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박주현>
김현 의원이 발의했다는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의 취지를 읽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겠단다. 콧방귀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 법안을 보노라니, 언론 장악이라는 네 글자가 섬뜩한 그림자처럼 등 뒤를 덮쳤다. 방통위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겠다니, 그 노골적인 발상에 헛웃음이 터졌다.
이 법안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속내는 빤하다.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를 없애고 그 역할을 할 기구를 그럴듯한 이름으로 누구의 방해도 받지 못하도록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고, 덤으로 임기가 보장된 골치 아픈 이진숙 또한 방통위의 해체를 핑계로 쫓아낼 수 있고 언론까지 대통령 손아귀에 넣겠다는 심산이다. 이쯤 되면 꿩 먹고 알 먹고, 고랑 치고 가재 잡고, 심지어 마당 쓸다 돈까지 줍겠다는 격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행보는 군사 독재 시절의 언론 통폐합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는 물리적인 폭력이 언론을 짓밟았다면, 이제는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언론을 길들이려는 교활한 시도다. 심지어 콘텐츠 심의를 담당하는 방심위마저 시청각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로 개편하고 위원장 인사청문, 탄핵소추 근거까지 마련하겠다니, 심의권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심의를 강요하겠다는 노골적인 의도가 엿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죽은 듯 보여도 엄연히 아직 숨쉬고 있다. 그의 가신들이 대통령 연임을 슬쩍슬쩍 흘리는 것 도 사법의 칼날을 막으려는 시도 아니었나. 그 몸부림이 이제는 미디어의 목줄까지 죄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미디어 정책을 대통령 직속으로 일원화하겠다는 법안이라니. 방탄 정부를 넘어 방탄 미디어까지 구축하겠다는 셈법이 너무나 뻔해서 실소가 터져 나올 지경이다. 정작 나라 경제상황이 좌우될 대미 관세 협상 시한은 코앞인데, 이런 다급한 '묘수'에만 몰두하시니, 진짜 묘수는 나올 기미조차 안보인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정권에 불리한 내용은 걸러지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외치지만, 사실상 이는 선제적 언론 통제에 가깝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언론을 권력에 종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하고 언론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일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대응은 필요하지만, 그 방식이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과연 이 법안을 통해 어떤 미디어 세상을 꿈꾸는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뉴스만 흘러넘치고, 비판의 목소리는 사라진, 그런 통제된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은 아닌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언론 자유를 훼손하려는 시도. 그 앞에서, 당신의 눈과 귀는 지금, 정말 자유로운가?
이번 홍수피해만 봐도 그간 언론의 행적을 감안해도, 행정부와 대통령실의 안일한 대처와 책임회피에 대한 비판 기사가 쏟아질 법도 한데, 이렇게 쥐 죽은 듯 조용한 걸 보면 의회와 행정부를 장악한 막강한 권력 앞에 언론은 그 이름표가 무색하게 이미 충분히 알아서 기고들 있는데 그럼에도 뭔가 부족하게 느껴져 그마저 목줄을 채워야겠다 다짐하는 걸까?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몇 달 못가. 엥간히 해라.
여기서 더 나빠질 수도 있다니....
답답하다. 수해 언론보도도 그렇고... 답답하다. 이제 동굴 입구인데. .. 출구가 안 보인다
북한중국보다 더 한 나라를 만드는게 목표인가봅니다.
지금도 언론 장악 한 듯 보이는데 이젠 아예 본인들 맘대로 좌지우지 하겠다라 21세기가 맞나 정말 해야될껀 하나도 안하고 독재 정권 만들기에만 혈안이 되있네 에휴..
합법이라는 이름아래 모든것을 독재화 시키는 중이네요.
저것들 하는 짓거리를 보면 군부독재와 입법독재의 차이를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