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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앗, 찾았다! '계엄론'과 '반국가단체론'의 근거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4-09-05 17:33:34
  • 수정 2024-11-24 09: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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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메이커=윤갑희 기자]



계엄령이라는 유령이 정가를 떠돌고 있다.

느닷없이 등장한 계엄령논란은 작금의 한국정치의 맥락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을 유치뽕짝이 점령하고 있다. (graphic by gapius) 

"네가 고등학교 동창을 군 요직에 심은 걸 보니 계엄령 선포할거지?"

"내가 탄핵하면 네가 계엄령 선포할거지?"

"네가 반국가세력 운운하는걸 보니 계엄령 선포할거지?"

"장성들이 나무위키 관리를 하는 걸 보니 계엄령 선포할거지?(읭?)"

"계엄령 선포하면 야당이 해제요구할 수 있으니 야당 국회의원 체포할거지?"


"꿍꼬또 계엄 꿍꼬또" (사진=연합) 

여당은 야당 대표 유죄 나오면 불복하기 위한 탄핵 빌드업이라고 주장하고, 

야당은 탄핵 되면 계엄령 선포를 위한 빌드업이라 주장한다. 

탄핵과 계엄령. 

87년 체제 이후 여야가 이토록 유치하게 서로의 물건(?)을 과시한 일이 있나 싶다.


민주당의 정성호 의원은 여론이 싸해지자 '정치인이 이런 얘기도 못하냐'며 슬쩍 물러났다.

느닷없이 계엄령, 혹은 친위쿠데타의 주범으로 몰린 여당은 즉시 반격에 나선다.


발언하는 한동훈 대표 (사진=연합)

한동훈 대표는 “제가 모르고 김민석 의원이 아는 정보를 공개해달라”며 계엄령 의혹에 대한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탄핵의 근거를 대는 대신, 이재명의 복심인 정성호의 입을 통해 "윤 대통령도 지난 8.15 경축사 때 반국가세력이 있다고 말했다. 반국가 세력이 있다면 국가보안법 위반인데 조사하고 있냐. 근거가 있냐"로 받아쳤다.


정리를 해보면 계엄령론도 반국가세력론도 서로 근거를 못대고 있다는 것 아니겠나?

답답한 나머지 프레임메이커가 두가지 근거를 다 대보겠다.



우리의 반국가세력 소리를 찾아서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에서 나왔습니다! 지금 즉시 하던 업무를 멈추고 컴퓨터에서 손 떼세요!"

"뭐야! 당신들! 여기가 어디라고 반제국주의의 끄나풀들이 발을 들여!"

쿠당탕...쾅쾅..


이 소리는 8월 30일 종로에 있는 민중민주당 당사에서 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국가보안법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는 소리입니다.


경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민중민주당 압수수색 (사진=연합)

자, 여기 민주당이 요구한 반국가세력 근거가 나왔다.

아, '민중민주당'이 뭐냐고? 

2001년 '군자산의 약속'을 따라 NL 분파들이 조직적으로 민주노동당에 가입할 때 이들도 합류했는데, 통진당 해산 후 민주당과 동맹을 맺은 NL주류 '진보당'계열과 다른 길을 가는 세력으로 이들의 성향은... 다음과 같다.


(사진=민중민주당 홈페이지 갈무리)

민중민주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 기사는 김정은의 발걸음과 말씀, 재해현장을 찾아 따뜻하고 영웅적인 행보를 보여주심, 조선중앙통신의 말씀들 요약... 뭐 이런 내용이다. 

굳이 찾아보시지는 마시라. 눈 썩는다. 


반국가세력에 대한 이야기는 한 10년은 연재해야 될 정도로 방대하니, 그냥 이 정도에서 결론 내리고 넘어가자. 

'반국가세력은, 있다.'



우리의 계엄 소리를 찾아서 


대체 계엄론의 근거는 뭐야?

계엄론의 근거를 밝혀내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다. 

계엄 두 글자가 지면을 지배하던 시절은 박근혜 탄핵 당시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 의혹과 관련, 2019년 유시민이 황교안을 거론하며 설전이 붙었던 때가 마지막이다. 


 당시 계엄령 문건을 황교안이 알았어도 문제고 몰랐어도 문제라며 깐족대던 유시민 (사진=유튜브 알릴레오 캡쳐)

그 이후에는 계엄령이라는 공포의 단어는 지면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년 후인 2024년 1월 11일, '부산촛불행동'이라는 시민단체가 성명을 발표한다. 


전략....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이 호언장담한 과반의 국회 의석 달성은 요원할 뿐이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검찰에서 인생을 호의호식하며 살아온 윤석열 정권의 선택지는 역대 수구 정권들이 해왔듯 반북 색깔 논리를 이용해 국민의 의식을 호도하고 계엄령과 같은 통제 상황을 연출하는 그것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반북 색깔 논리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남북 간에 국지전과 같은 실제 전쟁 위기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후략 


윤석열이 총선에 패배할 것 같으니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지전을 벌인다는 이야기다. 총선을 참으로 절실한 마음으로 임하다보니 이런 생각에까지 이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해당 성명은 대한민국 유일하게 자주시보만 기사화해주었다. 


부산시민촛불의 성명을 보도해 준 자주시보 (사진=자주시보 캡쳐) 


그로부터 2개월 후 이번에는 '국민주권당'의 논평에서도 계엄론과 국지전이 다시 등장한다. 

'윤석열, 총선판 뒤엎기 위해 충격적 사건 낼 수 있다 - 3가지 가능성'이라는 왕년 운동권 리더의 서신 같은 느낌의 이 글은, 총선 3주 전에 국힘당이 선거결과를 뒤집기 위하여 3가지 시도를 할 것이라는 묵시록인 것이다. 


1. 부정선거

북한 해킹으로 위장하여 선거조작을 한다는 것이다. 

(왕년 김어준이 많이 써먹던 레퍼토리이다.)


2.충격적인 사건조작 

한동훈 테러(이건 이재명 레퍼토리인데?)를 예언했다. 

박근혜 탄핵되면 계엄령 생각까지 했던 자들이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3.국지전 

윤석열이 군사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랑 선거 앞두고 거래하는건 요즘은 민주당인데?)


독자 여러분, 웃느라 침 흘리시는 것 같은데, 침은 닦고 계속 읽어주시라. 



국민주권당은... NL 분파는 너무 많아 다 알려 들면 머리에 쥐가 납니다. (사진=국민주권당 홈페이지 캡쳐)

이들 주사파들이 떠드는 것이야 못 본 척 넘어간다 해도, 중요한 것은 이것을 누가 제도권 정치로 유통 시켰냐는 것이다. 


김민석이다. 김민석은 지난 8월 21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탄핵 국면에 대비한 계엄령 빌드업 불장난을 포기하기 바란다”며  “집권 경험이 있는 수권정당 민주당의 정보력을 무시하지 마라” 

그렇다면 김민석의 정보는 또 어디서 나왔다는 말인가? 

이재명의 '보이는 손'으로 수석최고위원이 된 김민석인만큼 결코 허튼 소리는 아닐 것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민주당의 캐치프레이즈가 빛난다. (사진=연합뉴스)

형제는 용감하였다


참고로 김민석의 친 형은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다. 김민웅 대표는 지금도 매주 활발하게 윤석열 탄핵집회를 하며 탄핵 자금 5억원을 목표로 시민들에게 모금중이다.

김민웅 대표는 작년 12월에 창당한 국민주권당의 창당대회에 참석해 "촛불을 든 국민들이 정치 한복판에 담대하게 들어섰다. 촛불혁명은 이렇게 힘차게 진화해내고 있다"라는 축사를 하기도 하는 등 국민주권당과는 각별한 사이다. 

또한 총선을 앞둔 23년 11월에는 국민주권당과 함께 '윤석열 탄핵 범국민운동본부'를 발족시키기도 했으며 올 2월에는 윤미향, 황운하 의원 등과 함께 국민주권당이 포함된 '촛불대행진'을 결의하기도 했다. 


부산시민 촛불의 외로운 '계엄령론'이 자주시보, 국민주권당을 통해 퍼진 이후 지금은 김민석과 이재명을 통해 제도권 정치에 유통이 되었다.

이제는 앞서 거론된 단체, 정당은 물론 민중민주당까지 주거니 받거니 한 목소리로 판을 키우고 있다.



이제는 계엄론이 당당한 주류의 이론이 되었다. 자주시보에서 더불어민주당까지 한 목소리! (사진=자주시보 홈페이지 캡쳐) 


앞서 지금의 '반국가세력론'과 '계엄론'에는 한국정치의 유치한 맥락이 압축되어 있다고 적었다.

서로가 근거를 제시하라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이 글을 통해 근거가 일부라도 밝혀졌기를 바라며 양당은 유치한 싸움을 멈추고 민생에 전념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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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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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gel_10042024-09-05 19:23:22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건지....    여당이나 야당이나 나라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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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bloofhell2024-09-05 19:06:25

    압도적인 국회의석수를 가지고 있어도 고작 한다는 전략이 계엄령 공포라니 정말 너무 유치하고 창피해서 제가다 쥐구멍에 숨고 싶어질 지경입니다. 곧 있을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이 두 개나 있고 많은 사람들은 유죄 그것도 최소 집유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런지 지금 이런 웃지못할 상황은 아마도 공포에 질려있는 이재명 대표와 그에게 인생을 올인한 사람들 소위 개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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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tnthebst2024-09-05 19:05:01

    악화가 양화를 완전히 구축했습니다.
    이런 비정상, 몰상식, 불공정, 부패와 비리를 바로 세우려면 얼마나 많은 수고와 비용이 들까요?
    아득하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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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ame26782024-09-05 19:04:51

    그동안 성남 시장 도전부터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권력 잡기 위해 움직여 거대 야당 대표 자리까지 차지하고 있는데 이번엔 계엄령 선동으로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 걸까요?
    이미 전과자에 진행형 범죄 혐의를 가지고도 범죄자는 "합니다." 슬로건으로 어디까지 나쁜 목적을 이룰 지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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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4-09-05 18:38:15

    에혀~정치권이 깨끗한 적이 있었겠냐만, 요즘은 거의 똥통 수준입니다, 그려. 제정신인 사람이 있긴 한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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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12342024-09-05 18:16:48

    이런 저런 망상 수준에 있을 소재가 어떤 성향의 시보인지 모르지만 기사 나오고, 정치계 통해 국민에게 확실하게 확산 시키는 형태로 보인다.
    이건 단절된 종교집단이 지나가는 행인 붙잡고 지구 종말한다고 하던 것과 비슷한 느낌.
    속된말로 야당 좀 걱정 됨. 개별적인 생각보다 일치적인 생각 단결하다 보면, 좀 심하게 말하면 집단적으로 과잉 몰입 이상하게 보인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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