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민생을 돕고싶은 건가, 아님 코나아이를 돕고 싶은건가?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7-22 15:04:54
  • 수정 2025-08-05 04:05:14

기사수정
  • 감옥에서 쿠폰 받고, 시골에선 쓸 곳 없고...
  • 카드 발급비 2천원 vs 타사 무료... 전국 지자체 '멘붕'.
  • 현금 지급하면 끝날 일을... 왜 의심을 불러일으키며 특정업체를 고집하는가?

<그래픽 :박주현>


코나아이의 황금 거위와 우리의 민생


충북의 어느 작은 군청 공무원이 한숨을 쉬었다. 12만 장의 소비쿠폰을 발급해야 하는데, 한 장당 2천원씩 수수료를 내라고 한다. 계산해보니 2억4천만원이다. 다른 카드사에 문의하니 거의 공짜라고 한다.

이게 지금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현주소다.

현 정부가 내놓은 설계도는 그럴듯했다.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원에서 55만원까지 소비쿠폰을 지급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 하지만 실행 과정을 들여다보니 웃지 못할 상황들이 속속 드러났다.

먼저 서울구치소 이야기부터 해보자.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의 모든 수감자들이 이 쿠폰을 받는다. 온누리상품권 형태로 받아서 출소할 때까지 고이 간직했다가 나중에 쓴단다. 교도관이 수감자에게 "경기 활성화를 위해 쿠폰을 드립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경기 활성화가 목적인 정책에서 당장 쓸 곳도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셈이다.

지방 소도시는 더 기막하다. 연매출 30억원 이하라는 조건을 맞추는 가맹점을 찾기 어려운 곳이 태반이다. 그래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협 하나로마트까지 사용처에 포함시키자는 논의가 나온다. 결국 살려야 할 골목상권은 뒷전이고, 이미 잘나가는 대형마트만 배불리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혹시 이게 우연일까?

이 모든 혼란의 중심에 '코나아이'라는 회사가 있다. 경기 지역화폐를 운영하는 이 업체는 카드 발급 수수료로 장당 2천원을 요구한다. 일반 카드사들이 무료이거나 500원 정도에 선불카드를 만들어주는 것과 비교하면 4배나 비싸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들은 아예 지역화폐를 포기하고 선불카드로 갈아탔다. 지역경제의 구세주라던 지역화폐가 높은 수수료 때문에 외면받는 코미디가 벌어진 것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코나아이만 웃는다"고 지적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이렇다. 코나아이는 웃고, 국민은 당황하고, 정부는 손뼉을 친다.

해법은 뻔하다. 현금으로 주면 된다.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때 저소득층에게 현금을 줬더니 95.9%가 소비로 이어졌다. 발급비용도 안 들고, 사용처 고민도 없다. 하지만 정부는 '소비 진작'을 명분으로 현금 지급을 거부했다.

참 이상한 논리다. 소비를 늘리려면 현금이 가장 효과적인데, 그걸 배제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어서 특정 업체만 살찌우는 길을 택했다. 목적지로 가는 고속도로가 있는데, 굳이 산길로 돌아가면서 톨게이트 요금까지 내는 꼴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누구나 예상하지만, 또 누구도 선뜻 말을 못한다.

그렇게 민생회복이라는 그럴듯한 간판 아래서 벌어지는 일은 이렇다. 수감자는 쓸 수도 없는 쿠폰을 받고, 지방 주민들은 쓸 곳이 없어서 답답하고, 그 사이에서 코나아이 같은 업체들만 수수료를 긁어간다.

카프카의 『성』에서 주인공이 성에 들어가려 애쓰지만 결국 들어가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민생회복이라는 성문 앞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성 위에서는 누군가 태평하게 차나 마시면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을 테고.

진정한 민생회복은 복잡한 게 아니다. 쓸 곳 없는 지역엔 현금을, 당장 쓸 수 없는 사람들에겐 나중에,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 세금으로 특정 업체만 배불리는 황당한 구조부터 없애는 것. 하지만 이런 구조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원고료 납부하기
관련기사
TAG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 기사에 1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1 14:00:19

    징글징글하다.  코나이이 도데체 이재명이랑 뭔 관계길래 저래..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01 08:23:46

    진짜 정책 하나하나가 다 문제에다가 외교는 굴욕적이고. ㅜ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31 12:47:47

    직장은 서울이고 주소지는 경기도라 쿠폰쓰기 정말 애매함. 경기도 사는 조카들 음식배달 시켜주려고해도 내카드로 매장가서 결제해야함. 치과 치료를 하려고 해도 내가 가는 치과는 서울에 있어서 쿠폰사용 못함!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31 00:37:53

    범쬐명씨 때문에 나라꼴이 이게 뭔지 답답하네요 언론에서 조용하니 아는 사람만 알죠 코나아이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31 00:37:39

    범쬐명씨 때문에 나라꼴이 이게 뭔지 답답하네요 언론에서 조용하니 아는 사람만 알죠 코나아이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31 00:36:50

    뭐… 민생지원금 준다 할때부터 세금으로 생색내고 배불리 해먹을 생각하는구나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나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30 22:46:02

    너무 답답하네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23 02:21:39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코나아이 돈은 죄통놈 돈이 확실합니다. 삥 친 돈으로 더불어사기당 국개놈들 환심에 성공했고 비명들까지 다 잠재운게 확실합니다. 유튭은 말 할 것도 없고 모든 것이 코나아이가 수익을 올릴때마다 보험 배당금은 늘어 날 것입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22 22:59:51

    코나아이요.
    연일 주가 폭등에 상품권 수수료에 사용처 찾아다니기 번거롭고 어려운 사람들 소비쿠폰도 코나아이로?
    이내저래 이재명은 돈에 깔려서 죽을수밖에 없겠네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22 21:17:54

    길어야 몇년이 단데 뒷감당 우째 할려고… 아~ 법을 뜯어고치면…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22 20:39:13

    드럼통이랑 코나아이와 어떤 고리가 있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반복한답닏까?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22 19:06:48

    민생회복이 아니라 코나아이 배불리기네요 답답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minn19712025-07-22 16:49:01

    이건 나중에 꼭 파헤쳐야 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5-07-22 16:24:38

    알 듯 모를 듯한
    구린 냄새 진동하는 시꺼먼 속내,
    그것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다.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07-22 15:59:02

    그러게요. 현금으로 주면 간단한데 왜 저렇게 굳이굳이..

  • 프로필이미지
    minte2025-07-22 15:58:54

    진짜 코나아이 수상

  • 프로필이미지
    honeycat2025-07-22 15:58:14

    쓰기 힘든 곳일수록 돈을 더 줬죠. 이게 우연일까요?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협상 하루도 안돼 알려진 30분의 치욕 치욕의 청구서가 도착하고 하루가 지났다. 이제 양국 언론을 통해 그 ‘협상’의 후일담이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압축적인 묘사는 “펜도 필요 없었던 30분”이라는 트럼프의 만족감 섞인 회고일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 주권 일부가 대서양 너머로 이전되었다. 시장의 평가는 즉각적이었고, 계산은 정확했...
  2. 버닝썬 비서관이 괜찮다면 페미니즘도 말하지 마라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 중에 과거 버닝썬 사건의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했던 변호사 출신 인물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것도 공직자의 규율과 기강을 바로잡고 비리를 감찰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이라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018년에 드러난 ‘버닝썬 게이트’는 우리 사회의 여성...
  3. [사설]어떤 간신이 광복절에 취임식을 '또'하라고 속삭였을까? '국민임명식' 이름 한번 기가 막히게 지었다. 이미 취임 선서를 하고 업무를 시작한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두 달 만에 또 취임식을 한단다. 그것도 나라를 되찾은 광복절에, 광화문 광장에서, 1만 명을 모아놓고 말이다. 대통령실은 "국민이 대통령을 '나의 대통령으로 임명한다'고 선언하는 자리"라고 포장한다.하지만 이 .
  4. 이재명에 환호했던 어떤 변호사의 일기 : 이재명에게 실망이다. 보도블록시장 시절 보도블록 한 장까지도 챙긴다던 그 호기로운 이미지는 허상이었나? 아니면 고작 보도블록이나 챙기는 정도의 그릇이었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자화자찬 했던 일은 갑자기 자기 밑에 직원이 자기 몰래 추진한거란다. 보도블록 챙기느라 바빴나? 도지사가 되어서도 자기가 손수 자리까지 만들어 ‘통일’부...
  5. 전병헌, 관세협상 두고 “자화자찬 아닌 자해, 조공 외교의 자화상” 이재명 정부가 최근 한·미 관세협상을 두고 “역대급 성과”라며 자화자찬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오히려 자해에 가까운 셀프 풍자”라고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과연 이재명 정부”라는 여권 내 찬양성 멘트를 거론하며, “이 정부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내는 한마디”라...
  6. 김건희특검의 ‘윤석열 속옷 브리핑’ 유감 두 번째 수감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내란 재판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김건희특검이 어제 오전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불응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특검은 기자들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이 "속옷 바람으로 누워 있었다"는 내용의 브리핑..
  7. 이재명 측근 김진욱, 국제마피아파와 연루 의혹 속 총리실 임명 철회 이재명 정부 '보은 인사' 논란 가속... 김진욱 임명 철회에 '버닝썬 변호사' 임명까지 겹쳐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진욱 씨가 국무총리실 정무협력비서관으로 임명된다 7일 국무총리실은 밝혔었다. 정무협력비서관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고위공무원 ‘나’급(2급) 직위다. '일신상의 이유'로 하루 만에 자진 철..
  8. 유능하다는 망상, 4천억 달러가 증명하는 친중의 대가 때로는 숫자가 가장 정직한 폭로다. 변명도, 수사도, 감성도 거세된 채, 냉혹한 진실의 뼈대만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앞에 던져진 숫자들을 보라.일본의 경제규모는 대략 우리의 2.15 배다. 그들이 5,500억 달러를 낸 것을 우리 체급에 맞춰 단순 환산하면 약 2,000억에서 2500억 달러면 충분할 것이다. 유럽연합 30개국이 그나마 자신들...
  9. 이재명 '광복절 야간 임명식'에 전병헌, '대관식 하냐' 직격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저녁, '대통령 국민 임명식'을 열겠다고 밝히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미 두 달 전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상황에서, 전례 없는 야간 행사를 강행하는 배경을 두고 야권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총공세를 폈다.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
  10. [속보] 관세 25%→15%. 미국제품 무관세. 美농산물 트럭 완전개방 한국이 미국에 3천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한국과 무역 합의를 체결하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2주 내로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