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 UPI=연합뉴스) 2025.7.29
한미 양국의 관세 협상이 마감 시한을 이틀 앞두고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한국 정부가 2000억 달러(약 276조 원)를 웃도는 대미 투자 계획을 제안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절하고 4000억 달러 수준의 ‘최종안’을 고수하면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0일 “핵심 쟁점은 투자 규모”라며 “현 단계에서는 긍정도, 부정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간 최종 담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협상 초반 한국은 1000억 달러+α 수준의 투자안을 준비했으며, 이후 이를 20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 제시했지만 미국 측은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요구하는 4000억 달러는 일본이 최근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제시한 5500억 달러와 비교되는 수치로, 제조업 기반이 약한 일본과 달리 ‘제조업 강국’인 한국에는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양국의 산업 구조가 다르다”며 “한국에 같은 수준의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관세 부과 시한(8월 1일)을 앞두고 한국에 대해 한층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국 측에 “최선의, 최종 무역협상안을 테이블에 올리라”며 “모든 것을 가져오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조선업 협력,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대규모 투자를 병행한 협상 카드를 제시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만족하지 않고 있다. 실제 협상 테이블에는 미국산 쌀 수입 확대,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해제, 과일 수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조선업 협력을 ‘비장의 카드’로 보고 있다. 한국은 미국 조선업 공급망이 사실상 붕괴된 상황에서, 조선업 복원은 한국만이 실현 가능한 분야임을 강조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는 29일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조선 등 경제협력 사업을 잘 설명하고 국익 중심의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협상을 진행한 구 부총리는 약 2시간 동안 MASGA(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관세율 인하와 통상 협력 강화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한국과의 관세 협상이 내일(31일) 끝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 장기화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