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보좌진 갑질' 논란이 결국 여권 내부의 치명적 상처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들의 모임인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역대 회장단이 16일,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초유의 성명을 발표했다.
민보협 역대 회장단은 이날 성명에서 강 후보자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국회의원에게 보좌진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의정활동 전반을 보좌하는 파트너이자 국민과 국회를 잇는 다리"라고 전제한 뒤, "그런 보좌진의 인격을 무시한 강 후보자의 갑질 행위는 여성가족부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 자세조차 결여된 것"이라고 직격했다.
성명은 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보인 태도 역시 강하게 질타했다. 이들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해명을 하겠다는 후보자의 입장을 존중했고 기대했다"면서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확인된 후보자의 입장은 해명이 아닌 거짓 변명에 불과했고, 감성팔이와 본질을 벗어난 자기방어에만 급급했다"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자택 쓰레기 분리수거, 변기 수리 지시 등 사적 업무 지시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강 후보자의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문회에서 일부 의혹에 대해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했지만, 구체적인 해명 과정에서는 말을 바꾸거나 사실관계를 흐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 '거짓 해명' 논란까지 자초했다.
민보협 회장단은 이 과정에서 같은 당 동료들이 아닌, 야당 의원에게서 위로를 받아야 했던 현실에 깊은 자괴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청문회장에서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준 사람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다는 사실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며 내부의 곪은 상처를 드러냈다. 이는 사실상 당 지도부와 친정인 민주당이 피해를 입은 보좌진들을 외면하고 후보자 감싸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장관 후보자 한 명의 자질 문제를 넘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집권 여당의 핵심 실무 조직인 보좌진 그룹이 공개적으로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특히 이들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강 후보자는 즉각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함으로써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못 박은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강 후보자의 거취가 정권의 성공과 직결된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대통령실은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여론을 주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불통 인사',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과 함께 당내 분란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지명을 철회한다면 부실한 인사 검증 책임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정권 초기부터 리더십에 큰 흠집이 나게 된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가 오전 질의를 마치고 정회되자 청문회장을 나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당 원내 지도부 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두 후보자와 관련해 전체적인 국민 여론은 아직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소명에 대한 여론 동향을 더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두 후보자 거취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도 당 일각에서 감지된다.
일부 진보 야당과 친여 성향 단체들이 공개적으로 두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것도 고민을 키우는 지점이다.
진보당은 전날 서면 브리핑에서 "강 후보는 사실상 갑질 문제에 대해 인정했고 '거짓 해명' 논란이 일며 국민 신뢰를 잃었다"며 강 후보자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사회민주당 청년위원회 역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새로운 적임자를 요청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 역시 강 후보자가 여가부 장관으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자에 대해서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과거 제자 논문을 표절해 연구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한 상태다.
국민 여론이 더 나빠지면 새 정부 국정 운영 동력 저하는 물론 자칫 야당에 정국 주도권을 넘겨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당 안팎의 우려도 없지 않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 정서를 건드린 측면의 이슈여서 대통령실에서 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다만 어느 정도로 판단할지는 청문회 과정에 따라 추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강선우 후보자 논란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친정'인 민주당 보좌진들마저 등을 돌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번 사태는 이재명 정부 초기 국정 운영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