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윤석열 탄핵이 어려워진 이유
  • 권순욱 편집인
  • 등록 2024-12-05 15:53:50
  • 수정 2024-12-05 19:55:42

  • 더불어민주당의 성급한 탄핵안 발의
  •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탄핵 반대 논거로 활용
  • 진상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

비상계엄. 군사독재의 트라우마가 짙게 드리운 단어다. 독재자의 상징처럼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밤 선택한 비상계엄은 독재자 선언이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윤 대통령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앞세워 툭하면 탄핵을 추진해 행정부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검사들을 탄핵하는 등 사법기능까지 뒤흔들어 윤 대통령을 화나게 한 부분은 심정적으로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맞대응 수단이 완전히 틀렸다. 대통령이 가진 권한으로는 입법독재에 맞서는 수단이 별로 없어서 찾은 게 비상계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위헌정당해산 심판 청구도 있다. 말이 안된다고? 민주당의 숱한 탄핵 발의는 말이 되는가? 대부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고 있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윤 대통령도 합헌적이고, 합법적 맞대응 수단을 활용해야 했었다.


비상계엄 사태는 6시간 만에 종료되었다. 이제 남은 건 책임이다. 잘못된 수단을 선택한 책임은 자진하야, 탄핵, 임기단축 개헌 후 퇴진 등이 있다. 윤 대통령은 어느 것도 받아들이지 않을게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과 야당들은 탄핵을 선택했다.


이재명의 성급한 축포


사법리스크에 시달리며 당선 무효의 시간을 기다리던 이재명 대표에게는 조기대선이 유일한 구명줄이다.(구명줄인지 아닌지도 사실 불명확하다. 법원이 법대로 처벌한다면 구명줄이 아니다) 당선무효형이 확정되기 전에 대통령에 당선되어 자신의 유죄를 무죄로 바꾸겠다는 계산이다. 그런 측면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내년 6월이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을 몰아내는 시간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탄핵의 최대 걸림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이 성급하게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번 탄핵소추의 최대 걸림돌은 역시 이재명 대표다.


당장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가 당선무효되기 전에는 탄핵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당론으로 탄핵 불가 입장을 정했다. 성급한 탄핵 추진이 국힘당의 결속을 불러왔다. 당장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헌, 위법이라고 선언했던 한동훈 국힘당 대표조차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거론하며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혔다.


2016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던 우상호 당시 원내대표도 이런 취지로 발언했다. 우 전 대표는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의원 중에도 속마음으로는 탄핵 사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도 이처럼 당론으로 묶어버리면 못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냥 발의만 해놓으면 압박인데, 그런 압박은 이겨낼 수 있다. 여당 의원 스스로 헌법 기관으로서 판단하게 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검사 탄핵하듯이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탈표 기대하기 힘들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2016년에 했듯이 국힘당 의원들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압박 작업을 하고 있다. 그 당시에는 보편적인 국민 여론에 동참하라는 의미에서 설득 작업이 일부 성과가 있었다.


2016년 11월 15일 박근혜 특검법을 발의할 당시 민주당의 물밑작업과 국민 여론의 힘으로 새누리당 의원 49명이 동참했다. 11월29일에는 새누리당 비주류와 비박계가 '조건없는 탄핵 동참'을 선언했다.  이를 기반으로 12월3일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탄핵 찬성 여론은 80%를 돌파했다. 광화문 광장 등 전국에서 223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12월8일 새누리당에서 무려 62명이 탄핵 찬성표를 던지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통과됐다.


2024년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이 무르익기도 전에 탄핵안을 발의했다. 더구나 윤 대통령 탄핵에 집중하기는커녕 감사원장과 검사들 탄핵안도 밀어부쳤다.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라는 의심을 가중시켰다. 이에 국힘당은 당론으로 탄핵 반대를 표명했다. 2016년과 같은 이탈표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 되었다.


2016년에는 문재인과 안철수

2024년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탄핵이 가결되면 반사이익을 얻는 정치인이 있기 마련이다. 2016년 당시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이 대표 주자로 있었다. 이들은 아무런 사법리스크도, 도덕적인 큰 결함도 없었다. 현직 대통령이 물러난 자리를 대신할만한 자격을 갖춘 정치인들이었다.


2024년 지금은 반사이익을 누리는 사람이 이재명 대표다.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는 이미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그것도 단순한 벌금형이 아닌 중형이라 할 수 있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외에도 수많은 재판이 진행중이고, 새로운 범죄혐의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2016년처럼 보편적인 애국심을 가진 시민들의 촛불을 기대할 수 있을까? 물론 당리당략을 떠나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대통령의 행위를 응징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찜찜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웃고 있는 얼굴을 보면 광장에 나갈 마음이 사라지는 시민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


감사원장 및 검사탄핵안 표결 하고 나오는 이재명 대표 (사진=연합뉴스)

탄핵소추안 발의는 성급했다. 최소한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어느 정도 진행하면서 보편적인 탄핵 찬성 여론을 끌어올리고, 동시에 국힘당 의원들을 상대로 물밑 설득작업을 진행하고 추진했어야 했다.


거기에다 탄핵소추를 핑계로 이재명 대표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특권을 누리려는 사고를 보여주었고, 조국 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대법원 판결 선고를 늦춰달라는 어이없는 요청까지 했다. 이렇게 탄핵을 추진하는 세력 스스로 정략적인 의도를 내비친 상황에서 223만명이 촛불을 들었던 2016년을 재현할 수 있을까? 탄핵 여론이 80%를 뚫을 수 있을까? 국힘당의 반란표를 기대할 수 있을까? 


힘들어보인다.

TAG

프로필이미지

권순욱 편집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1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yukjeong12024-12-08 21:22:11

    국민을 대표한다는 대표기관 꼬라지 하고는... mz세대들한테 뭐라하지 말아라. 나이먹고 저리 무능하고 답도없는것들한테서 뭘 배웠겠냐!

  • 프로필이미지
    sb1202072024-12-05 20:09:52

    어설프게 궁금했던 내용이 해소되었습니다.
    기사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handlsy022024-12-05 19:50:31

    기자님 기사 나이스하네요!!

  • 프로필이미지
    cafezuin2024-12-05 17:56:11

    성급한 축포, 탄핵의 걸림돌 훠우
    권순욱 스나이퍼 글 찰지고 맛있어 정말
    웰컴 백

  • 프로필이미지
    daryrun2024-12-05 17:10:12

    전과범 먼저 치우고 탄핵해도 늦지 않다...
    이미 일은 저질러 버렸고, 실패로 끝났고 그야말로 아무것도 못할 겁니다.
    아무리 윤대통령의 실정과 내란에 대한 분노는 치밀지만, 그날처럼 광화문에 나가진 않을 겁니다.
    이젠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방관자가 되려 합니다.
    기사 논리적이고 읽기에 어렵지 않아 좋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4-12-05 16:52:58

    탄핵 가결 안 되겠지만
    억조조만의 하나 탄핵 될까봐 염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재명 때문일 겁니다.
    이재명 정계 퇴출 전 윤석열 탄핵은 없어야만 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navybleu232024-12-05 16:41:09

    503때는 뒤이어 받을 사람이 문재인이라는 안정감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도 나왔던 거 같은데 지금은.......

  • 프로필이미지
    dovesei2024-12-05 16:39:55

    이 시국에 숨기지 못하고 삐져 나오는 천박 한 웃음..풀메이크업에 머리손질 속내가 드러나 보여 더 역겹고요
    네 맞아요 광화문광장 집에서 30분 거리지만  막산이 좋은 일 시키기 싫어 촛불 안나갈겁니다.

  • 프로필이미지
    sykimapp2024-12-05 16:38:09

    이재명은 尹탄핵의 목적이 자신의 방탄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임을 증명하면 된다. 모레 표결 있기 전에 국힘에 제안하라. "탄핵에 협조해 준다면 나는 당대표직, 의원직을 모두 사퇴하고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ㅋㅋ

  • 프로필이미지
    frame26782024-12-05 16:37:06

    우선 순위 전과4범 이재명 치우기부터라고 생각됩니다.
    더 악질이고 더 나쁘니까요.

  • 프로필이미지
    angel_10042024-12-05 16:31:34

    다들 탄핵 어려울거라고 전망하더라구요
    민심도  박근혜 국정농단때처럼  뜨겁지 않더라구요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현장] 이낙연 "현 정부, 계엄 청산 명분으로 민주주의 훼손"... 국가과제연구원 심포지움 개최 사단법인 국가과제연구원이 주최한 '위기의 민주주의: 현상과 대안' 연례 심포지움이 11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열렸다. 심포지움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 6개월을 평가하고, 한국 민주주의가 처한 현실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이낙연 국가과제연구원장은 현재 ...
  2. 대통령의 '무능 자백'이 가장 재미없는 뉴스가 된 나라 솔직히 말해서, 이재명 대통령은 천운을 타고났다.며칠 전 대한민국 국정 책임자가 부동산,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입으로 내뱉었다. 이건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승객을 태우고 바다 한가운데까지 배를 몰고 나온 선장이 "나 사실 운전할 줄 모른다"고 방송한 거나 다름없는 황당한 상황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광장이 뒤집어지고 지지율.
  3. 총구 앞 '화장' 논란과 4성 장군의 궤변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이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단장을 고소했다. 혐의 내용에 명예훼손과 함께 ‘성희롱’이 포함됐다. 김 전 단장이 성적 농담이라도 던진 줄 알았다. 내용을 보니 그게 아니다.김 전 단장은 계엄 당일 안 대변인이 계엄군의 총구를 잡고 실랑이를 벌인 장면에 대해 “미리 화장을 하고 연출한 것 아니냐&rdqu...
  4. 전병헌의 시일야방성대곡...."지식인조차 침묵해 구한말보다 암울" "지금 대한민국은 깊은 병리 현상에 빠져 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도 꺼지지 않던 양심의 목소리는 지금 어디 있는가."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시국을 구한말 '시일야방성통곡(是日也放聲痛哭)'의 상황에 빗대며 지식인 사회의 침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와 거대 여당의 사법부 무..
  5. 대통령 업무보고 감상문 "고작 그게 궁금합니까?" 직장 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어떤 분야든 고수(高手)는 질문의 수준만 봐도 상대의 내공을 단번에 간파한다. 진짜 전문가는 정답을 묻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핵심을 찌른다. 반면, 하수는 곁가지나 지엽적인 절차에 집착한다. 질문의 질(質)이 곧 그 사람의 그릇이다.이재명 대통령과 인천공..
  6. 한은, 대출채권 담보 긴급여신 도입 한국은행이 내년 1월부터 은행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담보로 긴급 자금을 빌려주기로 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관련 규정을 의결했다. 쉽게 말해, 은행이 돈이 급할 때 국공채 같은 우량 자산이 없으면 기업에 대출해 준 '장부'라도 들고 오라는 것이다. 그러면 한은이 돈을 찍어서 주겠다는 뜻이다.이것은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원칙을 ...
  7. 대통령의 '경제학'에 기업은 없는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겠다? "규정을 위반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겠다."대한민국 국정 최고 책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힘든, 실로 섬뜩한 일갈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특정 기업의 '파산'을 통치의 수단이자 목적으로 공공연히 언급했다. 그것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자리도 아닌, 기업의 규제 환경을 논하는 자...
  8. '통일교 의혹' 정동영·이종석, 논란 직후 2시간 '비밀 회동' 11일 저녁 호텔 중식당서 만남 포착... '말 맞추기' 의혹 증폭통일교 연루 의혹에 휩싸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의혹 제기 다음 날인 11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긴급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매일신문 단독 취재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중구의 한 호텔 중식당에서 만나 약 2시간 동안 머물렀...
  9. 전재수 통일교 까르띠에 시계 수령 의혹 '이런 것 받아도 되냐'라며 받아가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이 통일교 자금이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게 유입됐다는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내부 문건을 확보하고도 뒤늦게 사건을 경찰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특검은 최근 통일교 내부 문건인 '한학자 특별보고'에서 전재수 현 해양수산부 장관(전 의원)이 통일교 행..
  10. [김만흠] 내란죄 규명 빠진 내란 특검 종합보고?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조은석 내란특검이 6개월의 특검 활동을 마무리하며 15일 오늘 종합보고를 했다. 그런데 막상 내란특검이 내란죄 혐의에 대해 한마디도 규정하지 않았다. 2,900여자의 발표문에는 내란이라는 단어가 세 번 나오지만, 특검의 명칭에 쓰이고 나머지 두 번도 윤석열이 이른바 반국가세력을 내란행위로 규정했다는 의.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