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과 표절 로봇
탁현민 국회의장 행사기획자문관이 제안한 광복 80주년 전야제 구상은 그 상징성부터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다. 행사의 중심 소재인 로보트 태권V는 일본 애니메이션 마징가Z의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마징가Z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태권브이
외형 디자인의 유사성은 물론 조종사가 소형 비행체로 로봇 머리에 탑승하는 설정까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일본 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을 기념하는 국가 행사에 일본 대중문화의 모방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행사의 본질을 훼손하는 자기모순이다. 이는 독립 선열에 대한 모독이자 역사적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위다. 광복의 의미는 전투 로봇의 이미지와 결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평화와 독립의 가치를 되새겨야 할 자리에 시대착오적인 로봇을 등장시키는 것은 기념일의 격을 떨어뜨린다.
국회의사당 지붕 위에 서 있는 태권브이 (탁현민 자문관 페이스북 갈무리)
퇴행적 발상과 자기 과시
국회의사당 돔이 열리며 태권V가 출격한다는 구상은 1980년대 일부 어린이들의 공상을 현실로 끌어온 것에 불과하다. 중년의 기획자가 자신의 유년기 향수를 국가 전체의 공식 기억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퇴행적이다. 이는 특정 세대의 추억을 보편적 가치인 양 포장하는 문화적 독점에 가깝다. 더욱이 탁 자문관이 공개한 홍보물에는 자신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태권V의 비행체에 탑승한 모습이 묘사된다.
포스터 오른쪽 상단에 위치한 제비호에 탑승한 탁현민 자문관 추정인물 (탁현민 자문관 페이스북 갈무리)
국가 기념 행사를 기획하면서 그 안에 자신을 투영하고 공을 내세우려는 태도는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는 처사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보여주기식 행사 기획의 연장선으로, 행사의 본질보다 연출가의 개인적 만족과 자기 과시를 우선시하는 행태로 국가적 서사는 개인의 취향과 공명심을 실현하는 도구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