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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간 이어진 박신혜의 보복 폭행, 이대로 괜찮다 (‘지옥판사’)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4-09-25 12:59:29
  • 수정 2024-09-25 16: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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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라는 매체의 15분간 이어진 박신혜의 보복 폭행, 이대로 괜찮은 걸까(‘지옥판사’) (클릭) 라는 기사가 소셜미디어에서 시끄럽다.


정덕현 칼럼니스트는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가 보여주는 판타지 세계관이 매우 맘에 안 들었던 것 같다. 

교제폭력을 저지르고 벌금형을 받은 후 또 다시 피해여성을 찾아가 폭행을 저지른 남성을 직접 처단한 강빛나(박신혜 분) 판사의 사적 제재에 칼럼니스트는 불편함을 털어놓는다.


SBS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SBS 홈페이지 캡쳐)정덕현은 이러한 사적 복수를 담은 컨텐츠의 증가를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로 단정한다. 이러한 컨텐츠는 폭력의 자극을 강하게 하고 피해자의 입장은 소외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법 현실에 개선의 여지조차 찾지 않는 포기 정서가 담기는 것은 위태롭다고도 진단한다.

그는 이러한 판타지 드라마의 사이다 중독은 더 큰 갈증을 유발한다며 결론을 낸다.


정덕현의 칼럼에 일부 동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의 역할을 과잉설정한 것은 정덕현의 오류다. 

40분 드라마에서 법 현실의 개선을 말할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30분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 10분은 법조인들이 나와 토론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사적 복수 판타지 드라마가 고자극을 통해 시청률을 올리려는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거대자본이 투입되어 만드는 드라마가 시청률을 높이려는 의도는 상수로 놓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안에서 각 드라마들이 갖는 미덕을 찾고 악덕은 비판하는 것이 평론의 영역이다. 

'지옥판사'가 갖는 미덕은 범죄와 형량이 갖는 불균형에 대해 사회적인 환기를 하는 것이고, 그 불균형이 또 다시 재범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모순을 고발하는 것이다. 

시청자가 그 과정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죄악시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드라마의 법칙이고, 상수다. 


사적 복수의 자극이 피해자의 입장을 소외 시킨다는 주장은 요령부득이다. 끔찍한 폭행을 당하는 피해자의 입장이 무엇이겠는가. 가해자가 사법시스템을 통해 충분히 단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어떻게든 개선하는 것이 피해자의 입장인 것은 불문가지다. 대체 어떤 피해자의 철학적인 입장을 드라마에서 찾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판타지 드라마의 사이다 중독은 더 큰 갈증을 유발한다는 우려는 드라마의 역할을 시시청률과 도파민을 주고 받는 간단한 등식으로만 보는 오류이다.

자극의 강도는 어차피 방송 윤리시스템이 상한선을 강제하고 있으며, 지나친 자극은 심리적 방어기재에 의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시청자가 외면하게 된다. 

대신 교제 폭력 등 사법 시스템의 미약한 처벌에 대한 문제의식은 사회를 직접 변화시킬 수 있는 임계점을 뚫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드라마 ER은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다루었으며 미국 의료법안인 'Needlestick Safety and Prevention Act'에 영향을 미쳤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는 장애인 성폭행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국회에서 일명 '도가니법'(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의 입법에 직접적 영향을 줬다. 이 법을 통해 장애인과 13세 미만의 아동을 성폭행했을 경우 7년, 10년으로 형량을 대폭 늘렸으며, 무기징역까지 범위를 넓혔다. 또한 장애인 여성·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행범죄의 공소시효도 폐지했으며, 장애인 보호·교육 시설의 장(長)이나 직원이 장애인을 성폭행하면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형이 가중되도록 했다.

공지영 작가 원작 소설로 영화화된 '도가니'

이제 정덕현 칼럼니스트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답을 해보자. 

15분간 이어진 박신혜의 보복 폭행, 이대로 괜찮은 걸까? 

폭력의 수위는 방송국 자체 심의위의 권고에 따르고, 그보다는 교제폭력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는 사법시스템에 대해 더 이야기 해보자. 


괜찮다. 

괜찮으니 온에어 된 것이다.


덧) 이 드라마를 보며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면, 드라마의 연출 목적이야 '고자극의 시청률 경쟁의 산물'일지 몰라도 그 역할을 다 한 것이다. 이 드라마 이전에는 교제폭력에 대한 숱한 기사를 봐도 불편함을 그리 못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드라마가 주는 불편함이 바로 사법시스템에 대한 경종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그런 기사가 그리 많았는지 궁금하다면 뉴스포털에 '여자친구', 혹은 '안 만나준다고' 라는 단어로 검색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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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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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ily192024-09-27 17:33:20

    더글로리 학폭 문제도 시스템 안에서 해결이 안 되니 사적 복수하는 내용인데 많이 다른가요? 그건 시원하고 이건 불편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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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9-25 22:21:40

    지옥판사 내용과 상관 없이 사이다 드라마의 증가가 피해자를 소외시킨다는 저 기사의 글엔 전 동감합니다 
    드라마로 가볍게든 잔인하게든 진지하게든 많이 소비하고 보면서 분노하지만 막상 그러면서 실제 피해에 대해서는 점점 무뎌지고 관심도 줄어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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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9-25 21:55:03

    드라마는 안 보고 그 부분 영상만 봤지만 이런게 고자극이라기엔 글에 쓰신대로 성별만 바꿔 매일같이 뉴스에 나오는 얘기고 직접 겪어내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들에겐 별 거 아니라더니 갑자기 불편해지는 이유가 뭘까요?
    프레임메이커 늘 균형잡힌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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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4-09-25 15:02:07

    피해자가 2차, 3차 피해를 계속해서 당하면서도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세태 아닙니까?  폭력 등장 드라마 좋아하지는 않지만 저는 메시지를 보았습니다. 윤기자님의 칼럼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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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9-25 14:01:47

    어쩜 이렇게 시의적절한 기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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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9-25 14:00:29

    폭력이 과하긴 했어요.
    하지만 칼럼 내용에 동의합니다.
    드라마에서도 그러죠.
    1년 후엔?
    둘의 문제인데 공권력이 어쩌고...
    현실에서 입법부가 사법부가 안일하니
    그걸 꼬집는 것이고
    현실은 더 심한 경우도 많지요.
    꼭 현실에서 합당한 처벌을 받는 법이 정립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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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9-25 13:13:58

    재밌게 보는 드라마 데이트폭력에 너무 관대한 현실을 꼬집는 드라마. 이별통보한 상대의 가족과 여성을 37번 찔러 살해한 어떤 범죄자의 조카가 떠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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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zongal22024-09-25 13:05:35

    기자님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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