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단체방서 강퇴당한 뒤 모멸감… 이재명 정치적 본산서 터져 나온 내부 비판
성남시의회 무소속 고병용 의원(전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갑질'과 권위주의적 행태를 폭로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본산인 성남에서 지방의원이 국회의원의 하수인 취급을 받는 현실을 개탄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면서, 민주당의 고질적인 상하관계식 당내 문화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고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떠나게 된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30년 넘게 민주당에 몸담아 온 그가 탈당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사소한 행사 불참 통보에서 시작된 '텔레그램 강퇴' 사건이었다.
이수진 의원 갑질행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 (사진=고병용의원 페이스북 캡쳐)
고 의원에 따르면, 그는 한 지인으로부터 주말에 열리는 성경 경연대회에 지역구 민주당 국회의원 2명을 초청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2주 전부터 다른 중요 일정이 잡혀 있어 참석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그는 국회의원 비서관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등 11명이 속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불참 사유를 상세히 설명하는 글과 자료사진까지 올리며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고 의원은 "오해가 없도록 더욱 신중하고 정중한 태도로 '제가 참석하지 못하게 된 사정을 일일이 설명하여 꼭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는 취지의 글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이해가 아닌 '강제 퇴장' 조치였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행사에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사전 설명이나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그를 텔레그램 방에서 내보낸 것이다. 해당 대화방은 매주 활동 보고서를 공유하고 브리핑을 하는 핵심적인 소통 창구였다.
고 의원은 "강퇴 이후, 더 이상 텔레그램 방에 일일 보고서를 올릴 수 없어 직접 출력해서 의원님 한 부, 저 한 부, 그리고 동료 의원님들께 나눠드리며, 3~4주간 가량 개인적으로 출력을 해서 브리핑을 이어갔다"며 당시 느꼈던 자존심의 상처와 모멸감을 토로했다.
이후 국회의원 측이 비서관을 통해 다시 그를 대화방으로 초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고 의원은 "강퇴시킨 본인이 직접 초대하면 모든 오해가 풀릴 일 아니냐. 이제 와서 나도 자존심이 있고 사회적 체면이 있는데, 웬수 진 것도 아니고, 그저 직접 초대만 하면 변함없이 의정활동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했으나, 국회의원 본인의 직접적인 사과나 초대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 공천권을 무기로 지방의원을 '하수인'처럼 부리는 중앙 정치의 폐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의 독립성은 실종되고, 국회의원의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지시에 지방의원들이 종속되는 현실이 이재명 대표의 아성인 성남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당내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음을 방증한다.
고 의원은 "시도의원은 주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지역의 대표자로서 국회의원과 상호 협치하여 시민의 행복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서 협치할 사항이지 이렇게 갑질하는 하부 조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어느 순간 국회의원의 감정과 권위 의식, 일방적 독단이 의정활동의 현장을 짓밟는 현실이 되었다"며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감정과 권위 의식이 아니라 청렴과 소신과 양심과 신념을 지키는 정체성임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총선 국면에서 당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 탈당을 미뤄왔다는 고 의원은 오랜 고뇌 끝에 무소속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이라며 앞으로도 소신에 따라 성남시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이번 폭로가 민주당의 수직적 당정 관계와 구태의연한 '갑질' 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