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윤미향의 소녀상이 불편한 이유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5-08-10 21:06:40
  • 수정 2025-08-10 21:10:31

기사수정


차에 태운 소녀상 (윤미향 전 의원 페이스북 캡쳐)

이 사진을 보고 진한 감동을 받는 이도 있을 것이고 원인 모를 불편한 감정이 온 몸을 스멀스멀 덮은 분도 있을 것이다. 윤미향 전 의원이 10일 '평화의 소녀상'을 자신의 차에 태우고 광화문으로 향하는 장면, 또한 굳이 이 사진을 찍어 게시하는 의도, 본인의 비판자들에게는 호기롭게 "불쌍하다" 조롱하는 심성. 

이 모든건 그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어떻게 인식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섬뜩한 자기고백이다. 

'현실세계'의 법정에서는 몰라도 본인 '양심의 법정'에서는 꿈에도 잘못한 것이 없는 그의 세계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다. 그들은 윤미향이라는 존재를 지탱하기 위해 세 가지 역할로 존재하는 객체일 뿐이다.


'영원한 소녀'

윤미향에게 할머니들은 영원히 '소녀'여야 한다. 그들이 겪은 고통은 끔찍했지만, 그 '소녀성'은 운동의 동력을 극대화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소녀는 순수하고, 연약하며,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다. 이 프레임은 대중의 즉각적인 연민을 끌어낸다.

그러나 이 '소녀' 프레임은 동시에 피해자들의 주체성을 거세한다. 소녀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기보다 보호자의 인도를 따라야 한다. 윤미향은 이 '유일한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며 피해자들을 철저히 유아화했다.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거나, 윤미향의 방식에 이의를 제기할 때(이용수 할머니의 폭로처럼), 그것은 '보호자에 대한 배신' 혹은 '외부 세력의 농간'으로 치부되었다. 윤미향은 할머니들이 나이 든 현자가 아닌, 영원히 상처 입은 채 자신에게 의존하는 '소녀'로 남아있을 때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영원한 어머니'

동시에 윤미향은 피해자들을 자신의 '어머니'로 호명한다. 이는 한국 사회의 가장 신성한 관계인 모녀 관계를 끌어들여 자신의 활동에 신성불가침의 영역을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그는 자신을 어머니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는 '효녀'로 포지셔닝한다.

이 가족 관계 설정은 그의 탐욕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동했다. 공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할 후원금 관리가 사적인 '가족사'로 둔갑하는 순간, 도덕적 해이는 필연적이다.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조의금 명목으로 거액을 개인 계좌로 모금해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이 대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된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공금 횡령 이전에, '어머니의 돈은 곧 내 돈'이기에 양심에 조금도 거리낄 일이 없이 당당한 것이다. 자신을 욕하는 사람들이 '불쌍한 것'도 이런 이유다. 

너희들은 이런 어머니 없잖아.


그는 공적인 책무를 사적인 관계로 치환함으로써 감시와 비판을 회피했다. 그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곧 '병든 어머니를 돌보는 딸에 대한 패륜적 공격'이 된다. 이 전략은 매우 효과가 있어서, 지면을 빌어 그를 비판하는 나 역시 불편한 죄의식을 느낀다. 


'영원한 조각상'

살아있는 할머니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생존자들이 그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자, 윤미향의 집착은 '조각상'으로 향한다. 조각상은 말이 없다. 조각상은 배신하지 않으며, 그의 방식에 토를 달지 않는다. 그것은 윤미향이 원하는 대로 해석하고, 원하는 곳에 배치할 수 있는 완벽한 상징물이다.


그가 소녀상을 자신의 차에 태운 행위는 이러한 물신화의 정점이다. 그는 더 이상 살아있는 피해자들을 필요로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보장해 줄 '상징 권력'이며, 소녀상은 그 권력의 물리적 현현이다. 그는 소녀상을 소유함으로써 위안부 운동의 정통성이 자신에게 있음을 과시하려 한다.


이는 역사의 비극을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충족시키기 위한 무대 소품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다. 소녀상은 더 이상 피해자들의 고통을 기억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확정)을 받은 윤미향 개인을 보호하는 차갑고 단단한 갑옷이 되었다. 그는 조각상 옆에 앉음으로써 자신과 역사를 동일시하고, 자신의 몰락이 곧 역사의 후퇴라는 망상에 빠져있다.


기생적 관계의 종말을 고해야 할 때

소녀이자 어머니이자 조각상을 태우고 담요까지 덮어 차에 태워 콧노래를 부르며 운전했을 윤미향.

처음에는 그도 위안부 할머니를 향한 진정성으로 운동을 시작했으리라.

문제는 세월이다. 

돈도 되고, 소셜 포지션도 만들어주고, 정치인도 만들어 주고, 죄 짓고 사면도 받게 하고, 다가올 선거에선 다시 당선도 되게 해주고, 이에 대한 비판 마저 막아주는 만능방패가 되는 조각상을 모시고 그는 광화문으로 간다. 

한 사람의 가슴에 진정성만 남아 있기에는 너무 긴 세월이 흘렀다. 그가 더 뻔뻔해지지 않기만을 바라본다.

원고료 납부하기
관련기사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 기사에 9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1 00:08:18

    돈벌이와 명예,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한 눈물겹고 처절한 노력. 감탄스럽고 존경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0 23:50:29

    다 돈벌이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0 23:39:49

    저런 조각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자체가 우상숭배같은 느낌이네요 자신이 무슨일을 하고있는지도 모르는것같네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0 23:03:35

    ㅇㅁㅎ 하는 짓이 너무 역겹네요

  • 프로필이미지
    junes2025-08-10 22:38:15

    이게 무슨 기괴한 밥벌이인가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0 22:26:33

    돈이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는 않는 악마들이 정치를 하면 국민들 머리 위에서 세금 축내는 기생충이지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0 21:53:49

    정신착란자들...파시즘의 시대 ㅠ

  • 프로필이미지
    Jenny11272025-08-10 21:32:22

    저 인간도 좀 소시오패스 같아요...악령 깃든 일본 음습한 인형 보는 거 같은 느낌..어마어미한 돈미새구나 싶고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10 21:27:28

    소름끼치는 캐릭터입니다. 저런 creature가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다니다니 참담합니다.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버닝썬 비서관이 괜찮다면 페미니즘도 말하지 마라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 중에 과거 버닝썬 사건의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했던 변호사 출신 인물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것도 공직자의 규율과 기강을 바로잡고 비리를 감찰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이라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018년에 드러난 ‘버닝썬 게이트’는 우리 사회의 여성...
  2. 협상 하루도 안돼 알려진 30분의 치욕 치욕의 청구서가 도착하고 하루가 지났다. 이제 양국 언론을 통해 그 ‘협상’의 후일담이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압축적인 묘사는 “펜도 필요 없었던 30분”이라는 트럼프의 만족감 섞인 회고일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 주권 일부가 대서양 너머로 이전되었다. 시장의 평가는 즉각적이었고, 계산은 정확했...
  3. 이재명에 환호했던 어떤 변호사의 일기 : 이재명에게 실망이다. 보도블록시장 시절 보도블록 한 장까지도 챙긴다던 그 호기로운 이미지는 허상이었나? 아니면 고작 보도블록이나 챙기는 정도의 그릇이었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자화자찬 했던 일은 갑자기 자기 밑에 직원이 자기 몰래 추진한거란다. 보도블록 챙기느라 바빴나? 도지사가 되어서도 자기가 손수 자리까지 만들어 ‘통일’부...
  4. 이재명 측근 김진욱, 국제마피아파와 연루 의혹 속 총리실 임명 철회 이재명 정부 '보은 인사' 논란 가속... 김진욱 임명 철회에 '버닝썬 변호사' 임명까지 겹쳐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진욱 씨가 국무총리실 정무협력비서관으로 임명된다 7일 국무총리실은 밝혔었다. 정무협력비서관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고위공무원 ‘나’급(2급) 직위다. '일신상의 이유'로 하루 만에 자진 철..
  5. 김건희특검의 ‘윤석열 속옷 브리핑’ 유감 두 번째 수감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내란 재판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김건희특검이 어제 오전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불응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특검은 기자들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이 "속옷 바람으로 누워 있었다"는 내용의 브리핑..
  6. 이재명 '광복절 야간 임명식'에 전병헌, '대관식 하냐' 직격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저녁, '대통령 국민 임명식'을 열겠다고 밝히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미 두 달 전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상황에서, 전례 없는 야간 행사를 강행하는 배경을 두고 야권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총공세를 폈다.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
  7. 범죄자들이 빛을 다시보는 날로 전락한 광복절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서 역병을 피해 성안에 숨은 프로스페로 대공과 귀족들은 외부 세계를 잊기로 선택한 자들이었다. 그들의 가면무도회는 현실로부터의 의도적인 도피였다. 하지만 2025년 대한민국의 80번째 광복절 풍경은 이보다 더 악랄하다. 여의도와 용산의 권력자들은 성벽 밖의 고통을 모르는 척하는 수준을 넘어, 바로 그 신음..
  8. 미리 쓰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선거 후기 오늘 오후,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대표가 선출되었다. 아니, 될 것이다. 기다렸다가 쓰면 되긴 하는데 그만 퇴근을 하고 싶다. 그래서 먼저 쓴다. 그냥 상상해서 쓴다. 결과는 놀랍지 않다. 이변은 없었고, 선거는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누가 봐도 김어준이 밀어주는 정청래와 이재명이 밀어주는 박찬대의 승부였다. 아니, 정확히는 김어준.
  9. 美 뉴욕타임스, 무안참사 2020년에 막을 수 있었다 무안참사, 2020년에 막을 수 있었다뉴욕타임스(NYT)가 파헤친 '죽음의 벽'지난 5일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무안공항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지목했다. "수십 년의 과오가 한국의 활주로 끝에 죽음의 벽을 세웠다"는 제목의 탐사보도를 통해, 이 구조물이 아니었다면 단순 활주로 이.
  10. 대통령 한마디에 기업 하나정도는 날아가는 나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경제상황을 상기해보자면, 대통령이 쇼인지, 진심인지 모를 칼을 꺼냈다. 기업이 이윤을 위해 안전을 소홀히 했다면, 그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은 살인과 다름없다는 서슬 퍼런 논리. 포스코이앤씨를 향해 ‘면허 취소’를 검토하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 든 지금, 그의 손에 들린 칼은 그 어느 때보다...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