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정치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그의 대북 정책이나 비전을 검증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대신, 재산 22억 원을 신고한 그의 가족들이 벌여온 태양광 사업의 실체와 그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법적, 도덕적 문제점을 확인하는 장이 되었다. ‘생계형’이라는 후보자의 해명은, 미국 변호사인 아들이 여러 발전소를 운영하는 현실 앞에서 설득력을 잃었다.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것은 통일에 대한 철학이 아닌,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한 정치인 가족의 민낯이었다.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정동영 통일부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정 후보자는 5년 전 선거에서 낙선한 뒤 “수입원이 국민연금밖에 없어 생계형으로 아내가 태양광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생계형’ 투자의 실체는 거대했다. 배우자와 두 아들의 명의로 전국 곳곳에 태양광 발전소가 운영되고 있었다. 특히 미국 변호사 자격으로 고액 연봉의 벤처 투자사에 재직 중인 장남마저 여러 개의 태양광 발전소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생계형’이라는 단어는 공허한 변명이 되었다. 이는 노후 대비가 안 된 서민들을 위한 투자라는 그의 주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 큰 문제는 그의 입법 활동이 가족의 사업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정 후보자는 태양광 설비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영농형’ 태양광에 한정된 법안이라 가족의 ‘일반’ 태양광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궤변에 가깝다. 이해충돌방지법의 핵심은 공적 권한을 가진 자가 사적 이해관계와 얽힌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 법안이 태양광 산업 전반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대표가 가족의 부를 위해 입법권을 활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의혹은 그의 다른 행적과 맞물려 단순한 실수가 아닌, 패턴으로 읽힌다. 그는 전북 순창의 농지를 취득하기 위해 전 소유주와 한집에 사는 것처럼 주소를 옮긴 ‘위장전입’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1 이는 가벼운 ‘불찰’이 아니라, 명백한 목적을 가진 실정법 위반이다. 농사를 짓겠다며 취득한 땅의 ‘두릅밭’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재산 신고마저 ‘등기가 안 됐다’는 이유로 누락한 정황은 법을 대하는 그의 가벼운 인식을 보여준다.
결국 정동영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문은 ‘어떻게 통일을 이끌 것인가’가 아닌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윤리를 갖추었는가’이다. ‘생계형 투자’라는 포장지에 감춰진 가족의 사업 제국, ‘불찰’이라는 말로 덮으려 한 위법 행위들은 그가 통일부 장관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국민의 신뢰는 정책의 유능함 이전에 법과 원칙을 지키는 정직함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