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박주현 트럼프가 뿌리는 관세폭탄은 결국 미국의 자충수가 될 것. 우리는 마치 전쟁에 패한 나라의 국민처럼 협상 테이블을 떠났다. 저들이 내미는 관세 협약이라는 종이조각은, 승전국이 패전국에 내미는 항복 문서와 다를 바 없었다. 저들의 요구는 논리나 상호 이익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힘의 과시이며, 굴복의 강요일 뿐이다. 이 부조리한 풍경 앞에서 나는 백 년 전 유럽의 한 천재 경제학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비록 우리에겐 지난 대선기간 그 엉터리 "호텔경제학"과 맞물려 괜스레 소환됐던 "승수효과"의 창시자이지만, 그의 경제학은 시대를 뛰어넘는 혜안이 있었다. 그는 승전국들이 독일에 천문학적인 전쟁 배상금을 물리려 혈안이 되었을 때, 홀로 그 조약의 광기를 경고했다. 이 탐욕스럽고 징벌적인 조약은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20년 안에 유럽을 더 끔찍한 전쟁의 참화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그의 예언은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적중했다.
지금 트럼프가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관세 전쟁은, 베르사유 조약의 21세기적 재림이다. 한국은 졸지에 '경제적 전범' 취급을 받으며, 우리의 번영을 저들의 '상납'으로 메워야 할 처지에 놓였다. 레소토의 비극은 이 야만성의 극단을 보여주는 잔혹한 전시물이다. 그들은 그저 미국의 자비로운 무역 협정 아래 묵묵히 옷을 만들던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나 트럼프의 변덕은 그들의 밥줄을 끊는 것을 넘어, 농지에 소금을 뿌려 다시는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게 만드는 고대 로마의 잔혹한 형벌을 재현했다. 주력 산업은 무너졌고, 원조로 짓던 학교는 멈췄으며, 약을 받지 못한 빈곤층은 죽어가고 있다. 이렇게 곤란에 빠진 나라를 두고 '알지도 못하는 나라'라 조롱하는 발언까지, 이것이 과연 21세기 문명국가가 할 일인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모든 광기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 아래 자행된다는 사실이다. 트럼프와 그의 추종자들이 내세우는 망상은, '제조업에 대한 신화적 접근'이다. 교육과 기술 혁신 없는 제조업 부활론은 연금술로 황금을 만들겠다는 허언과 다르지 않다. 그는 관세 장벽으로 해외 공장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면 '러스트 벨트'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라 선동하지만, 이는 본질을 호도하는 기만이다. 8만 5천 불이 넘는 국민소득을 가진 나라에서 제조업이 가능하겠는가? 게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조업은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의 집합이 아니다. 고도로 숙련된 기술자와 엔지니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혁신 생태계가 핵심이다. 수십 년간 방치된 교육 시스템과 무너진 인프라 위에서는 아무리 공장을 지어도 유령 건물로 남을 뿐이다. 그의 공약은 노동자들을 위한 희망이 아니라, 그들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가장 악랄한 정치적 사기다. 그것은 바위를 산 정상으로 영원히 밀어 올리다 결국 제자리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현대판 시시포스의 신화일 뿐이다.
그래픽: 박주현 글로벌 공급망은 하루 아침에 생긴게 아니다. 수십년에 걸쳐 정교하게 쌓아 올린 젠가와 같다.
그의 정책은 돌팔이 의사의 처방전과 같다. 복잡하게 얽힌 세계 경제라는 환자의 병을 진단할 능력도, 의지도 없이 그저 '관세'라는 독한 약 하나만 들이붓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수십 년에 걸쳐 정교하게 쌓아 올린 젠가(Jenga) 타워와 같다. 각국의 기업들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부품을 만들고 조립하며 기적적인 번영을 이뤄왔다. 트럼프는 당장의 이익이라는 블록을 빼내기 위해 이 타워를 마구잡이로 흔들고 있다. 그는 자신이 빼내는 블록 하나가 타워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즐기는 것인가.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동맹에 대한 자산가치 전무(全無) 평가'다. 그의 대차대조표에서 '동맹'이라는 항목의 가치는 '0'으로 기입된 듯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가장 강력하고 값비싼 자산은 항공모함이나 스텔스기가 아니라, 바로 전 세계에 걸친 동맹 네트워크였다. 트럼프는 이 천문학적 가치의 무형자산을 불과 수십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메우기 위해 헐값에 내다 팔고 있다. 이는 기업의 CEO가 핵심 기술 특허를 경쟁사에 헐값으로 넘기는 명백한 배임 행위와 같다.
결국 이 모든 어리석음의 대가는 고스란히 미국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다. 트럼프가 전 세계에 심는 미국에 대한 비토와 혐오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실질적인 위협이 되어 부메랑처럼 날아갈 것이다.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은 더욱 거세질 것이고, 또한 전세계 도처에 널려있을 더불어민주당 같이 반미 DNA를 지닌 여러 정치세력들에게 반미의 살아있는 이유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가 흔들리는 조짐이 보일 때, 전 세계적으로 숨죽인 반미 연대는 느슨한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경제 블록으로 현실화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경을 넘나드는 미국인 개개인이 그 적대감의 최전선에 서게 될 것이다. 트럼프가 벌어들인 몇 푼의 관세 수입이, 그의 오만함이 파괴한 신뢰와 존경, 그리고 동맹이라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자산을 대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한 사람의 탐욕이 세계를 야만의 시대로 되돌리는 끔찍한 실험을 목도하고 있다. 그 실험의 끝이 케인스가 예언했던 파국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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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이 되어 더 처참한데. 상호협상인냥 떠드는 언론에 이재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유언비어 퍼트리지 말라고 밑도 끝도 없이 내란동조범이라고 하네. 미치고 팔짝뛰겠다. 이성과 지성은 없고 손가락질만 하니
t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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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가 왜 더 그레이트였는지를 미국인들이 재고할 기회가 있길 바라네요. 더불어 국민주권이라면서 국민이 이재명 뿐인지 멋대로 멍청이 짓이나 하는데, 한국인들도 이게 정말 민주주의 1번지라 하던 나라에 어울리는 상황인지를 돌아봐야 하고요.
장사꾼이 대통령되면 트럼트.
범죄자가 대통령되면 이죄명.
이죄명은 트럼트 손바닥 위에 있는걸 알랑가몰라요.
글 상하간격을 좀더 넗혀주면 좋겠다
읽는데 불편함
적절한 비유입니다 ㅠㅠ
트럼프 역시 정치를 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인데 문제는 그가 흔들리면 오히려 우리가 걱정하던 일이 현실이 될까 더 무섭네요
암울하다
이 혼란이 국내외로ㅡㅡ
나라 안팎으로 난리네요
출렁이는 파도에 침몰하지 않기만을
최악의 트럼프를 상대해야 하는게 이재명이라는 사실이 우리가 감당해야할 큰 불운이네요.
기사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