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국힘 당대표 선거를 보고 이재명이 춤이라도 추겠구나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8-10 21:44:34

기사수정
  • 이재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그의 정책이 아니라, 바로 국민의힘

상대 진영에 잠입해 교란 작전을 펼치는 스파이를 우리는 ‘엑스맨(X-man)’이라 부른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이재명과 민주당에게 이보다 더 헌신적인 엑스맨은 없어 보인다. 바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다. 그들은 야당의 탈을 썼을 뿐, 그 행적은 사실상 이재명 정권의 가장 유능한 조력자에 가깝다. '자책골'이라는 표현은 너무 온정적이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라 명백한 이적행위다.


당대표 토론을 보고있자니, 희망따윈 집어 던지는 게 나을 지경이다. 백 번 양보해서, 계엄을 옹호하고 ‘윤어게인’까지 외치는 그들의 논리가 처절한 신념의 발로라고 치자. 그렇다면 당신들이 해야할 일은 당대표 선출이 아니다.


그래픽 : 박주현 강한 적보다 무서운 건 멍청한 아군이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동의하지 않는 그 논리로 세상을 설득하려면, 최소한의 진정성은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정녕 그것이 자신들의 명운을 건 신념이라면, 당장 국회의원직이라도 전부 내던지고 국회를 해산시킨 뒤에라도 처절하게 그 이유를 설명하는 기개라도 보여야 설득의 실마리가 생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그런 결기는커녕, 원내대표란 인물은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우리 편 몇 명 포함해달라’는 구차한 문자나 보내는 게 고작이다. 심지어 집권당 대표는 정당 해산까지 운운하며 칼을 빼 드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다. 자신들의 철밥통과 특혜는 털끝 하나 양보하지 못하면서, 대체 누구를 설득하고 무엇을 지키겠다는 말인가. 이는 무능을 넘어선,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정치적 배임' 행위다. 위기에 빠진 상대에게 구명조끼를 던져주는 것도 모자라, 자기 배에 구멍을 뚫어 함께 침몰하기를 자처하는 꼴이다. 


결국은 그저 편하게 당대표를 차지하기 위해 자기 편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행태로는 희망이 생길리 없다.


이런 병리적 현상은 결코 우연이나 일회성이 아니다. 이회창 시대 이후, '강경함'이 '선명함'으로 오인되고, 논리 대신 목소리 큰 자가 주류가 되는 풍토가 당을 지배해왔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이재명 정부가 경제, 외교, 안보 모든 전선에서 연일 헛발질을 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어찌보면 반전을 꿈꿀 절호의 기회에, 국민의힘은 언제나 그랬듯 최악의 카드를 꺼내 들어 판을 뒤엎어 버린다. 이는 무능을 넘어선,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정치적 마조히즘'에 가깝다. 위기에 빠진 상대에게 구명조끼를 던져주는 것도 모자라, 자기 배에 구멍을 뚫어 함께 침몰하기를 자처하는 꼴이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이재명 정권을 심판할 것인가?"가 아니다. "과연 국민의힘에게 정권을 심판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가?"이다. 이재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그의 정책이나 비전이 아니다. 바로 국민의힘의 어리석음과, 그보다 더 혐오스러운 위선이다. 지금의 행태를 반복한다면, 국민의힘은 보수의 재건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완전한 소멸을 앞당기는 장의사(葬儀師)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선택지는 둘 뿐이다. 뼈를 깎는 것을 넘어, 존재의 이유부터 다시 증명해 보일 완전한 해체적 재창당을 하거나. 아니면 이재명 정권의 영구집권을 돕는 ‘공인 조력자’로 역사에 박제되거나.


원고료 납부하기
TAG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1 00:58:41

    저렇게 한심 무능한 집단에 더 무능하고 한심한 윤을 붙들고 읶으니 범죄자만 룰루랄라. 기사 감사합니다.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버닝썬 비서관이 괜찮다면 페미니즘도 말하지 마라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 중에 과거 버닝썬 사건의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했던 변호사 출신 인물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것도 공직자의 규율과 기강을 바로잡고 비리를 감찰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이라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018년에 드러난 ‘버닝썬 게이트’는 우리 사회의 여성...
  2. 협상 하루도 안돼 알려진 30분의 치욕 치욕의 청구서가 도착하고 하루가 지났다. 이제 양국 언론을 통해 그 ‘협상’의 후일담이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압축적인 묘사는 “펜도 필요 없었던 30분”이라는 트럼프의 만족감 섞인 회고일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 주권 일부가 대서양 너머로 이전되었다. 시장의 평가는 즉각적이었고, 계산은 정확했...
  3. 이재명에 환호했던 어떤 변호사의 일기 : 이재명에게 실망이다. 보도블록시장 시절 보도블록 한 장까지도 챙긴다던 그 호기로운 이미지는 허상이었나? 아니면 고작 보도블록이나 챙기는 정도의 그릇이었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자화자찬 했던 일은 갑자기 자기 밑에 직원이 자기 몰래 추진한거란다. 보도블록 챙기느라 바빴나? 도지사가 되어서도 자기가 손수 자리까지 만들어 ‘통일’부...
  4. 이재명 측근 김진욱, 국제마피아파와 연루 의혹 속 총리실 임명 철회 이재명 정부 '보은 인사' 논란 가속... 김진욱 임명 철회에 '버닝썬 변호사' 임명까지 겹쳐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진욱 씨가 국무총리실 정무협력비서관으로 임명된다 7일 국무총리실은 밝혔었다. 정무협력비서관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고위공무원 ‘나’급(2급) 직위다. '일신상의 이유'로 하루 만에 자진 철..
  5. 김건희특검의 ‘윤석열 속옷 브리핑’ 유감 두 번째 수감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내란 재판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김건희특검이 어제 오전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불응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특검은 기자들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이 "속옷 바람으로 누워 있었다"는 내용의 브리핑..
  6. 이재명 '광복절 야간 임명식'에 전병헌, '대관식 하냐' 직격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저녁, '대통령 국민 임명식'을 열겠다고 밝히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미 두 달 전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상황에서, 전례 없는 야간 행사를 강행하는 배경을 두고 야권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총공세를 폈다.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
  7. 범죄자들이 빛을 다시보는 날로 전락한 광복절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서 역병을 피해 성안에 숨은 프로스페로 대공과 귀족들은 외부 세계를 잊기로 선택한 자들이었다. 그들의 가면무도회는 현실로부터의 의도적인 도피였다. 하지만 2025년 대한민국의 80번째 광복절 풍경은 이보다 더 악랄하다. 여의도와 용산의 권력자들은 성벽 밖의 고통을 모르는 척하는 수준을 넘어, 바로 그 신음..
  8. 미리 쓰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선거 후기 오늘 오후,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대표가 선출되었다. 아니, 될 것이다. 기다렸다가 쓰면 되긴 하는데 그만 퇴근을 하고 싶다. 그래서 먼저 쓴다. 그냥 상상해서 쓴다. 결과는 놀랍지 않다. 이변은 없었고, 선거는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누가 봐도 김어준이 밀어주는 정청래와 이재명이 밀어주는 박찬대의 승부였다. 아니, 정확히는 김어준.
  9. 美 뉴욕타임스, 무안참사 2020년에 막을 수 있었다 무안참사, 2020년에 막을 수 있었다뉴욕타임스(NYT)가 파헤친 '죽음의 벽'지난 5일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무안공항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지목했다. "수십 년의 과오가 한국의 활주로 끝에 죽음의 벽을 세웠다"는 제목의 탐사보도를 통해, 이 구조물이 아니었다면 단순 활주로 이.
  10. 대통령 한마디에 기업 하나정도는 날아가는 나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경제상황을 상기해보자면, 대통령이 쇼인지, 진심인지 모를 칼을 꺼냈다. 기업이 이윤을 위해 안전을 소홀히 했다면, 그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은 살인과 다름없다는 서슬 퍼런 논리. 포스코이앤씨를 향해 ‘면허 취소’를 검토하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 든 지금, 그의 손에 들린 칼은 그 어느 때보다...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