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만 보이는 가난의 색깔 (그래픽-가피우스)
광주시는 최근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선불카드로 지급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초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카드는 남색, 차상위계층 및 한부모가족에게 지급되는 카드는 연두색 등 카드 색상을 다르게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카드에 충전 금액이 명시되고, 금액에 따라 색깔까지 구분되자, 수급자들은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자신의 경제적 처지를 드러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드러낸 것은 충전금액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성지'라는 이름 아래 가려져 있던 차가운 무관심과 배타성의 그림자였다.
논란이 불거지자 광주시는 다른 지역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급하는 곳이 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행정 착오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성지로 불리는 광주가 다른 지역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도 되는 것인가? 광주는 더 높은 기준을 보여주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나는걸까?
이러한 변명은 광주 내부에서도 즉각적인 비판에 직면했다. 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다른 지역에서 카드 색상을 구분하더라도 광주는 달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서울시는 선불카드를 지급하면서도 금액을 표기하지 않아 낙인 효과를 최소화했다. 인천과 경기도 등은 아예 선불카드 지급 방식을 택하지 않아 논란의 소지를 원천 차단했다. 가장 극명한 비교는 바로 이웃한 전라남도다. 전남 역시 선불카드를 지급했지만, 색상으로 계층을 구분하는 무신경한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외부로부터의 고립, 더 심각한 내부의 고립
가난에 색깔을 부여한 이번 사태는 광주라는 도시가 가진 또 다른 '색깔'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정치색이다. 빈자들이 남색 카드로 인해 겪는 소외감과 위축감은, 이 도시에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소수자들이 느끼는 고립감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약 10년 전 광주를 찾았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인심에 대한 감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도시 곳곳을 뒤덮은 정치 선동 현수막과 작은 극장 스크린 좌우에서 영화 감상을 방해할 정도로 번쩍이던 붉은 글씨의 정치 슬로건을 보며 섬뜩함을 느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은 이 도시에 살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러한 인상은 최근 총선 과정에서 더욱 확고해졌다. 내가 지지하는 소수 정당 후보를 돕기 위해 만난 수많은 택시 기사 중,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은 한결같이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며 탐색한 뒤에야 비로소 "나도 그 후보를 지지한다"고 속삭이듯 고백했다.
그들은 다른 어떤 정치색 강한 도시에서도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고립과 위축"을 겪고 있었다.
민주당은 이 지역에서 거의 종교에 가까운 지지를 받으며, 사실상의 일당 독점 체제를 구축했다. 이로 인해 건강한 정치적 경쟁은 실종되었고, 시의회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상실했으며, 이는 비리와 무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참여자치21과 같은 지역 시민단체조차 민주당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감과 불신을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수가 되면 안도하고, 안도하면 타인에 배려를 잊는 것. 광주 가진 일방향성을 잘 설명하는 문장이 아닐까. 이런 도시에서 진보적 슬로건은 넘실대지만 진보적 태도는 찾아보기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이곳은 거대한 파놉티콘이다.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민주당 너무 잔인하고 혐오스러워요
잔인하다. 그쪽 민주당 특히
민주당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라고 하기엔 갑작스런 안철수 신드롬도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환영받지 못했다는 점도 이낙연 총리님에 대한 악의적인 시선도 있으니 외부인은 이해가 힘든 정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
민주도 없고 사람의 가치도 향기도 없다.
무지하고 우악스러운,
황폐하고 퇴락한 정치질의 냄새만 고을 가득 흘러넘친다.
너무 끔찍하고 무섭습니다.
괴물에게 나라가 먹히고 있는 것 같다
참 알수록 절망이네요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