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유능하다, 유능하다 하길래 '귀신같이 일 잘하는 정부'라도 되나 기대했다. 지켜보니 귀신은 맞는데, 뭐랄까 그냥 '귀신 들린 정부'라 부르는 게 맞겠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몸뚱이에 온갖 잡귀(雜鬼)들이 빙의되어 벌이는 행태는 코미디 영화, 그 이상이다. 워싱턴에서 뉴욕, 급기야 대서양을 건너 스코틀랜드까지. 협상단이 미국 상무장관을 따라 펼치는 이 필사적인 '어메이징 레이스'는 얼핏 '21세기판 카노사의 굴욕'으로 보이지만, 국내에서는 전혀 다른 코미디가 펼쳐진다.
이 기괴하고 분열적인 광경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 열쇠는 의외의 곳에 있다. 십수 년 전의 한 코미디 영화, 바로 '헬로우 고스트' 안에 말이다.
기억나는가, 차태현이 연기한 주인공 상만의 그 유명한 장면. 담배라면 질색하는 소심한 그가 경찰서 안에서 갑자기 2대 8 가르마를 매만지더니, '꼴초귀신'에 씌인 듯 담배에 불을 붙이려 한다. 바로 그 순간, 그의 다른 손이 필사적으로 그 손을 막아선다. 몸은 하나인데,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의지가 충돌하는 완벽한 원맨쇼. 무면허라면서 택시기사라 주장하는 그를 지켜보던 경찰관의 황당한 표정. 그게 바로 지금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일 것이다.
‘관세 폭탄’이라는 불붙은 담배가 코앞에서 타들어가자, 협상단이라는 손은 그 불을 끄기 위해 스코틀랜드까지 가서 애걸복걸, 필사적이다. 그런데 서울의 다른 손은 뭐가 그리 좋은지, 그 타들어 가는 담배를 다시 빼앗아 입에 물고는 “역시 이 맛이야!”라며 연기를 뿜어대는 꼴이다. 이 코미디의 조연, 아니 몸 하나를 두고 싸우는 잡귀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왕년의 귀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느닷없이 한미 훈련 조정을 건의하고, ‘선동 귀신’ 김어준은, 마치 구한말즈음 냉동됐다 얼마 전 해동된 척사파(斥邪派)라도 되는 냥, “우리가 언제부터 미국 눈치 봤냐” 삿대질하며 딴 세상 얘기를 해댄다. 김민석 총리의 친형인 김민웅은 민노총과 손잡고 ‘주한미군 철수’라는 저주까지 외쳐댄다. 이쯤 되면 여권 내부에 ‘반미 자해 공작 TF’라도 차린 게 분명하다.
이 모든 소동을 잠재워야 할 몸의 주인, '유능함'이 증명됐다던 이재명 대통령은 대체 뭘 하고 있는가. 당선 전엔 트럼프의 '가랑이 사이라도 기겠다.'더니, 정작 마주 서면 정말 가랑이 사이라도 기게될까 봐 두려워진 것인가? 혹 이 기괴한 쇼를 팝콘이라도 뜯으며 관람하다 "내가 없으니 더 재미있지 않소?"라고 말하는 '관람객 귀신'에 씐 것은 아닌지,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리고 코미디의 마지막엔 반전이 있는 법. 이 모든 소동의 원인이라며 그들이 내놓은 답은? "국민의힘 때문입니다!" 얼마 전 자신들이 전 총리와 경제수석을 어떻게 몰아붙여 협상 테이블을 엎었는지는 기억조차 편리하게 리셋한 모양이다.
이 끔찍한 귀신놀음, 대체 언제쯤 끝날까. 이쯤 되면 필요한 건 정책이 아니라 퇴마사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마침내 그 퇴마사가 당도했을 때 우리에게 청구할 '복채(福債)'가 상상을 초월할 거라는 점이다. 더 무서운 건, 이게 그저 유머가 아니라는 게 진짜 공포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