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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5-07-20 11:47:12
  • 수정 2025-07-28 10: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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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나는 '이재명은 어떻게 민주당을 삼켰나 : 정부 '이름'을 중심으로'라는 칼럼을 썼다.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수 년간 궁금해하던 질문인 '어떻게 민주진영의 비주류인 이재명이 민주당을 장악할 수 있었나'에 대해, 내 나름의 분석방법인 '정부 별칭의 의미 고찰'을 통해 간단히 정리했다. 


감사하게도, 해당 칼럼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이제 우리 어디로 가야 할까요? 마음은 바쁘고, 날 저문 길은 어둡고"


그에 대한 짧은 답을 해볼까 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어디로 가지 않아도 좋다. 

마음은 바쁘다. 

그러나 진짜 바쁘고 급한 쪽은 범죄와 불의를 감추려 애쓰는 자들일 것이다. 

범죄와 불의를 밝혀내고 기록할 사람들은 바쁠 일이 없다. 

날은 저물고 길은 어둡다.  

같은 마음이다. 그러나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 


지금 우리가 겪는 상실감의 이유는 간단하다. 

불의한 정권을 비판하고 심판해야 하는데, 두 전직 대통령은 돌아가셔서 말이 없다.

남아있는 한 사람의 전직은 불의한 타인만 비판할 뿐, 불의한 자기 진영에는 아무 말이 없다.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우리의 지도자는 잇단 선거 패배의 상흔을 달래느라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가장 위급하고 중요한 시기에, 가장 필요한 사람을 놓쳐버린 것 같다. 

방향을 잃은 듯한 막막함과 상실감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은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 는 가르침을 남겼다.  

'이의 있습니다' 라고 손들어 외치라는 용기를 보여줬다. 

우리가 지지하는 지도자는, 필요한 순간에 우리와 한 목소리를 내기를 주저한 적이 없다. 

자기가 쌓아온 모든 평판과, 가만히만 있어도 누릴 수 있는 안온함을 버리고 불의에 맞섰다. 

그러니 우리는 그저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우리가 만든 당의 대표는 지금도 선두에 서서 불의한 정권을 꾸짖고 있다. 

막막하고 혼란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곳곳에 남아있는 우리의 동지들은 계속 불의한 정권을 비판할 것이고, 

우리는 그 옆에서 함께 구호를 외치고 때로는 스크럼을 짜면 된다. 

저들의 불의함을 비웃고, 전하고, 토론하면 된다. 

허무할 것은 하나도 없다. 


굳이 우리가 떠나온 저 '민주' 진영만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다른 진영을 둘러보면 그들 각자의 자리에서 옳은 말을 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바른 목소리를 내는 논객도 있다.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말을 보태주면 될 일이다.

진영의 굴레에 갇혔을 때는 외면했던 이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것 또한 좋은 일이다. 

그들의 소신과 평론들을 참고하며 우리의 생각을 보태면 될 일이다. 


정치에 있어 가장 큰 무기는 무엇일까? '세력'은 절대적인 것 처럼 보이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하나의 세력이란 것이 지루할 만큼 오래 가는 것도 군사독재 시절 이후에는 본 바가 없다. 

지금은 80년대 와는 또 다른 세상이다. 

공허한 정치적 선전과 거짓정보가 빨리 퍼지는 만큼 

새로운 정보도, 거짓을 바로 잡는 힘도 더 빠르게 작용한다고 믿는다. 

거짓과 무능은 결국에는 티가 나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 먼지처럼 천천히 쌓여갈 것이다.  


공지영 작가는 산문집을 통해 '외로움'을 말했다. 

그것도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력을 쫒지 않고, 우르르 몰려다니지 않고,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외로웠다.  

어떤 사람들은 그 외로움이 두려워 선거가 끝날 때마다 진영을 찾아 투항하곤 한다. 

당당하게 잡았던 손을 슬그머니 놓고, 긴 글로 변명하는 이들도 많이 봤다. 

그러나 간 사람은 새 사람으로 채워지는 법.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래로 

떠난 이들의 자리가 더 많은 새로운 동지들로 채워지는 것을 숱하게 보고 겪었다. 


지금 외롭다면 나와 당신이 옳은 곳에 당당히 서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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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9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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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2 19:07:37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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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1 16:37:48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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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eycat2025-07-21 09:36:51

    제 외로움의 서사를 완성해준 명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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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1 08:38:43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향이 옳고 동지들이 있으니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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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1 00:49:52

    가야죠. 마지막 문을 닫는 건 제 몫이 아닌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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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1 00:47:34

    갑희님도 그 안온한 진영으로 오라고 회유를 많이 당하셨을 것 같은데 외롭게 여기 계시는 거겠죠. 외롭고 힘든 길이지만 때론 길잡이로, 때론 나란히 걷는 동지로 함께 해주셔서 노고가 많으시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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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dongong2025-07-20 19:43:34

    눈물이 나네요. 서로 위로하고 위로해주며 또 같이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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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farm2025-07-20 17:34:33

    울컥하게 만드는 진심의 글에 위로 받습니다.
    지금 많이 외롭지만 옳은 길에 서 있음에 마음은 당당합니다.

    *자동 로그인 계속하게 둘 수 없나요?
    하루 이틀이면 풀어져 다시 로그인하게 만드니
    때론 귀찮거나 바빠서 좋아요, 댓글을 안 달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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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p772025-07-20 14:56:38

    우리 지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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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0 14:46:05

    힘들지만 내가 선택한 방향이 맞다는것으로 위로하며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늘 명쾌하게 풀어주셔서 큰 의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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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0 14:01:19

    정신도 항상 곁에 있어 주시잖아요.  서로 의지하면서 가면  덜 힘들고 기운도 나니까  지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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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0 13:13:51

    울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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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martin2025-07-20 12:39:27

    너무나 위로가 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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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0 12:27:49

    갑희님 멋져요.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이끌어주는 지도자와
    같은곳을 바라보는 동지들이 있는한 우리는 결코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을겁니다.
    동지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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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0 12:19:03

    위로가 되는글 감사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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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0 12:15:19

    정확한 적확한 정세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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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0 12:06:44

    강앤숙 강행할수도 있다는 글 본 후, 과거비판은 안먹히는구나 미래감독을 해야겠구나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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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n6er2025-07-20 11:58:00

    옳은곳에 서있으면 한줌이라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겠죠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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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7-20 11:55:52

    칠흙같은 어둠이고 그믐달이면 멀리에서 드믄드문 빛나는 작은 반딧불이라도 크게 보일텐데 그래서 더 의지가 될텐데… 아직은 그런 어둠이 아니라서 우리들이 더 외로운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지금은 모두 고단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시기인듯 합니다. 때가되면 모두 반딧불같은 빛이라도 환하게 켜고 날아오르지 않겠습니까? 지치지 말고 포기만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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