적인 교통법규에서 해방되었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그는 이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한다. 이 정치 시트콤 2시즌 방영 소식에 그의 팬클럽 ‘국민’들은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대다수의 ‘비국민’들은 조용히 채널을 돌릴 뿐이다.
결국 우울했던 광복절에 큰 웃음 준 조국 씨에게 감사라도 해야 할까. 글쎄, 진짜 억울한 건 따로 있다. 이 재미없는 코미디 쇼의 시청료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 바로 우리들이니까.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조국 문재인 이재명 지긋지긋하다
니 주두이 노려 이재명을 까기만 하면. 법학자가 법을 무시하네
국민이 자기를 위해 사는 줄 아는 선민의식에 빠진 인간입니다
공감합니다
저들은 신이 났는데 우리는 화가 나고요
조국네 일가 재심 들어가는가? 그래서 조국, 정경심, 딸, 아들 모두 원상 복구하는겨? 해보라고!
조철봉씨 약하네여. 더 분발 해줘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