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李대통령과 재판 분리 부당' 주장 일축…'사법 방탄' 시도에 제동
이재명 대통령의 '오른팔'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방패 삼아 자신의 재판을 중단하려는 시도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이 대통령 재판과 분리해 단독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정 전 실장 측의 주장을 일축하고,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헌법 84조에 따라 이 대통령의 재판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핵심 측근까지 그 '방탄' 효과를 누리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5일 대장동·성남FC 의혹 관련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실장의 재판에서 변호인 측의 재판 절차 정지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정 전 실장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모든 공소사실은 이 대통령이 가진 공적 권한과 직결되고 정진상은 보좌 역할"이라며 "수사의 출발부터 모든 증거들이 결국 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는 검찰이 두 사람을 '정치적 공동체'로 규정한 논리를 그대로 빌려온 것으로, '주범' 격인 이 대통령의 재판이 멈춘 상태에서 '공범'인 자신만 재판받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리다. 변호인은 "전체적 진실을 규명하려면 이재명 측의 적절한 반박과 탄핵이 함께 병행돼 이뤄져야 한다"며 "정진상의 재판절차 역시 정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출석하는 정진상 (사진=연합)
재판부는 단호했다
재판부는 "정진상의 경우 재판을 진행하기로 재판부에서 합의한 상태"라고 못 박았다. 검찰 역시 "공동피고인인 정진상에게는 재판을 중단할 법적 사유가 없다"며 "상급자인 정진상의 공모, 가담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문제 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정 전 실장 측의 주장이 예견된 수순이면서도 무리한 시도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의 재판은 지난 6월, 헌법 84조(대통령 불소추 특권)를 근거로 사실상 임기 내 중단이 결정됐다. 최근에는 이에 불복해 제기된 헌법소원마저 헌법재판소에서 모두 각하되면서, 이 대통령은 사실상 '사법 무풍지대'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전 실장 측은 바로 이 점을 파고들어 '대통령 없는 대장동 재판'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재판 지연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법원이 두 사람의 재판을 병합해 함께 심리하기로 했던 점을 고려하면, 대통령 당선이라는 변수가 사법 정의의 경로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몸통'으로 지목된 인물은 헌법 뒤에 섰고, '오른팔'은 그 그늘에 기대려 했으나 법원이 이를 허락하지 않은 셈이다.
결국 정 전 실장은 이 대통령 없이 홀로 법정에 서서 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다퉈야 할 처지에 놓였다. 향후 정 전 실장의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될 경우, 비록 대통령 본인의 재판은 멈춰있더라도 현직 대통령에게 가해지는 정치적·도의적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대통령 방탄' 논란이 측근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 사법 절차는 법리에 따라 계속 진행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