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한복판에서 중국인들의 흉기 위협이라는 극단적 도발 앞에서 우리 해경이 속수무책이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 악화 방지'에만 얽매인 해경의 안일하고 소극적인 대응 원칙을 '주권 수호' 중심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인들이 서해에서 우리 조사선에 대해 흉기로 위협을 가했다. (사진=나포된 불법조업줃인 중국어선 연합뉴스)
지난 2월, 중국인들이 우리 온누리호 선미에 보트를 타고 따라붙어 흉기를 이용해 위협을 가했다. 이때 해경의 대응은 현행 원칙의 총체적 실패를 보여줬다. 코앞 3.7km 거리의 함정은 흉기 위협을 보고받고도 출동하지 않았고, 100km 밖에 있던 엉뚱한 함정을 '즉응태세'였다고 둘러댔다. 이는 일선 대원들의 판단 미스를 넘어, '조용히 상황을 관리하라'는 소극적 지침이 낳은 예고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처럼 '분쟁 회피'와 '현상 유지'에만 매몰된 대응 원칙은 중국에게 '이 정도는 도발해도 한국은 대응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뿐이다. 상대가 우리의 대응 수위를 훤히 예측하고 마음껏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현재의 구도를 반드시 깨야 한다.
이제는 대응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상황관리'가 아닌 '적극적 주권수호'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장 지휘관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우리 선박과 인력에 대한 위협이 발생했을 시 즉각적인 차단 및 격리 등 적극적인 조치를 우선하도록 교전수칙과 관련 교범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말로만 '강력 대응'을 외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해경이 자신감을 갖고 우리 바다를 지킬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도, 즉 새로운 대응 원칙을 마련해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