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장상, 장대환 두 명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했다. 핵심 사유는 자녀의 명문고 진학 등을 위한 위장전입이었다. 당시 여론은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잣대를 들이댔고, 위장전입은 공직 수행의 결격사유로 충분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동반되기는 했으나, 주소지를 속이는 행위 자체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중대한 흠결로 인식되었다. 이는 공직 후보자의 사소한 편법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첫 여성총리로 기대를 모았지만 위장전입으로 총리에서 낙마한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검증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노무현 정부의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논문 표절이라는 학자적 양심 문제로, 박근혜 정부의 안대희 총리 후보자는 대법관 퇴임 후 5개월 만에 16억 원을 벌어들인 전관예우 논란으로 사퇴했다. 이는 직접적인 불법 행위가 아니더라도 직업윤리를 배반하거나 사회적 상식에 어긋나는 과도한 이익 추구 역시 공직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결격사유임을 분명히 한 사례다. 국민은 후보자의 전문성 이전에 기본적인 윤리 의식과 공공성을 먼저 따졌다.
과거의 낙마 사유들은 현재 이재명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에게 제기되는 의혹들에 비하면 오히려 사소해 보일 정도다. 스폰서에 의한 불법정치자금 의혹과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분신술 유학 의혹에도 불구하고 김민석 후보자가 총리가 되자 그 넓어진 검증의 문을 이용해 대통령은 장관을 지명하기 시작했다. 음주운전, 논문 표절, 각종 특혜 의혹은 물론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범죄 경력이나 이익충돌 문제가 제기되어도 대통령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과거 정부에서 위장전입만으로 총리 후보직을 내려놓아야 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 기준 자체가 무너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 위장전입이나 논문 표절로 낙마했던 사례들은 현재 이재명 정부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공직자의 자격인가. 국민의 도덕적 기준이 낮아진 것이 아니라, 권력의 눈높이가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겨우 위장전입으로 고위 공직자가 물러나던 시절은, 역설적으로 공직 사회의 기강과 최소한의 윤리적 기대치가 살아있었음을 증명한다. 지금은 그 기대치마저 무너지고 있다.
역대 장관 후보자 주요 낙마 사례 리스트
1.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 / 김대중 정부)
2.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 / 김대중 정부)
3. 송자 (교육부 장관 후보자 / 김대중 정부)
4. 이기준 (교육부총리 / 노무현 정부)
5. 김병준 (교육부총리 / 노무현 정부)
6.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 이명박 정부)
7.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 이명박 정부)
8.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 이명박 정부)
9.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 박근혜 정부)
10.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 박근혜 정부)
11.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 / 박근혜 정부)
12. 김명수 (교육부총리 후보자 / 박근혜 정부)
13.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박근혜 정부)
14.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 문재인 정부)
15.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 문재인 정부)
16.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 문재인 정부)
17.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 문재인 정부)
18. 박순애 (교육부총리 / 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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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후보자들은 이거 다 받고 갑질에 음주운전 세금체납까지.
해도해도 너무 한 지금이네요. 더불어내란당 해체해야합니다
그때가 맞고 지금이 틀렸습니다
힘을 실어준다는 명목하에 용인한게 잘못이죠 더민주도 항상 통수엔딩 쳐왔는데 내란잡겠다고 에휴 정치인들을 믿지마세요 제발
상식의 시절이 낭만이 되어버렸네요... 어쩌다 이렇게까지 무너졌는지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