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임금체불을 했다고? 강선우의 이중성
정치인의 언어는 종종 현실과 유리된다. 대중 앞에선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목청을 높이지만, 정작 자신의 그림자 속에 있는 가장 가까운 이의 신음은 외면한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인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은 그 위선이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편의 부조리극과 같다.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강선우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강 후보 보좌진들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이유는 ‘임금 체불’이다. 국회의원이 보좌진의 월급을 떼먹었다는, 헌정사상 들어보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 보좌관은 초과 근무를 하고도 수당을 받지 못했고, 다른 이는 퇴직금조차 제대로 못 받았다. 강 의원 측의 해명은 더욱 가관이다. 초과 근무 수당은 보좌진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공동 경비였고, 퇴직금은 실무자의 ‘행정 착오’란다. 이런 궁색한 변명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의아하다. 상하 관계가 명확한 의원실에서 ‘자발적 상납’이 가능하며, 의원 본인 모르게 ‘행정 착오’로 급여가 누락된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노동부에 진정서가 접수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돈을 지급한 행태는, 문제가 터지자 마지못해 수습에 나선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전직 보좌관들에게 임금체불로 두 차레 진정을 당했던 강선우 국회의원사무소 (사진=국민의힘 조은희 의원 페이스북)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강 의원이 그동안 쌓아 올린 ‘약자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그는 장애인 권익과 아동복지 분야의 전문가로 통해왔다. 만 18세가 되면 시설을 떠나야 하는 ‘열여덟 어른’들을 위해 보호 종료 연령을 상향하고 자립 지원을 강화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그의 대표적 성과다.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외치던 그의 목소리는 언론을 통해 수없이 반복됐다.
하지만 그가 발의한 법안의 온기는 자신의 사무실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사회의 가장 그늘진 곳을 살피겠다던 그 정치인은, 정작 자신의 지근거리에 있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짓밟았다는 의혹의 한복판에 섰다. 의원실은 의원에게 하나의 작은 왕국과도 같다. 그 안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몰랐다”는 변명은 책임 회피일 뿐이다. 약자를 위한다는 그의 진정성은 이제 그 누구도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 약자를 위한 정치는 시혜적 구호나 법안 발의 실적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내 옆의 사람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그는 정녕 몰랐단 말인가. 이번 사태는 ‘약자 코스프레’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