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새로이 입성한 유튜버들을 보니 실로 격세지감이다. 한때 종이 신문과 9시 뉴스만이 성역처럼 여겨지던 그곳에,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을 떠드는 유튜버들이 '미디어'라는 이름표를 달고 들어섰으니, 가히 '미디어믹스'의 시대라 부를 만하다. 문제는 이게 콜라와 사이다를 섞은 칵테일이 아니라, 어쩐지 맹물에 고춧가루 뿌려놓은 듯한 묘한 혼종이라는 점이다.
과거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친명 유튜버들에게 혈세를 집행했던 전례는 익히 알려진 바다. 그때는 '돈으로 매수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대통령실이 직접 문을 열어주며 '명예 언론인' 자격을 부여하는 모양새니, 이건 마치 '당신들에게 명예 완장을 채워줄 테니, 마음껏 휘두르시오!'라고 외치는 것 같다. 과거엔 현금 박치기였다면, 이젠 '사회적 명예 박치기'인가? 진화의 속도가 실로 경이롭다.
▲< 그래픽 : 박주현 >
안철수 의원이 '대변인 노릇'이라며 혀를 찬 것도 무리는 아니다. 상상해보라. 그동안 주류 언론을 향해 삿대질하고, 음모론을 유포하며, 심지어 기자들을 조롱하는 콘텐츠를 만들던 이들이, 느닷없이 대통령실의 '공식 파트너'가 된 상황을 말이다. 이건 흡사 학교에서 친구들 괴롭히던 일진이 갑자기 교내 선도부장이 된 격이랄까? 심지어 대통령실은 이들의 과거 행적을 묵인하다가, 출입이 허용되자마자 "기자단 조롱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뭐랄까, '이들은 우리 편이니, 절대 건들지 마라'는 암묵적 지침처럼 들리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천안함 좌초설, 세월호 고의 침몰설 같은 '창의적인 가설'을 유포하고, '고발뉴스'가 '다이빙벨 성능 과장'이라는 시트콤을 찍던 역사를 생각해보면, 대통령실이 이들에게서 어떤 '취재력'과 '공익성'을 발견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혹시 미래를 예측하는 신비로운 능력이 있거나, 사라진 공룡을 취재해오는 비범함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우리 편이면 다 좋다'는 지극히 단순한 알고리즘이 작동한 것일까?
언론의 역할은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라 배웠다. 그런데 지금은 권력이 특정 언론을 '우리 편 감시견'으로 만들고, 다른 언론을 향해 으르렁거리게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마당의 진돗개에게 특식을 주며 "저 옆집 개들 좀 물어뜯어라!" 지시하는 모양새랄까. 이런 비유가 불편하다고? 그럼 좋다. 당신의 상상력을 동원해보라. 국민의 당 집권 시절, 극우 유튜버들이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앉아 국정 현안을 질문하는 장면을. 아마도 온 세상이 뒤집어지고, ‘국격 추락’, ‘언론 탄압'이라는 플래카드가 서울 한복판을 수놓았을 것이다. 그 상상이 불편하다면, 지금 이 상황도 불편해야 마땅하다.
결국 이 모든 소동의 본질은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데 있다. 대통령실은 뜬금없이 '취재력, 보도실적, 공익성'이라는 삼위일체를 운운하지만, 그 선정 기준이라는 것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저 씁쓸한 웃음만 지을 수밖에 없다. '투명성'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인데, 어째 귀한 손님 맞이하느라 잠시 잊으신 듯하다. 이쯤 되면, 대통령실의 브리핑룸은 이제 단순한 뉴스 전달의 공간이 아니라, 특정 세력의 '입'과 '귀'를 책임지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진화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디까지 진화할지, 사뭇 기대된다. 부디 다음 진화는 좀 더 유익한 방향이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