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9.19 남북군사합의 선제적 복원' 구상은 위험천만한 제안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커녕 군사적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만 먼저 무장해제를 하자는 주장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일방적 복원, 상호주의 원칙의 파괴
외교의 기본은 상호주의다. 특히 수많은 약속을 파기해온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9.19 군사합의는 북한의 상습적인 위반으로 이미 휴지 조각이 된 지 오래다. 북한은 합의 이후에도 서해 포 사격, GP 총격, 무인기 영공 침범 등 3,600여 회에 걸쳐 합의를 위반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합의 복원을 선언하는 것은 아무런 실익 없이 우리의 정찰 및 방어 능력을 스스로 제한하는 조치일 뿐이다. 이는 상대의 변화 없이 베푸는 선의가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망각한 것이다.
질의에 답변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트럼프 2기' 가능성 속 외교적 자충수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폐기된 안보 합의를 복원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결코 담대한 평화 구상으로 해석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전략적으로 지극히 순진하며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줄 뿐이다.
이는 미국이 막대한 비용과 자원을 투입해 유지하고 있는 연합 방위태세를 한국 스스로가 훼손하는 행위로 비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제안은 워싱턴 내에서 한국이 미국의 방위 공약에 ‘안보 무임승차’를 하면서 독자적이고 위험한 대북 정책을 추구한다는 고립주의자들의 주장에 강력한 근거를 제공하게 된다.
정 후보자의 제안은 파국적인 연쇄 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 워싱턴이 한국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되면,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며,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한국은 북한과의 신뢰할 수 있는 합의도,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도 모두 잃고 외톨이로 전락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제안은 한미동맹을 당연한 공공재로 여기는 안일한 인식이다.
동맹은, 끊임없는 조율과 공동의 가치 입증을 통해 유지되는 역동적인 관계라는 사실을 망각한 치명적인 실책이다.
이스라엘 사례가 경고하는 ‘안보 불감증’
지난해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평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얼마나 큰 안보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 명백한 사례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분리장벽과 아이언돔 등 방어 시스템을 믿었지만, 하마스는 그 이면에서 기습 공격을 준비했다. 9.19 군사합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으로 우리 군의 대북 감시정찰 능력을 심각하게 제약한다. 합의를 일방적으로 복원하는 것은 북한의 기습 도발 가능성에 눈을 감는 행위다. 이는 이스라엘의 정보 실패를 되풀이하고, 북한에게 남침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심각한 안보 불감증이다.
실효성 없는 공허한 정치적 선언
군사합의는 양측의 준수를 전제로 할 때만 의미가 있다. 북한의 호응과 검증 가능한 이행 조치 없이 한국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합의 복원을 선언하는 것은 실질적인 효력이 없는 공허한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 이는 북한의 위협 감소라는 실질적 효과는 전무한 채, 국내 정치용 메시지로만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성 없는 평화 구상이 아니라, 북한의 위협에 대한 확고한 억제력과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국방력 강화다.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예전부터 앞 뒤 못가리는 건 여전하구나. 안목도 없어. 식견도 없어. 정치 하지 마라.
이런게 통일부장관 후보자... 큰일입니다 안보문제가 너무 심각하네요
현재 중공의 경제 군사력이 급부상한 상태에서 북한하고만 비교 군사력을 따지는 것 어리석은 짓이다 중공은 5천년간 우리의 적이었다 과거 일본의 침략을 보듯이 주변국 모두는 우리의 적이다라고 봐야 한다. 우리의 힘이 약하면 북한이 아니더라도 중공 일본 어느나라도 우리를 침략할 것이다.
전의를 위하여 버전으로 말하면,
생각이 없어요 생각이 정도겠지요.
얘들은 하나같이 국정도 왜 이리 가볍고 쉽기만 할까요?
수습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수도 있을 것 같아
불안불안 조마조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