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4일 나토 유럽 최고사령관 이·취임식 (몽스[벨기에]=연합뉴스)
식당 구석, 테이블 위엔 연기가 올라오는 고깃집 불판과 남은 김치찌개. 옆 테이블에선 두 청년이 열을 올리고 있었다. "도대체 왜 우리 전쟁인데 미군이 지휘를...?" "우리 군대가 얼마나 강한데!"
아, 나도 전엔 저랬을까 싶어서 씁쓸한 미소가 나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하나 있다.
올해 6월,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의 작전권을 행사하는 유럽동맹 최고사령관(SACEUR) 자리를 유럽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렸을 때, 유럽의 반응은 어땠을까? 환호? 천만의 말씀. 나토 내부에서는 사실상 미국이 유럽에서 손을 떼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미국 보수 진영에서조차 반대 성명을 냈을 정도였다.
결국 트럼프가 알렉서스 그린케위치 미 합참 작전국장을 차기 사령관으로 지명했다는 소식에 유럽이 '안도'했다. 75년 동안 미군 장성이 맡아온 자리를 계속 미국이 가져가는 것에 말이다. 영국도, 프랑스도, 독일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민족적 자긍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현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반대다. 전시작전권 환수를 외치고, 자주국방을 말하며, 미군 지휘를 받는 것을 굴욕으로 여긴다. 같은 작전권인데 왜 이렇게 다른 반응일까?
답은 간단하다. 유럽은 안다. 전쟁이 터지면 주력이 미군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 많은 유럽국가가 나토에 합류하려 애쓰고, 우크라이나는 가입을 시도하다 전쟁까지 치르고 있다. 작전권을 넘겨받는다는 건 책임도 함께 떠안는다는 뜻이다. 그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나?
6·25 전쟁, 개전 사흘 만에 서울을 내준 뒤 유엔군이 아니었다면 지금 내가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70년이 넘는 세월, 우리는 세계에서도 손꼽는 군사력을 자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실전'을 해본 건 언제였나? 전투병이 파병으로 전쟁을 치른 게 베트남전이 마지막이다. 그 사이 미군은 걸프전, 이라크, 아프간, 이란 공습까지 모두 치러냈다. 이 경험치 갭은 병력 숫자나 무기만으론 못 메운다.
더 중요한 건 이거다. 일본 후방기지 7곳, 모두 유엔사 직속이다. 한국 합참의장이 "보급품 바로 보내!"라고 해도 저쪽 대답은 뻔하다. "유엔군사령관 지시만 받습니다." 작전권을 가져와도 실제로는 행사할 수 없는 권한이다.
그리고 비용 문제. 주한미군 연 1.5조 원이 아깝다고? 자주국방으로 가려면 매년 20조 넘게 쏟아부으면서도 언제 완성될지, 성능은 제대로 발휘될지조차 장담 못 한다. 나라 지키는 데 있어서 가장 값싸고 확실한 보험이 바로 '실전경험 많은 파트너'인데 말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최근 나토 국방장관회의에서 "미국에 의존은 안 되며 그럴 일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중국 견제에 '올인'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전작권 환수를 외치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미군은 철저히 자국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다행히 그 '이익'이 다행히 우리 생존과 일치할 뿐이다. 유럽이 75년 동안 미군 사령관 밑에서 평화와 번영을 누린 것처럼, 우리도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자존심을 허풍과 헷갈리지는 말자. 냉정하되 품위 있게, 고마움을 고마움이라고 말할 줄 아는 것. 그게 우리가 찾아야 할 답이다.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나도 전작권을 가져와야한다고 생각했던 1인
그러나 이젠 아님
상징적으로도 미군은 꼭 필요한데
우리 지휘권 아해 미군을 둘수도 없는 능력을 알게됨
으음 정답인거 같습니다
중동 전쟁을 보면서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듯. 평화의 시대가 끝났다는걸 실감하지 못하고 갈라파고스화 되어 있으니. 아직도 내란 내란하면서 국힘 다 죽여버려야 한다는 댓글 보면 닶이 없다.
동맹이라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들의 이익+ 이데올로기 결사체인데 좌빨들은 아직도 무기 녹여 쟁기 만들자 해요
요즘 개딸들의 비이성적 논리로 답답하던 차에 글 잘 보고 갑니다
정치권이나 운동권에서
대책없는 전작권 환수를 외칠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들고
내 생각이 잘못인가 싶었는데,
전적으로 공감가는 글입니다.
좋은 글, 고맙고 감사합니다.
아..나도 저랬을까? 저거 공감이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