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9년간 K팝 산업의 발목을 잡았던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최근 이 빗장이 서서히 풀리는 듯한 조짐이 보이자 기대감이 고조되었으나, 하이난에서 추진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 없는 K팝 콘서트' 논란은 중국의 속내를 드러냈다.
9월 26일 하이난성 싼야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드림콘서트가 규모는 약 4만 명으로 계획되어 있는데, 문제는 해당 콘서트에 한국인 멤버가 포함된 그룹들이 출연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외국 국적 가수들만 출연하는 K팝 콘서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K팝 콘서트를 하나? 한국인 멤버 없이 K팝 시스템을 현지화하여 중국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9년 만의 변화는 K팝의 상업적 가치는 철저히 흡수하되, 그 문화적 영향력은 통제하려는 중국의 고도로 계산된 전략이다.
중국의 C팝 보이그룹 '시대소년단' 유튜브 캡쳐
9년 만의 한한령 완화, 왜 지금인가? 돈은 벌고 싶고 K영향력은 배제할 자신 있고
중국이 이제서야 한한령의 고삐를 늦추는 배경에는 피할 수 없는 경제적 필요와 내부 단속 완료에 따른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경제 침체다. 부동산 위기, 높은 청년 실업률 등으로 심각한 내수 부진에 직면한 중국에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소비 진작을 위한 효과적인 기폭제다. K팝은 중국 내에서 이미 막강한 팬덤 경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대규모 공연은 티켓 판매뿐 아니라 관광, 숙박 등 막대한 부가 수익을 창출한다. 중국 당국은 정치적 보복의 명분보다 경제 활성화라는 실리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억누를 수 없는 수요, '문화 쇄국'의 한계
한한령은 K팝의 중국 진출을 막았지만, K팝의 세계화를 막지는 못했다. K팝이 글로벌 주류 문화로 자리 잡는 동안 중국은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또한, 9년간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젊은 세대는 음성적인 경로를 통해 K팝을 꾸준히 소비해왔다. 더 이상의 억제는 실익이 없으며, 오히려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양성화하여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현실적인 노선으로 선회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자국 연예계와 팬덤 문화에 대한 강력한 통제(홍색 정풍운동)를 단행했다. 당국은 이제 한류가 다시 유입되더라도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한령의 '완전한 해제'가 아닌 '선별적 완화'는 경색된 한중 관계에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는 동시에, 언제든 다시 규제할 수 있는 외교적 지렛대를 확보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중국의 목표는 명확하다. K팝이라는 매력적인 '콘텐츠'의 이익은 취하되, 그 주체인 한국 아티스트의 영향력은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한국 아이돌이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여 통제 불가능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자유로운 가치관이 유입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K팝의 스타일과 음악은 허용하되, 그 주체를 중국인으로 대체하는 것은 정치적 리스크를 제거하고 이익만 취하려는 노골적인 통제 욕구의 발현이다.
노골적인 '문화 도용'과 K팝의 중국화 시도
'한국인 없는 K팝'은 K팝의 정체성을 희석하고 중국 문화로 흡수하려는 시도다. 한한령 기간 동안 중국은 K팝의 시스템을 모방해 자국 아이돌(C-Pop)을 육성했다. 이제는 K팝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무단으로 도용하면서 한국 아티스트를 배제하는 것은, K팝의 성공 과실만 빼앗으려는 행태다.
한국 아티스트의 전면적인 복귀는 한한령 기간 동안 기형적으로 성장한 중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수익의 외부 유출을 막으려 한다. 또한, '참가 자격 제한'과 같은 불공정한 조치는 중국 시장의 규칙은 자신들이 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길들이기'다. 이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게 중국 당국의 입맛에 맞춰야만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는 오만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최근의 한한령 완화 조짐은 과거 황금기의 복귀가 아닌, 중국의 필요에 의해 조절되는 '관리된 개방'의 시작일 뿐이다. '한국인 없는 K팝 콘서트' 논란은 중국이 문화를 어떻게 정치·경제적 도구로 이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K팝에서 'K(Korea)'를 지우려는 중국의 기만적인 시도 앞에서, 우리는 섣부른 기대감 대신 문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냉철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중국은 어느 하나 인정할 구석이 없네.
도둑놈들
이러면서 전 세계가 자기들을 왜 혐오하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통제 외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니 남의 나라 문화까지 저런 방법으로 뺏어가나 봐요
그래서 어떻게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문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건데
좋은 건 다 내거 나쁜 건 다 니꺼 이통이 중국을 왜 좋아하나 했더니 성향이 같아서 같음
이러니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는...
중국은 남들이 어렵게 이루어 놓은 걸 항상 쉽게 갈취할려는 습성이 있네요. 유툽보니 kpop에서 k 말고 아시아의 a를 넣어서 apop으로 해야 된다고 그러던데 이런 억지에 콧방귀만 뀔 수만은 없네요
뻔뻔하고 비열한 옆나라와 셰셰 정권의 콜라보. 기사 감사합니다.
국내 엔터업계에 대한 중국자본 침투가 더욱 더 노골적인 간섭으로 다가올텐데...
엔터업계 중국자본에 대한 실태에 대해 심층보도 어때요???? ㅋㅋ
문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냉철하고 전략적인 대응 따위 고민하지도 않겠지.
정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