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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유치한 축하 난 공방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4-08-22 11:57:20
  • 수정 2024-11-24 09: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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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취임 나흘째를 맞은 22일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 난(蘭)은 아직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이러한 사소한 문제조차 풀지 못하는 정치권에 과연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이 답답하고 짜증나는 축하 난 진실공방의 타임라인을 훑어보자.




22년 8월 30일 이재명 당대표 취임 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축하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jtbc유튜브 갈무리)

8월 19일 대통령실 입장 : 이 대표 취임 당일. 

"아침부터 정무수석이 이재명 신임 대표에게 대통령 명의 축하 난을 전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주지 않았다"며 "오늘은 일단 (전달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8월 19일 민주당 입장 :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정무수석의 이 대표 예방 일자와 관련해 조율 중이었으며, 축하 난 전달과 관련해서는 어떤 대화도 나눈 바 없다"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이 언론에 전달한 축하난 관련 입장


8월 20일 대통령실 입장 :  "축하난 전달을 위해 수차례 연락했던 과정을 알고 있을 민주당 측에서 억지스럽게 책임전가를 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


8월 21일 대통령실 입장 : “더 이상 축하난과 관련된 언급은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 얘기하지 않을 것”




진실공방 자체가 유치한 일이지만 일단 벌어진 공방 이라면 그 진실을 따져보자.


먼저, 대통령실이 언론에 그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었을까?


축하 난 시비 자체가 대통령실의 언론공개로 촉발된 만큼, 이 부분은 중요하다. 

대통령실은 원내 정당의 신임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하루 이틀 사이 대통령 축하 난을 전달하는 관례가 있다. 건국 이래 대통령실과 야당의 관계가 좋았던 때가 얼마나 있었겠나. 그럼에도 정쟁은 정쟁대로 하되,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왔던 것이다. 대통령실의 관계자는 제1야당의 당대표가 선출되었으므로 본인이 해야 할 업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민주당측에서 연락을 안 받는 방식으로 해당 업무가 지연된다면 '대통령이 옹졸하게 제1야당 대표 선출에 축하 난을 안 보낸 것'이 되므로 이 사태의 원인이 받지 않는 쪽에 있음을 알려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 



연락했다 VS 못받았다, 무엇이 사실?


대통령실은 여러 차례 연락을 했으나 응답을 못받았다는 것이 최초 대통령실의 문제제기였다. 이에 민주당 공보국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응수했다. 

"민주당은 정무수석 예방 일자와 관련해서 조율중이었으며 축하난 전달과 관련한 어떠한 대화도 나눈 바 없습니다."라는 입장이었는데, 대통령실에서 '축하 난'을 전달하기 위해 연락한 사람은 '정무수석 예방 조율중인 실무자'가 아니라 이해식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이었던 것이다. 전화는 받지 않았고, 문자를 보내도 콜백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비서실장에게 축하 난 전달을 위해 연락한 것이고, 이에 민주당은 '정무수석 예방 조율 때 축하 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동문서답을 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해식 비서실장이 바빠서 전화를 못받았고, 문자 조차 못 봤다고 선해를 하면 되는 일이다. 공보국은 언론에 대통령실 입장이 등장하자 상황파악이 안 된 상황에서 급하게 입장을 내느라 실수했다, 까지 선해를 해보자. 


문제는 이미 언론이 떠들썩 하게 공방이 일어난 상황에서 이해식 비서실장도, 민주당 공보국도 오해를 풀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강성지지자들의 분노감정을 즐기고 싶기라도 하는 것일까?

심지어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무수석실 직원들을 비롯해 비서관급에서도 민주당 대표실에 여러 차례 연락을 했지만 닿지 않았다고 한다. 이정도 되면 선해가 불가한 상황으로, 축하 난에 대한 연락은 누구도 받지 말라는 당 차원의 지시가 있었음을 넉넉히 의심할 만 하다. 


사건의 본질, 첫번째 : 정무수석 예방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정무수석 예방 일자 조율' 때 '축하 난 얘기 못들었다'고 말하고, 대통령실은 왜 '정무수석 예방 일자 조율'과 '축하 난'전달의 소통을 분리했던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정무수석 예방'과 '축하 난'전달은 원래 한 세트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 원내정당의 대표가 선출되면 정무수석이 축하 난을 들고 예방한다. 정무수석 예방 날짜를 조율하면 축하 난 전달을 따로 논의할 필요 조차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당이 정무수석 예방 날짜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의 말 그대로를 옮기자면, “날짜를 잡을 테니 기다려달라고 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이 대표는 개혁신당과 조국신당 대표를 국회에서 예방했다. 고의로 정무수석의예방 날짜를 기약없이 미뤄가며 무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는 왜 정무수석과의 만남을 미룰까?


사건의 본질, 두번째 : 영수회담 


그 단서는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20일 국회 브리핑에서 엿볼 수 있다.  

"대통령실이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며 "영수회담이 민생 회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생각하면 매우 실망스럽고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결국 영수회담을 걸고 어깃장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영수회담은 선택이요, 정무수석 예방은 필수이다. 선택에 불과한 이재명의 일방적 욕망을 위해 한국정치의 오랜 관례인 정무수석 예방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본질, 세번째 : 유치함과 졸렬함이 사이다가 되는 진영정치 



이런 유치한 공방은 지난 5월에도 있었다. 22대 국회 개원 직후 윤 대통령 명의의 축하 난을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거부한 것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옹졸한 정치”라고 했고, 조국혁신당은 “대통령실은 조국혁신당에 만남이나 대화를 제안한 적도 없으면서 형식적으로 난만 보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조국혁신당 역시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위해 축하 난을 거부했고, 당원 지지자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이념과 정책을 놓고 정치권이 격렬하게 다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싸우지 않기 위해 에티켓이 존재하는 것이다. 정치인이 에티켓을 무시하여 진영을 향해 치어리딩 하는 정치. 정치가 스스로 자정하지 못하니 사법을 통해 정화되기만 기다리는 국민들의 마음은 씁쓸하다.


덧 ) 그런데 대체 대통령은 뭣땜에 그렇게 보고 싶어할까? 그분이 날 보셨어! 하고 싶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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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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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ve08242024-08-22 17:41:05

    동네 통장도 해서는 안될 인간이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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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ezoo2024-08-22 17:03:49

    한가하네요.
    민생은 없고 정쟁만 남은 정치판, 역겹습니다.
    조국의 선인장도 우습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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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rbteap2024-08-22 13:11:53

    상대 당의 "축하"난조차 품지 못하는 옹졸한 자들이 국민을 통합시키고 국민 모두를 위한 정책을 실행할 턱이 없죠. 애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은지 한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난이 무슨 죄라고 받은 후에도 수모를 겪게 하는 짓거리들도 역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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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urquoimoi2024-08-22 12:42:26

    양쪽 다 유치하고 한심하기 그지없네요.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잉여력 넘쳐나는지 에너지 낭비 경쟁 중. 가피 기자님 시의 적절하고 재치 있는 정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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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n6er2024-08-22 12:15:46

    축하난 가지고도 거짓말로 거부하면서 만나자고 하다니 저같아도 만나기 싫을듯요
    쇼를 그럴듯하게 하는것도 아니고 진짜 유치해서 못봐주겠어요
    뭐 이런것마저 편들어주며 응원하는 지지자들도 답답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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