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지시’를 명분으로 한 YTN 사장 축출 시도
더불어민주당이 YTN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포문을 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김백 사장이 지난 2월, 전한길 씨가 참여한 ‘탄핵 반대 집회’ 보도를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헌정 질서를 부정하며 내란을 선동하는 세력에게 공영언론의 마이크를 내어주라는 공정방송 파괴 지시”라고 규정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박창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사장이 “YTN 기자들을 내란 세력의 정치 선동 도구로 만들려 한다”며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사건의 발단은 YTN 노조가 제기한 의혹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 1일 김백 사장은 부산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대해 부산취재본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취재 지시를 내렸다. 이에 부산취재본부는 급히 기사를 작성하고 기사 누락에 대한 경위 보고까지 해야 했다는 것이다.
결국 방송장악의 속내를 드러낸 민주당 (그래픽=가피우스)
그러나 이 사건을 둘러싼 민주당과 YTN 노조의 격렬한 반응은 너무나도 정치적이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내란 선동 세력’의 집회를 취재하라는 지시는 곧 그들에게 ‘마이크를 넘겨주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는 사건 그 자체를 알리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논리적 비약이다. 이러한 프레임은 보도의 가치와 균형에 대한 논쟁을 선악 구도로 변질시키는 것이다.
언론이 전한길 집회는 보도하지 말아야 해?
YTN 노조는 김 사장의 행위가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을 보장한 YTN 방송편성규약과 경영진의 보도 개입을 금지한 공정방송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등 공식 지휘 계통을 무시하고 지역 본부에 직접 지시를 내린 것은 명백한 ‘폭거’라는 것이다.
반면, YTN 사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를 사장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반박했다. 사측은 방송의 최고 책임자인 사장이 보도 방향이나 편성 취지를 전달할 권한이 있으며, 단순히 취재를 지시했다는 사실만으로 위법이나 부당함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공정방송협약 제1조 1항에 명시된 ‘사장의 공정방송 실현 책무’를 근거로 들며, 시의적절한 보도가 이루어지는지 점검하는 것은 사장의 책임 범위에 속한다고 해석했다.
YTN 민영화와 ‘김백 체제’의 출범
현재 YTN에서 벌어지는 모든 갈등의 근원에는 ‘민영화’라는 거대한 이슈가 있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했던 공기업 지분이 유진그룹에 매각되면서 YTN은 사실상 민영화의 길을 걷게 됐다. 민주당과 YTN 노조는 이 과정을 ‘헐값 매각’, ‘장물 거래’라 비판하며, 대통령이 추천한 상임위원 2인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졸속으로 승인한 불법적 절차라고 주장한다.
김백 사장의 등장은 이 민영화 과정의 필연적 귀결이었다. 최대주주가 된 유진그룹은 과거 노사 합의의 상징이었던 사장추천위원회를 즉각 폐지하고 김 사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했다.
김 사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던 노조원들을 대량 해고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YTN 퇴사 후에는 보수 성향의 언론 감시 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초대 이사장을 지내며 야권의 비판을 받아왔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보도를 ‘스토킹’에 비유하는 등, 그의 과거 발언들은 분명 편파적이기는 하다.
민주당의 이중잣대
그러나 민주당이 YTN 사태에 대해 ‘언론 장악’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은 그들의 과거 행적과 비교할 때 심각한 ‘이중잣대’다. 그들이 외치는 ‘언론 자유’는 자신들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고무줄 잣대에 가깝다.
집권 시절, 민주당은 ‘가짜뉴스’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 했다. 당시 국내외 언론 단체들은 이것이 비판적 보도를 위축시키는 ‘언론 자유 침해’라고 강력히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언론의 신뢰도를 높여 자유를 확대할 것이라며 비판을 일축했다.
이러한 행태는 민주당의 ‘언론 장악’ 프레임이 얼마나 자의적인지를 보여준다. 보수 정권이나 기업이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장악’이고, 자신들이 하면 ‘개혁’ 또는 ‘정상화’가 된다. 민주당에게 ‘공정한 언론’이란 곧 ‘보수 진영에 비판적인 언론’을 의미하는 경향이 짙다. 김백 사장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YTN의 ‘돌발영상’이나 ‘뉴스가 있는 저녁’ 같은 프로그램이 야당에 극도로 편향된 보도를 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이 이러한 비판에 침묵했던 모습은 현재의 격렬한 반응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결국 YTN을 향한 민주당의 공세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모든 언론을 적으로 규정하고 고립시키려는 정치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YTN의 새로운 경영진과 민영화 과정을 ‘내란 부역 세력’과 결부시켜 그 정통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함으로써 , 향후 YTN이 내놓는 모든 비판적 보도를 ‘친정권 편파 방송’으로 낙인찍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더 나아가 김백 사장을 퇴임시켜 그 자리에 정권의 나팔수를 세우려는 속내는 너무나 뻔히 보인다.
‘방송 장악’은 누가 하고 있는가
YTN을 둘러싼 작금의 사태는 ‘보도 개입’이라는 얇은 막 뒤에 가려진 거대한 정치 투쟁의 본질을 드러낸다. 김백 사장의 보도 지시 논란은 민주당과 YTN 노조가 방송사의 민영화 결과를 되돌리고, 새롭게 들어선 경영진을 축출하기 위해 동원한 명분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진정한 목표는 YTN의 편집권 독립 수호가 아니라, 과거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었던 미디어 지형을 복원하는 것이다. 그들의 행동은 보수 성향의 논조를 가질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방송사가 자리 잡기 전에 이를 무력화시키려는 선제공격에 해당한다.
만약 이러한 시도가 성공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언론의 다원성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 수호라는 고상한 언어로 포장된 민주당의 행위는 사실상 특정 이념의 독점을 강요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진짜 논점은 김백 사장이 보도에 개입했는가 여부가 아니라, 과연 민주당이 특정 방송사의 경영진과 보도 내용까지 좌지우지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총 칼로 국민들을 유린했던 전두환도 울고 갈 실력이로다. 이게 진보의 민낯이라면 없어지는게 당연 맞을듯
언어를 어느 진영에 붙이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내로남불의 시대. 이재명을 비판하면 서슴없이 내란동조 세력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걸 창피한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넘 많아서 피곤.
기사 잘 읽었습니다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건지 어질어질합니다
이러면 안되지요
이 광기의 시대가 언제 끝나려나.. 항상 좋은 기사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입장이 바뀌었다면 세상 무너진 것 처럼 떠들어댔을텐데.. 민주당.. 진짜 징글징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