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 박주현 >
뉴스를 보다가 '아, 이거 좋은데?'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최근 일본의 관세 인하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다. 한국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25%를 15%로 깎아냈으니 우리도 15%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분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 15%라는 숫자 뒤에 5,500억 달러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숨어 있다.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와 만나서 관세를 10% 포인트 깎아냈을 때의 일이다. 일본 언론은 물론이고 한국 언론까지 떠들썩했다. 연간 140억 달러 절약이라니, 숫자만 보면 대단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들어보았는가? "일본이 5,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수익의 90%는 우리가 가져간다." 이 말을 들은 순간 뭔가 이상하지 않았는가?
계산기를 두드려보았다. 140억 달러로 5,500억 달러를 회수하려면 39년이 걸린다. 39년! 그런데 그 5,500억 달러에서 나오는 연간 이자만 240억 달러다. 관세 절약분의 거의 두 배다. 마치 동전 몇 개 아끼려고 지갑을 통째로 맡겨둔 격이다.
이시바는 왜 이런 협상을 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정치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렸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3연패를 하면서 뭐라도 성과를 내야 했다. 눈앞의 15%라는 숫자가 절실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대가가 너무 컸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미국이 이 '성공 모델'을 한국에도 적용하려 할 것이다. "일본처럼 해보지 않겠는가?" 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4,000억 달러 정도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국 언론들은 여전히 "일본의 15%를 배워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것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제발 일본의 전철을 밟지마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냉정함이다. 숫자에 현혹되지 말고, 그 뒤에 숨은 진실을 봐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지지율에 정신이 팔려 관세율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되어 일본처럼 관세 인하라는 표면적 성과에만 집착하고 미래를 저당 잡히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15%도 좋지만, 그 대가가 무엇인지 먼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차라리 일본같은 협상결과를 받아오기보단 25%가 훨씬 나은 선택이다. 계산도 안해본 사람들의 말을 믿고 행여 우리도 비슷한 뉴스를 보게 될까두렵다. 그때 우리는 또 '협상 잘했다'고 박수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