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취재뒷담] 젠지가 세상을 구했다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4-12-15 10:32:25
  • 수정 2024-12-15 12:40:58

기사수정


프사 다 바꿔!를 거부한 민주당 홍보비서들

탄핵이슈 때문에 묻힌 감이 있긴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홍보업무 담당 비서 수십명의 공동성명이 있었다. 


이들은 민주당 의원실 소속의 홍보업무를 전담하는 비서들로, SNS와 숏폼 영상들을 만드는 당내에서도 가장 창의적인 직군에 속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의 납득되지 않고 비효율적인 SNS 홍보 업무 지시를 규탄합니다."라며 전례없이 강한 어조의 성명을 내놨다.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계엄 이후,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점차 당의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인 업무 지시가 과중되며 현재 홍보 담당 보좌진들이 격무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불만은 '일방향적인 컨텐츠 업로드와 생산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카톡 및 주요 SNS 프로필 일괄 변경

▲탄핵 표결까지 남은 시간을 안내하는 웹자보 정시 업로드

▲의원실별 1일 1개 숏츠 제작 및 인증 


이들은 "지금 시국에 '이런 방식의 홍보가 도대체 무슨 효과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성적이 아닌 정량적인 과제에 거부감이 들 법도 하며, 집단주의적인 느낌을 들게 하는 '카톡 및 주요 SNS 프로필' 변경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당무감사에 위 활동을 반영한다는 점에 이르면 거부감이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조직의 목표를 위해 구성원들이 프사(프로필 사진)을 바꾸는게 그렇게까지 질색할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필자는 며칠 전 모 은행에 다니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통화 연결음이 대출 등 안내가 담긴 커머셜 메시지였다. '참 먹고 살기 힘들구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이게 조직이지'하며 이해가 가기도 했던 터였다. 


그래, 대체 당에서 어떤 '프사'를 요구했기에 그렇게 질색을 하는걸까 싶어 찾아봤다. 


... 그만 보자 (사진=독자제공)

아... 이건 좀.


젊은 비서들과 당직자들은 윗 줄의 발랄해 보이는 프사들과 아랫줄의 선동성 강한 프사들 중 뭐가 더 부끄러웠을까?

아마 단연 윗 줄의 프사들이라 생각한다. 아랫줄의 선동형 프사들은 친구들이 '아, 당에서 시켜서 하는구나'라고 이해(?)해줄 것 같은데, 윗 줄은 친구들이 '어머! 네가 만든거야? ㅎㅎㅎ 잘 만들었네~ 탄핵에 진심인가봐~ 화이팅~' 등의 격려라도 받을 느낌이다. 


어찌되었건 이런 비상시국에 상부의 명령에 태업이나 거부를 한 것은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으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데, 이와 비슷한 일은 이번 비상계엄군의 행동에서도 드러난다.

국회에 투입되었던 제1공수특전여단·제707특수임무단, 수도방위사령부 제35특수임무대대 등으로 구성된 계엄군은 국회의사당 유리를 깨며 진입했지만 그거 전부였다. 국회의원들이 국회 담을 넘어 입장하는 것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야당 대변인이 총부리를 빼앗아 흔들었지만 그저 자리를 벗어날 뿐 시민들과 어떤 충돌도 일으키지 않았다. 

방첩사 부대원들도 선관위에 출동해 '서버 확보'를 지시받았만 일부 부대원들은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 시간을 끌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들은 물론 선관위에서 빈 손으로 나왔다. 

지난 1980년 광주에서의 계엄군이 잘못된 지시임을 알면서도 무자비한 진압 지시를 따랐던 것은 군이 '집단사고'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4년 '전혀 새로운 세대'인 젠지 게엄군들의 '개인적 사고'는 '집단사고'의 작동을 막았다.
김용현 국방부장관이나 윤 대통령이 '특수부대원들이 명령을 거부한다'라는 가정을 조금이라도 가졌겠는가? 수직적인 집단사고에 익숙한 그들의 비상계엄은 그래서 실패했다.


비상계엄이 있기 전 민주당은 수차례 돈과 조직력을 영끌해 탄핵집회를 추진했지만 도저히 일반 시민들이 참여해주지 않아 집회에서 손 털고 나오기로 작정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비상계엄이 일어나자 들불처럼 거리에 쏟아져 나온 것도 바로 저 젠지세대이다. 

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났다는 저 세대, 앞으로도 기성세대와 수 많은 갈등이 있겠지만 함께 일하는 법을 서로 배워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나라를 구한 세대니까. 

민주당도 제발 정신차려 더 이상 홍보의 일방화·정량화를 강요하지 않기 바란다. 유능한 크리에이터들의 능력이 발휘되지 못해 결국 당 대표 입에서 나온 듯한 소구력도 없는 메시지가 매일 SNS와 유튜브로 뿌려지고 있지 않은가?


어느날, 젠지세대 홍보비서들이 당신들의 말을 너무 잘 듣고 있는 날이 왔다면, 기뻐하지 않기 바란다. 그것은 그들이 태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 당 홍보의 창의력과 설득력은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원고료 납부하기
TAG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4-12-15 12:21:03

    더불어민주당 홍보업무 담당 비서 수십명?
    수십명이 뭘 하길래 SNS.공계가 그 꼴인 건지 이해가 안 감.
    이제명 홍보 비서인가?
    예전에 비해 엄청 후져서 안구테러까지 하는 건 사실.
    심지어 더민주의 정체성도 안 보임.

    무엇이 됐든 내 눈엔 그다지인 그들이 공동 성명서를 냈다니
    당 운영방식에 문제점이 드러난 거겠지.

  • 프로필이미지
    frame26782024-12-15 11:31:54

    민주당 홍보 업무 비서??????????
    범죄자가 그기 있는 한...........

    탄핵 집회에 참여한 젠지세대
    탄핵이 나라를 구한 일일까요?

    더 중요한 일이 남았네요.

    이재명 구속을 외칠 때입니다.

    이재명 구속 집회 들불처럼 일어나길 기대.
    그래야 탄핵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나와 가족과 사회와 국가를 지키는 너무도 중요한 일.
    전과4범 구속. 실형 선고.

  • 프로필이미지
    whjjsh772024-12-15 11:05:16

    아니 민주당에 이런 팁을 알려주면 어떡해요.  ㅋㅋㅋ  그러나 충고를 들을리 없는 민주당이라 다행.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버닝썬 비서관이 괜찮다면 페미니즘도 말하지 마라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 중에 과거 버닝썬 사건의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했던 변호사 출신 인물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것도 공직자의 규율과 기강을 바로잡고 비리를 감찰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이라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018년에 드러난 ‘버닝썬 게이트’는 우리 사회의 여성...
  2. 협상 하루도 안돼 알려진 30분의 치욕 치욕의 청구서가 도착하고 하루가 지났다. 이제 양국 언론을 통해 그 ‘협상’의 후일담이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압축적인 묘사는 “펜도 필요 없었던 30분”이라는 트럼프의 만족감 섞인 회고일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 주권 일부가 대서양 너머로 이전되었다. 시장의 평가는 즉각적이었고, 계산은 정확했...
  3. 이재명에 환호했던 어떤 변호사의 일기 : 이재명에게 실망이다. 보도블록시장 시절 보도블록 한 장까지도 챙긴다던 그 호기로운 이미지는 허상이었나? 아니면 고작 보도블록이나 챙기는 정도의 그릇이었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자화자찬 했던 일은 갑자기 자기 밑에 직원이 자기 몰래 추진한거란다. 보도블록 챙기느라 바빴나? 도지사가 되어서도 자기가 손수 자리까지 만들어 ‘통일’부...
  4. 이재명 측근 김진욱, 국제마피아파와 연루 의혹 속 총리실 임명 철회 이재명 정부 '보은 인사' 논란 가속... 김진욱 임명 철회에 '버닝썬 변호사' 임명까지 겹쳐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진욱 씨가 국무총리실 정무협력비서관으로 임명된다 7일 국무총리실은 밝혔었다. 정무협력비서관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고위공무원 ‘나’급(2급) 직위다. '일신상의 이유'로 하루 만에 자진 철..
  5. 김건희특검의 ‘윤석열 속옷 브리핑’ 유감 두 번째 수감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내란 재판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김건희특검이 어제 오전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불응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특검은 기자들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이 "속옷 바람으로 누워 있었다"는 내용의 브리핑..
  6. 이재명 '광복절 야간 임명식'에 전병헌, '대관식 하냐' 직격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저녁, '대통령 국민 임명식'을 열겠다고 밝히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미 두 달 전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상황에서, 전례 없는 야간 행사를 강행하는 배경을 두고 야권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총공세를 폈다.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
  7. 범죄자들이 빛을 다시보는 날로 전락한 광복절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서 역병을 피해 성안에 숨은 프로스페로 대공과 귀족들은 외부 세계를 잊기로 선택한 자들이었다. 그들의 가면무도회는 현실로부터의 의도적인 도피였다. 하지만 2025년 대한민국의 80번째 광복절 풍경은 이보다 더 악랄하다. 여의도와 용산의 권력자들은 성벽 밖의 고통을 모르는 척하는 수준을 넘어, 바로 그 신음..
  8. 美 뉴욕타임스, 무안참사 2020년에 막을 수 있었다 무안참사, 2020년에 막을 수 있었다뉴욕타임스(NYT)가 파헤친 '죽음의 벽'지난 5일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무안공항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지목했다. "수십 년의 과오가 한국의 활주로 끝에 죽음의 벽을 세웠다"는 제목의 탐사보도를 통해, 이 구조물이 아니었다면 단순 활주로 이.
  9. 미리 쓰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선거 후기 오늘 오후,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대표가 선출되었다. 아니, 될 것이다. 기다렸다가 쓰면 되긴 하는데 그만 퇴근을 하고 싶다. 그래서 먼저 쓴다. 그냥 상상해서 쓴다. 결과는 놀랍지 않다. 이변은 없었고, 선거는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누가 봐도 김어준이 밀어주는 정청래와 이재명이 밀어주는 박찬대의 승부였다. 아니, 정확히는 김어준.
  10. 대통령 한마디에 기업 하나정도는 날아가는 나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경제상황을 상기해보자면, 대통령이 쇼인지, 진심인지 모를 칼을 꺼냈다. 기업이 이윤을 위해 안전을 소홀히 했다면, 그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은 살인과 다름없다는 서슬 퍼런 논리. 포스코이앤씨를 향해 ‘면허 취소’를 검토하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 든 지금, 그의 손에 들린 칼은 그 어느 때보다...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