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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들이 빛을 다시보는 날로 전락한 광복절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8-09 08:11:37
  • 수정 2025-08-09 11: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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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년 광복역사의 뺨을 후려친 그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서 역병을 피해 성안에 숨은 프로스페로 대공과 귀족들은 외부 세계를 잊기로 선택한 자들이었다. 그들의 가면무도회는 현실로부터의 의도적인 도피였다. 하지만 2025년 대한민국의 80번째 광복절 풍경은 이보다 더 악랄하다. 여의도와 용산의 권력자들은 성벽 밖의 고통을 모르는 척하는 수준을 넘어, 바로 그 신음을 자신들의 잔치를 위한 배경음악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그래픽 : 박주현 광복절. 선조들이 이런 광경을 지켜보며 광복이라 여길까 궁금해진다.

이 잔치의 이름은 ‘광복절 특별사면’이지만, 그것은 단지 1부 순서일 뿐이다. 진짜 메인 이벤트는 범죄자들의 죄를 씻어준 뒤, 스스로 지존의 위치 올라갔음을 선포하는 ‘임명식’이라는 2부 행사다. 그리고 그 총연출가 이재명의 얼굴에선 어떤 부끄러움도 실종되었다. 가계부채 2000조시대, 지난 분기에만 5만 곳이 넘는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절규하는 ‘경제적 붉은 죽음’이 창궐하는데, 그는 자기편의 미래를 챙기고, 스스로의 존엄을 위한 임명식을 기획하며 ‘국민 통합’이라는 얇은 가면 뒤에 숨어있다. 이것은 무능이 아니다. 이것은 오만이며, 국민에 대한 지독한 경멸이다. 


이 추악한 무도회의 중앙에는, 단연 두 명의 스타 춤꾼이 있다. 먼저 조국. 그의 딸 조민이 걸어온 길을 보라. 한영외고는 ‘정원 외 귀국자 전형’으로, 고려대는 수능 점수 없이 서류로만 뽑는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부산대 의전원은 의대 입시의 핵심인 MEET 필기시험 점수를 반영하지 않는 기묘한 수시 전형으로 합격했다. 평범한 학생들이 밤샘 공부로 통과해야 하는 모든 정규 시험의 관문을, 그녀는 단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 


그 ‘시험 없는 프리패스’를 가능하게 한 만능열쇠가 바로, 대법원이 위조라고 확정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과 KIST 허위 인턴증명서 등 7대 스펙이었던 것이다. 나 역시 조국 덕분에 깨달았다. 지긋지긋한 필기시험에 청춘을 바치는 수많은 아이들과 달리, 어떤 아이는 부모가 만들어 준 서류 뭉치 하나로 엘리트 코스에 올라탈 수 있다는 이 잔혹한 현실을 말이다. 


그의 가족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가 말 그대로 안타까움으로 남으려면 이 모든 게 무죄이고 무혐의였어야 했다. 조민의 케이스만 해도 2010 한영고등학교입학부터, 두 번의 유급으로 의전원 4학년에 재학하던 2020년까지 무려 10년의 기간을 대상으로, 가족이 전부 동원된 범죄니 그렇게 수사를 받을 수밖에, 진정 우리가 안타까워하고 미안해해야 하는 대상은, 지지자들의 헌금으로 영치금이 넘치기 전에 꼬박꼬박 비워둔다는 그 부부가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노력은 배신하고 특권만이 승리한다’는 끔찍한 진리를 가르친 명백한 ‘사회적 독살’ 행위자가 아니라.


다음은 윤미향. 그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모인 후원금과 국고보조금 1억여 원을 개인 계좌로 빼돌려, 갈비 값을 내고 발 마사지 숍에 다니는 등 사적으로 유용한 업무상 횡령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픈 상처를 파먹고 자란 괴물이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제 배를 불린 그녀는 ‘정의’라는 단어 자체를 오염시켰다.


그런데 대통령은 명백한 범죄로 단죄된 이들을 풀어주려 한다. 선조들이 목숨 걸고 되찾은 지 80년이 되는 이 신성한 날에, ‘조국’을 배신하고 ‘정의’를 능욕한 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이것은 80년 역사의 뺨을 후려친, 용서받지 못할 모독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 행위 하나로, 자신들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두 기둥, ‘역사의 무게’와 ‘법의 존엄’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역겨운 춤판에 박수를 치며 함께 몸을 섞는 야당 귀족들의 행태는 차라리 비현실적이라 구역질을 유발한다. 부패한 제 식구를 구해내겠다는 그 초라한 일념 하나로, 야당 원내대표는 기꺼이 이 미친 잔치의 공범이 되기를 자처했다. 이로써 우리는 정치에 대한 마지막 실낱같은 믿음마저 상실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여야를 막론하고 부패한 자들끼리 서로를 구원해 주는 ‘사면 카르텔’의 완성. 이것이 2025년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이자, 시스템 전체가 썩어 문드러지고 있다는 단말마다. 


소설 속에서 성벽 밖의 ‘붉은 죽음’은 결국 예고 없이 가면무도회장으로 걸어 들어온다. 그리고 오만한 귀족들의 축제는 시체들의 향연으로 끝난다. 역사의 교훈은 언제나 이토록 서늘했다. 성벽 밖의 국민이 흘리는 피눈물은, 반드시 분노의 역병이 되어 성문을 부수고 들어온다. 이재명과 여야 귀족들이 벌이는 그들만의 광복절은, 결코 영원할 수 없다. 지금은 축포 소리에 가려진 국민의 비명이, 머지않아 그들 최후의 단말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광복은, 바로 그날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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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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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09 11:33:18

    옳은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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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09 10:30:04

    좋은기사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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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09 10:23:02

    광복절을 흑암절로 만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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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09 10:08:36

    나라를 팔아먹고 범죄자를 희생냐으로 둔답 시켜도 지지하는 인간들이 다수라는게 더 절망적 아닌가. 저런 정치인을 뽑고 정치를 해악인줄 아는 사람들은 아무 책임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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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09 10:01:54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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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09 09:14:20

    이런사실을 일반일들은 전혀 모르고 선동만 당하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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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09 08:29:38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암울해지지만 그래도 희망을 놓고 싶지 않네요.

아페리레
웰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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