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기 내각의 인사청문회가 막을 내리는 광경을 보며 근원적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국민의힘은 야당으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청와대의 지시를 말없이 받아 적는 위성정당으로 전락했는가. 정은경, 최휘영, 김윤덕, 안규백, 김호중... 자격 미달 인사들의 임명동의안이 야당의 손으로 속속 채택되는 모습은 완전한 항복 선언이다. 지지층을 향해 인사청문회에서 힘을 좀 써보다가, 적당한 시기가 되면 통과시켜준다. 충직한 문지기처럼.
국민의힘이 적격 판정을 내린 이들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 정부들이었다면 지명 자체가 불가능했을 인물들이다.
국민의힘은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판이 두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여당이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어리석음이다. 진정한 국정 발목잡기는 부적격 인사를 걸러내지 못해 예견된 정책 실패와 국정 난맥을 초래하는 바로 지금의 행위다. 원칙에 입각한 투쟁은 야당의 의무이지, 국정 방해가 아니다.
또한, ‘3대 특검’의 위협에 굴복하는 것은 정치적 실패를 넘어 헌법적 실패다. 행정부가 사법의 칼날을 빌려 입법부를 협박하고 무력화시키는 것을 용인하는 순간, 삼권분립의 원칙은 붕괴한다. 이러한 협박에 한 번 굴복하면 더 큰 협박을 불러올 뿐이다. 그 협박은 정치생명이 끊어진 후에도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압도적 다수 의석과 장악된 언론 지형이 주는 절망감 역시 변명이 될 수 없다. 정치 지형이 기울어져 있을수록, 원칙을 외치는 야당의 목소리는 더욱 절실해진다. 모든 표결에서 이길 수 없을지라도, 불의에 저항한 기록을 역사에 남기고 미래의 대안 세력임을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바로 그들의 역할이다. 권력의 압도적 힘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방관이 아니라 동의다.
...보기 안타깝다 (그래픽 - 가피우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10%대에 불과한 처참한 지지율 때문에 몸을 사려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러나 인과관계는 그 반대다. 그들의 지지율이 낮은 것은 소심하게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국민은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는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인사와 윤리라는 가장 선명한 전선에서조차 투쟁을 포기하는 모습은, 지지층과 중도층 모두에게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없다는 신호를 보낼 뿐이며, 이는 지지율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뿐이다.
낮은 지지율에 대한 공포가 ‘발목잡기’ 프레임에 대한 공포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특검과 같은 협박에 취약하게 만들며, 결국 부적격 인사 인준이라는 굴복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 무기력한 모습은 다시 지지율을 끌어내린다. 이것이 국민의힘이 갇혀버린 정치적 죽음의 소용돌이다.
머지않아 이재명 정부의 실정(失政)이 명백해지고 60%를 넘나드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칠 때, 국민은 대안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국민의힘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을 것이다. 재앙을 불러온 저 장관들이 지명되었을 때, 국민의힘이 무엇을 했는지를. 그들은 용감하게 싸우다 패배한 비운의 투사가 아니라, 재앙의 서막을 침묵으로, 혹은 소극적 동의로 열어준 공범자로 기억될 것이다. 다가올 선거에서 이길 기회를 놓치는 것을 넘어, 한 세대 동안 정치적으로 재기 불가능한 ‘부역자’라는 주홍글씨를 스스로의 이마에 새기는 행위다.
그러니, 만약 집권 세력의 절대 권력에 대한 공포가 이토록 뼈에 사무치고, 장악된 언론의 압박이 견딜 수 없으며, 싸울 의지가 완전히 증발해버렸다면, 이 슬픈 야당 코스프레를 계속하는 것보다 더 정직한 길이 있을 것이다. 차라리 당을 해산하고 공식적으로 투항을 선언하라. 민주당사 앞에 한 줄로 서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하라. 완전한 복종의 대가로, 몇몇은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의 공천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한때 보수 정당이라 불렸던 세력의 치욕적인 종말이 되겠지만, 적어도 그것은 ‘정직한’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