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세계 유람단의 자랑스러운 모험 (그래픽-가피우스)
런던의 찬밥, 추미애와 최민희
새 정부의 출범을 알리는 대통령 특사 파견은 그 나라의 국격과 외교력의 첫 시험대다. 이재명 정부는 야심 차게 곳곳에 특사단을 보냈지만, 그중 영국에서 들려온 소식은 아주 민망한 수준이다.
추미애 의원이 이끈 영국 특사단은 런던에서 조나선 파월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는 '체면치레용' 사진 한 장을 건진 뒤, 외교부의 차관보 급인 정무차관과 국방부 차관급인 국무상, 행정부가 아닌 입법부의 하원 부의장 등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대통령을 대리하는 특사가 상대국 2, 3선급 실무자들을 만나고 다닌 셈이니, 이걸 외교적 성과라고 포장하면 정말 낯이 뜨거워진다.
조나선 파월 영국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난 대통령 특사단. 사진=외교부 제공
영국이 특사단의 정치적 성향과 전문성을 꿰뚫어 보고 의도적으로 '선택적 홀대'를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보은 관광'이 우선?
영국에서의 외교 참사가 예견된 재앙이었던 이유는 특사단 명단에서부터 명확히 드러난다. 이번 특사단은 외교 전문가 그룹이라기보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도운 '친명계 공신들의 포상 휴가단'에 가까웠다.
프랑스 특사단장은 대선 후원회장을 지낸 강금실 전 장관 , EU 특사단장은 선대위원장이었던 윤여준 전 장관 , 영국 특사단장은 명예 선대위원장이자 대통령과의 '동지적 관계'를 과시한 추미애 의원이 맡았다. 단원들 역시 당대표 비서실장 출신인 천준호 의원 , 캠프 미디어특보단장이었던 최민희 의원 등 친위대로 가득 채워졌다.
이들 다수는 외교와 무관한 경력을 가졌다. 추미애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출석률 0%라는 진기록을 세운 바 있고 , 최민희 의원의 (그나마) 전문 분야는 언론이다. 이런 '보은성 인사'는 외교를 국내 정치의 논공행상 도구로 전락시킨다. 전문성 없는 '캠프 동창회'가 벌이는 해외 유람에 국민의 세금과 국가의 자존심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낯뜨거운 '친명 패키지 관광'
국민은 고물가와 안보 위기 속에서 신음하는데, 어떤 이들은 국민 세금으로 '친명 세계 유람단'이라는 호화 패키지여행을 즐기고 있다. 이 여행의 티켓은 오직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으로만 구매 가능한 모양이다. 유람단의 기착지 런던에서 우리 특사단이 받은 대우는, 한마디로 '굴욕'이었다. 국가안보보좌관과의 기념사진 촬영이 끝나자마자, 이들은 곧장 차관보급 주니어 장관들에게 '토스'되는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이 코미디의 백미는 특사단의 인적 구성이다. 명단은 외교관 명부가 아니라 대선 캠프 공신록처럼 보인다. 선대위원장, 후원회장, 비서실장까지. 이제 대한민국 외교관의 자격 요건은 '캠프 경력'이 필수인 시대가 된 모양이다.
'친명 세계 유람단'의 청구서는 단순히 예산 낭비로 끝나지 않는다. 그 대가는 앞으로 우리가 오랫동안 지불해야 할 국제적 신뢰의 추락과 국격의 손실이다. 부디 기념품이라도 두둑이 챙겨왔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의 자존심은 이미 런던 어딘가에 버려두고 온 듯하니 말이다.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관광은 개인 돈으로 가라
저들도 굴욕이란걸 느끼고왔어야할텐데 보통의 사상들이 아니니 그럴리없겠죠
정말 통탄할 노릇이네요. 저들은 굴욕감도 못 느낄 겁니다. 개딸들에게 보여 줄 사진만 필요할 뿐이죠.
예견된 일!!!
깊이 공감합니다
애당초 포상 유람단이었던 것으로...
가만히 있는 것만도 못한 외교,
국격이 어디까지 추락할지 모를 일을 벌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