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흠(전 국회입법조사처장)
이런 사람이 어떻게 새 정부의 초대 인사혁신처장으로 임용됐는지 놀라울 뿐이다. 유일한 근거는 이재명 대통령을 두고 ‘하늘이 낸 사람’이라는 천부제왕론(天賦帝王論)을 펼친 게 고리로 읽힌다. 일찍이 이 대통령을 21세기 정조로 칭송했던 어느 교수가 떠오른다. 그는 22대 총선에서 논란을 뚫고 국회의원 직을 얻어 여의도 국회의원이 됐다. 신임 인사혁신처장은 더 심각하다. 천부제왕론을 펼쳤을 뿐 아니라, 그 제왕에 충성하지 않은 듯 보이는 정치인들을 향해 기회주의자, 배신자로 비난까지 했다. 바로 두세 달 전에도 그랬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이야기다. 22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논란의 인사에 대해 의견을 묻자, “집에 TV도 없고 신문도 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정부 인사 담당 부처의 책임자가 TV도 안 보고 신문도 안 보니 정보를 모른다는 황당한 답을 했다. 오히려 인사 후보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청문회를 지켜보아야 할 책임자가 부끄럼 없이 그런 소리를 하고 법사위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부끄러움을 넘어 뻔뻔했다. 정부 인사의 필수적 관문의 책임자가 그런 자세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신임 국무위원, 지방시대위원장 임명장 및 위촉장 수여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장 수여를 돕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뿐만 아니었다. 그동안 각종 발언도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를 맡은 사람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문재인이 오늘날 우리 국민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천’이라는 발언은 그의 개인적 판단이라고 치자. 그러나 정부 인사에서 도덕성을 따지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는 도덕성 무용론까지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인사 검증 기준은 멍청한 기준’이라며 ‘과거 도덕성 가지고 시비 붙는 건 진짜 멍청한 것’이라고 했다. 바로 지난 6월 본인의 유튜브에서 했던 발언이다. “사생활을 들춰내어 공격하는 저 더럽고 비열한 도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20년 7월에는 박원순 전 시장 성희롱 사건을 두고도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기획처럼 보인다'는 기획설을 제기했다. 2차 가해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이처럼 대단히 강한 정치적, 사회적 발언을 해왔던 인사다. 매우 극단적인 발언들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정부 인사의 임용과정을 담당해야 할 부처이다. 공직 인사의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은 공무원의 품격과 역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국가공동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 극단적이고 편파적인 언사를 해 온 사람을 그 책임자 자리에 보임한 것이다.
정치권이나 관료가 아닌 민간인을 기용해 인사혁신의 바람을 기대하는 취지로 등용했을 수 있다. 이전에도 기업 인사 담당자를 장으로 임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기존의 관행과 기득권을 넘어서는 참신한 전문성을 기대하기에는 이미 과도하게 정치화된 경우가 드물지 않다. 정치와 공공 영역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채, 어설프게 정치화된 문제점만 노출되는 경우들이다. 일반 민간인들 뿐 아니라, 교수 같은 전문가들에서도 그런 양상이 종종 나타난다. 어설프게 정치화된 고집이 전문성과 참신성이라는 장점을 묻히게 만든다.
정무적 공직 자리는 여론·의회·정당의 흐름을 읽고, 정책의 타이밍과 메시지를 조율하는 능력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정치인이나 관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일정한 역할 수행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만 고위 공직자의 등용은 메시지이자 권력이라는 점에서 보아야 한다. 등용했을 때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가? 과연 그런 권력 자리를 저 사람에게 주는 것이 국민 통합과 신뢰에 도움을 주는 것인가?
'도덕성보다는 일 잘하는 게 최고'라는 최 인사처장의 인식은 공직 인사 원칙의 ABC를 버리고 공동체의 도덕 기반을 스스로 붕괴시키는 일이다. 도덕성이 무너진 권력은 불공정과 비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국민 맘에 안들 경우 교체하면 된다는 임명권자의 미션을 돌직구로 수행할 관문 담당자로 뽑은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민간인을 표방하면서 어설프게 정치화된 인사의 독선은 매우 위험하다. 정부 인사의 합리적 검증과 조율을 책임지는 인사혁신처장의 자리는 더욱 그렇다.
이 기사에 4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나라가 걱정됩니다..
25세 딸이 이제 자기는 어떻게 해야하냐며 미래를 걱정하더라
이재명과 같은 부류의 인사네요.
이 나라가 언제쯤 정상으로 돌아올런지...
돌아오기나 할런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좋은 기사 잘읽었습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는데
이 정부에서는 인사가 참사라는 말을 만들어 내고 있네요
인사참사의 일상화라니 나라가 매우 걱정됩니디
윤석열정부도 더 엉터리 범죄인말 골라서 등용하는것 같네요.. 윗물이 탁하니 아랫물 탓할수가..
다음 총선이 28년입니다. 너무 많이 남았어요. 그 전에 방법을 찾지 못 한다면 국운이 다 한 것이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저런 자를 인사혁신처장에 앉힌 그 자의 무능 무지 뻔뻔함이 더 소름.
정말 귀한말씀 잘 보았습니다
정말 화를 참기가 힘든 요즈음
덥기까지해서 힘듭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상적인 인사를 찾아보기 힘든 새 정부 답답합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정말 도덕의 기준이 바닥으로 떨어짐을 느낍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걱정이 많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국가에 충성할 인재를 발탁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매일매일 대한민국 멸망전을 보고있는 느낌입니다.
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1도 없는 정부입니다.
김만흠 정책실장님 글 잘봤습니다 ^^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낙수효과는 거의 없다는게 입증됐는데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흐려진다'는 말은 매순간 입증되는 것 같아요. 답답하고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좋은칼럼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고맙습니다.
김만흠 처장님의 귀하신 말씀을 팩트파인더에서 뵙게 되다니
독자 1인, 무척 영광입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자주 뵙길 희망합니다
천천히 정독했어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좋은 글고맙습니다
너무나 좋은 글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읽고 싶습니다.
"도덕성이 무너진 권력은 불공정과 비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공감합니다.
김민흠 전 처장님 글은 늘 귀하게 읽습니다. 호사가라는 속칭조차 아까운 떠벌이들이 혹세무민 해오는 중, 진짜 지성인 지식인으로 알려져야 할 분이시라 생각해요.
뭐하려고 정진하고 공부한다고 생각하는거야. 하늘에서 내린 전과4범을 찍는 국민 수준인데 교육부장관이 되서 도덕 교과서를 없애
이재명 정권에서 정상인은 없는 걸로 보입니다
정말 뉴스보면서 기가막히더라고요 어디서 저런 인사들만 모아오는지
귀한 글 정말 감사해요! 자주 써주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물은 흘러갑니다.
글 너무좋네 자주보고싶어요
여기서 좋은 기사로 만나뵙게되어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