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이슈에 묻혀 지나가는 '방송 3법' 이슈
한미 관세협상, 내란특검 등 굵직한 뉴스 탓에 만만치 않게 중요한 이슈들이 그저 지나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오늘 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법사위에서 방송 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는데 쟁점을 제대로 다루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당인 민주당은 개정될 방송 3법으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겠다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인 국민의힘은 개정안이 특정 세력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영구 장악법’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 기사들은 이러한 쟁점을 여야의 공방 전달 위주로 ‘드라이’ 하게 다루고 있다. 방송 3법 개정은 민주당 주장대로 언론 독립을 향한 향한 전진일까, 아니면 권력의 언론 장악 시도일까.
방송 3법 개정안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공영방송 이사의 추천 주체를 국회 뿐만 아니라 방송 관련 학회와 시민단체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이다.
둘째, 방송사 사장을 선임할 때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여야 정당이 각각 이사를 추천하고, 다수결로 사장을 선임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방송 3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여당은 개정안이 정권 교체에 따라 공영방송 사장이 바뀌어 온 오랜 악순환을 끊어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민단체, 학계 등 다양한 사회 주체가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사장을 선임하면, 정권교체에 따른 변화나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운 전문가가 방송사의 경영을 맡게 되어 언론사의 독립성이 보장될 것이라는 논리다. 특히 ‘특별다수제’는 특정 세력이 방송을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새로운 정권이 선호하는 인물을 방송사 사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방송사 건물 앞에서 ‘사장 출근 저지 투쟁’ 같은 일이 반복되었던 것을 돌아보면, 이러한 시도는 일단 환영할 만한 개혁안처럼 보인다.
'특별다수제', '임명 동의제' 가 함정이라면?
그러나 반대하는 측의 우려와 논리 또한 만만치 않다. 야당은 '시민단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특정 정치 성향의 단체들이 방송사 이사 추천권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개정안이 규정하고 있는 추천 주체가 불분명한 탓에, 결과적으로 현 여당인 민주당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대부분의 유력 ‘시민단체’들, 특히 언론, 방송 유관 단체들이 친여 성향인 것을 감안하면 야당의 우려는 일리있는 측면이 있다. 그렇게 되면 당초 법안의 의도와는 달리 이사회의 정치적 편향성은 오히려 심화되고 이사회는 정부여당의 거수기가 될 것이다.
더욱이, 보도국장 등 보도 책임자를 임명할 때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임명 동의제’는 언론 현장에서 구성원 간의 갈등을 첨예하게 만들 수도 있다. 민주당은 편집권 독립을 위한 조치라 말하지만, 자칫잘못하면 보도국 내부의 특정 세력에게 과도한 힘을 실어주고, 패권적인 주류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앉히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방송의 공정성이 '정치 권력'의 입김에서 힘있는 '내부 집단'의 입김으로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력은 과연 언론의 독립을 원하는가
이 법안을 둘러싼 논쟁은 ‘공영방송 독립성’ 을 지키고 확보해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주장이 얼마나 진정성 있느냐의 문제로 모아진다. 모든 정당, 모든 정파가 정권을 잡으면 언론과 관련된 제도와 인사를 손 대려고 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제안하는, 정당해 보이는 법안들이 실제로는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것을 우리는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이 법안이 소위에서 법사위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단독으로만 통과되었다는 점 또한 두고두고 약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지금처럼 여야 거대 정당의 대립이 극심하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상황에서, 법안 하나로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순진한 발상일지도 모른다.
언론의 독립을 위한 제도개선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럴 듯한' 제목과 '좋아보이는' 취지가 제도의 전부는 아니다. 그 안에 숨겨진 디테일들이 또 다른 특정 세력에게 언론에 대한 통제권을 넘겨주는 ‘합법적인 장악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과연 지금 추진되는 개정안에는 공정언론을 바라는 국민을 기만할 요소가 없는 것일까? 의도와는 달리 악용될 함정은 없을까?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부친 방송 3법이 언론 독립법이 될지 아니면 언론 장악법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기사에 2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답답하네요
기사 고맙습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날도 더운데 정말 가슴이 답답합니다.
현 여당의 폭압적 행태를 보고도 언론 독립을 위한 방송법 개정이라 여길 국민이 있을까요.. (개딸은 열외)
앞으로 더욱더 심해질 언론 통제와 팩트를 왜곡한 정부 찬양 보도가 나라를 망치는데 일조할 텐데 벌써부터 속이 쓰립니다.
팩트파인더 화이팅!!!
시민단체들이 정치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어떻게 그들이 좌지우지 하는 언론이 자유로워진단 건지 이해가 안 가네요
민주당이 자기들 유리하라고 밀어붙인 법안들 나중에 여당이 바뀌어도 걱정입니다 어떻게 악용될지
잘 읽었어요~
적절한 지적 기사 잘 읽었습니다
독재의 시작이 사법부 장악, 언론 장악이라고 하더니~~사법부는 비굴하게도 알아서 납작 엎드렸고, 이제 언론 장악 시도~ 언론 장악 다음에는 공소 취소나 면소 시도 후 개헌으로 영구집권 시도 획책할 듯~ 광화문에 나가서 독재타도 집회할 날이 머지 않은 듯~
잘봤습니다
이젠 시민단체의 정의가 뭔지 모르겠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이익단체보다도 더 이기적이고 악한 것 같습니다.
잘 봤습니다.
방송언론을 가만 놔두면 이재명이 아니죠
이제 시민단체의 '시'자만 들어도 토나올꺼같아요 ㅠㅠ
시민단체를 믿을 수 없게 된지 너무 오래 돼서 그럴듯한 취지가 오히려 우스워요.
아고 앞으로 암담한 날만 있을 거 같아 걱정이네요. 방송장악 안 해도 다 지들 편인데 진짜 막나가는 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