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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협정이라는 거짓말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8-01 07:51:49
  • 수정 2025-08-05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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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에 0% 관세 시장을 내준 단 세 나라, 필리핀-베트남-대한민국.
  • 심지어 인도네시아보다 불리한 조건, 이것이 협상인가?

정부와 일부언론들은 이번 한미 무역 합의를 ‘상호관세 협상’의 타결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상호(相互)’라는 단어는 서로에게 동등한 무언가를 주고받을 때 성립하는, 국제 관계의 가장 기초적인 어휘다.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진 결과물은 그 단어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 미국은 우리에게 15%의 관세 장벽을 세우고, 우리는 미국에 0%라는 레드카펫을 깔아주었다. 이 기괴한 비대칭의 거래를 어떻게 ‘상호’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가. 


이번 0% 관세 요구에 무릎 꿇은 나라들의 명단을 보라. 두테르테 시절 노골적인 친중 행보로 동맹의 궤도를 이탈했다가 간신히 돌아온 필리핀, 미국의 전쟁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패배를 안겼던 베트남, 그리고 혈맹이라 자부해 온 대한민국. 단 세 나라만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의 모든 제품에 국경을 활짝 열어준 국가들이다. 그나마 그들은 우리 같은 대규모 조공은 피했으니, 결국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도 가히 최악의 협상을 했다 말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인도네시아의 사례다. 팜유 분쟁, 니켈 수출 통제 등 사사건건 미국과 부딪치며 자원 무기화를 시도하는 나라, 미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인도네시아마저도 99% 무관세로 방어선을 쳤다. 일부언론들은 FTA를 이어받은 것이라 주장하는데 이미 FTA는 파기된 거나 다름없는데 미국만 FTA의 혜택을 유지한다는 게 정상인가? 이 나라들의 면면을 보면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자국의 이익을 두고 미국과 중국을 저울질을 한 전력이 있는 나라라는 공통점은 왜 간과하는가?


그래픽 : 박주현 최악의 협상을 쾌거라 주장하는 언론과 정부

진짜 거짓은 ‘보이지 않는 대가’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다. 이재명 정부와 어용 언론들은 마치 15% 관세율을 받아낸 것이 대단한 선방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 비교하면 이는 기만에 불과하다. 그들은 여전히 미국제품에도 '상호'관세를 적용하고 협정을 통해 관세율 조정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게 상호관세협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3,500억 달러에 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직접 지정하는 곳에” 투자하라는 ‘미래 약속 어음’을 끊어주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주장하는 에너지 수입 1000억 달러조차 미국 상무부 발표와는 다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향후 3년 반 동안 1,500억 달러어치의 그 종류마저 규정하지 않은 '미국산 에너지'를 의무적으로 구매하겠다는 ‘에너지 조공’까지 약속했다.


도합 5,000억 달러. 우리 돈 600조 원이 넘는 돈이다. 이것은 협상 테이블에 올린 패가 아니라, 상납을 약속한 공물이다. 심지어 그 3,500억 달러 투자금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90%는 미국 정부의 몫이 될 수 있다는 독소조항까지 거론된다. 대한민국의 자본으로 미국 기업의 배를 불리고, 그 이익마저 미국 정부가 가져가는 구조다. 이것이 노예계약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이 모든 참담한 현실 앞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무엇을 했는가. 그는 “치아가 흔들릴 정도였다”며 자신의 고뇌를 과시했지만, 정작 흔들린 것은 그의 치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익이었다. 언론은 또 어떤가. ‘상호주의’라는 단어의 뜻도 모르는 앵무새처럼 ‘불확실성 해소’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합의는 ‘협상’이 아니었다. 우리는 ‘굴복’했을 뿐이다. 항복 문서에 ‘상호주의’라는 제목만 붙인다고 해서 그 굴욕적인 본질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이것은 ‘상호관세’라는 이름의 거대한 거짓말이었으며, 국익을 지키는 데 처참히 실패한 외교적 참사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 책임은 오롯이 무능하고 굴종적인 협상으로 나라의 자존심과 미래를 팔아넘긴 이재명 정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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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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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n6er2025-08-01 18:21:04

    근데 방금전에 상호관세가 트럼프가 보복성으로 더 올리겠단 의미로 쓰는 말이라고 하길래 찾아봤는데 다른 국가도 말만 조금씩 다르지 미국제품에 대해 무관세인건 똑같은 것 같아요
    챗지피티에 물어서 확실한진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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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01 15:43:09

    오직 범죄자 지키기 위해서 나라 팔아먹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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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01 13:51:27

    진짜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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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01 13:18:16

    중국에 빚 있는 정치인은 다시는 정치하면 안 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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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01 10:22:05

    나라의 국익보다 이재명에게 잘못 보이면 더 큰일나니까. 모든 권력을 쥐고 1찢들은 정말 이재명이 잘한 줄 알더라. 경제 뉴스에서조차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언론이 입을 닫으니. 구한말 왜 나라가 쓰러졌는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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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eycat2025-08-01 10:10:22

    네이버 들어가서 뉴스 헤드라인 훑는데 제정신으로 살기가 힘듭니다. 유해한 정부와 썩은 언론들. 그전에는 무능한 정부라고 말했지만 아닙니다. 유해정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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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n6er2025-08-01 09:14:18

    안그래도 처음엔 미국은 무관세라고 적혀 있는데 계속 상호관세라고 하길래 헷갈렸었어요 저같이 잘 모르면 언론에서 자꾸 그러면 단어의 뜻과 달라도 내가 모르는게 있나 이러고 넘어갈수도 있을것 같구요
    언론이 제일 문젭니다
    다른 정부였으면 어떻게 헤드라인 달았을지 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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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01 08:50:17

    앞으로 트럼프의 립서비스의 댓가로 어디까지 내줄런지 심히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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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01 08:41:26

    정말 참담하고,속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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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01 08:29:00

    나라가 진짜 힘들어지겠구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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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8-01 08:22:11

    진짜 매국노 놈들임

아페리레
웰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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