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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작아지는 정치인들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4-09-02 16:07:28
  • 수정 2024-11-24 09: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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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왜 이렇게 작아졌을까?

애나 어른이나 싸울 때 유치한 것은 매한가지다.

그러나 어른은 좀 더 어른스럽게 싸움으로써 그 유치함의 본질을 가리려고 노력한다.

있는대로 감정을 다 드러내면 시간이 흘러 뱉은 말과 행동을 다 수습하기 어렵고, 어른의 싸움은 집안의 싸움이 되고 마을의 싸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영향을 가진 정치인들이 이렇게 대놓고 애처럼 싸우면 정말 곤란하다.

정치인의 싸움이 사사로울 때 국가적인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언제부터 정치인들이 이렇게 작아졌나? 

야당은 야당대로 대표 사법리스크 방어한다고 쉼 없이 검사탄핵과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리고, 대통령은 전직대통령 망신주기 수사로 실정에 대해 방어를 해보려 한다.

야당대표가 면전에서 여당대표나 대통령에 망신을 주면 그들은 돌아가서 더욱 가열차게 야당대표를 헐뜯는다. 인사청문회라도 보면 일부러 해당 부처를 완전히 망할 수 있는 인사만을 잘도 찾아내 임명하고, 야당 역시 해당 인사의 인생 전체를 털어 억까질을 시전한다.

만나서 상대를 망신주려함이 분명한 영수회담 타령도, 그렇다고 야당대표를 무작정 도망만 다니는 대통령도 모두 한숨을 자아내게 한다.

여당 대표는 대통령에 상의 한 마디 없이 엇나가고, 대통령은 어떻게든 여당 대표를 이겨보려 한다.

바보들끼리 누가 옳은지 언론지면을 통해 국민에게 묻는데, 국민은 이제 최선을 다해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다. 


대표 취임 시 당연히 전달되어야 하는 축하난은 야당의 졸렬함에 허공을 떠돈다.  기다렸다는 듯 해당 사실은 즉각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실시간으로 진실공방과 책임공방이 펼쳐진다. 


오늘 2일에는 심지어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을 선언했다. 87년 민주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요즘은 이 '처음 있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져, 정치의 금도라는 것이 너무도 쉽게 깨어진다.

당대표 연임이라는 '처음 있는 일'도 불과 지난 달에 벌어졌다.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불참에 그럴듯한 명분이라도 있나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나서 대통령을 초대하는 것이 맞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누군가의 편을 들어주고 옳고그름을 판정할 수 있겠는가.

마치 국민들이 '네가 먼저 잘못했으니 이번엔 내가 더 잘못할래'라는 바보 오디션의 심사위원이 된 것 같다.

왜 그러냐 물으신다면.

사람은 다 비슷한건데 요즘 정치인들이 더 잘아졌냐 물으신다면.

정치인과 유권자의 관계 변화다. 중도층이 좁아졌고, 중도를 가장한 채 어느 방향으론가는 분노의 프로파간다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정치인이 각자 지지세력과 직접 소통한다. 지지세력은 너무나 디테일하게 세분화된 플랫폼에만 모여있고 정보는 원하는 것만 소화한다. 지지세력간의 소통, 아고라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이들은 서로의 규모를 내세울 뿐 더 이상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 머릿수라는 진실을 다는 저울이 있어 편하다.

정치인들은 이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직접 인지하고 바로 바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 정적들에게 유치한(혹은 알기쉬운) 행동을 할 수록 지지자들로부터 인센티브를 받아 챙긴다.


그 옛날 고리타분한 삼김시대의 정치인들은 어쩌면 유권자라는 존재가 흐릿하고 모호하고 알기 어려워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류의 말을 뱉으며 조금은 더 조심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싸우려다가도 자신들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속마음이 알쏭달쏭해 가끔 싸움을 멈추고 최소한의 할 도리는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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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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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9-02 22:27:05

    국민과 더 가까워지고 원활히 소통하는 것이 과해서 오히려 독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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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9-02 21:13:16

    지지자들은 유투버 선동꾼에 휘둘리고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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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rbteap2024-09-02 17:47:33

    진심으로 애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은지 묻고 싶습니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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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9-02 17:23:51

    정치인 다운 정치인을 찾기 힘든 지금. 이런 기사 쓰는 기자도 없음. 진정한 정치인은 프레임 씌워 매장하려는데 일조하는 언론들이 문제!
    이렇게 좋은 기사 써 주시는 기자님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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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de07242024-09-02 16:38:59

    우리 정치에 보고 배울만한 어른이 많이 안 계시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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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4-09-02 16:31:21

    "정치인과 유권자의 관계 변화:" 가 상식과 선의에 기반헤 선순환하는 시기가 오긴 올까요? 괄목상대할 바른 정치 지도자가 최고 권력의 자리에서 본보기를 보인다면 조금이나마 정화될 수 있으려나요? 지금의 정치, 혼탁하고 유치하고 희망이 없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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