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대변인과 마오닝 대변인 [외교부 제공]
9년 만에 한중 외교부 대변인이 서울에서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표면적으로는 소통 채널 복원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이재명 정부의 대중국 '저자세 외교' 기조 속에서 진행된 이번 만남은 그 내용을 들여다볼수록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특히 '전랑(늑대전사) 외교'의 상징적 인물인 마오닝 대변인을 환대하며 '긍정적 메시지'를 논의했다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교류 재개를 큰 성과인 양 포장하지만, 우리는 왜 이 교류가 9년간 끊겼는지 먼저 되물어야 한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가해온 무자비한 경제·문화 보복의 상처는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중국은 어떠한 외교적 명분도 없이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냐'는 식의 오만함으로 우리 기업과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이재명 정부는 이 뼈아픈 과거를 벌써 잊은 것인가. 중국의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 한마디 없이 재개된 만남이 과연 누구를 위한 소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표는 과거부터 "중국에 왜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谢谢)' 하면 된다"는 식의 발언으로 외교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드러내왔다. 이 위험한 인식은 야당 대표 시절,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에게 공개적으로 훈계를 듣는 외교 참사로 이어졌다. 당시 싱 대사는 이 대표를 관저로 불러들여 카메라 앞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사실상 대한민국 국민을 겁박했다. 그러면서 한국 내 반중 정서를 '일부 극우 인사'의 탓으로 돌리며, 우리 정부가 이들을 단속해야 한다는 식의 노골적인 내정간섭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런 굴욕을 겪고도 대통령이 된 지금, 그의 '실용 외교'라는 허울 좋은 구호 아래 대한민국 외교의 근간인 한미동맹은 흔들리고, 그 빈자리를 중국을 향한 '굴종적 외교'가 채우고 있다. 싱하이밍의 오만한 훈계를 받고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는지, 이제는 '전랑 외교'의 또 다른 첨병인 마오닝 대변인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주고 있다. 우리 정부가 정례 브리핑 현장까지 공개하며 마오닝을 극진히 대접하는 동안, 중국은 단 한 번도 공격적인 외교 기조를 바꾼 적이 없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만남이 10월 APEC 정상회의를 앞둔 '분위기 조성' 차원이라고 설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원칙과 국익, 국가의 자존심마저 내팽개치면서 얻는 '분위기'란 사상누각일 뿐이다. 싱하이밍에게 훈계를 듣고도 '셰셰'하는 외교가 과연 국민이 원하는 길인지, 이재명 정부는 답해야 한다. 이번 대변인 교류는 성과가 아니라, 대한민국 외교의 좌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위험한 신호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