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생성형 A.I>
기억상실증 정치인들의 화려한 변신
2022년 2월의 그 순간을 기억하는가. 이재명 당시 후보가 TV토론에서 젤렌스키를 가리키며 말했다. "6개월 초보 정치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젤렌스키가 나토 가입을 공언하며 러시아를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발언은 영어로 번역되어 해외 커뮤니티로 퍼져나갔고, 한국은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잠깐,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당시부터 얼마전까지 민주당은 일관되게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했다. 이재명은 본인의 발언이 지적당한데 앙금이라도 쌓인 듯 "남의 일에 깊이 끼는 건 바보짓"이라고 까지 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국회 화상연설에는 50명 남짓만 참석했다. 그마저도 중간에 자리를 뜨거나 휴대폰을 보는 모습이 생중계되었다. 민주당 의원 70명은 "무기 지원 반대" 결의안까지 발의했다.
그랬던 그들이 이제는 재건사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한다.
전쟁 중에는 "호구 취급"을 당한다며 지원을 반대하더니, 재건사업이라는 달콤한 과실이 보이자 태도가 바뀌었다. 마치 장례식장에서는 그림자도 비치지 않다가 유산 분배 자리에는 누구보다 먼저 나타나는 친척 같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자신들이 나서서 삭감한 원전 관련 예산서 잉크도 안 말랐는데, 정권을 잡고 체코 원전수출을 마치 전화 한 통으로 해낸냥 으스대는 언론플레이는 내가 다 부끄럽더라.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라는 논리다.
실용주의를 할 건지, 자신들의 정체성과 이념의 순수성을 지키던지 둘 중 하나만 해라."국익을 위해 반미 하면 영웅", 그러다가 "국익을 위해 미국과 손잡아도 영웅". 이런 식이면 모든 행동이 정당화된다. 일관성은 어디로 갔을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우크라이나이지만, 이대로 전쟁이 끝난다면 세계인들은 미국의 지원아래 버텨낸 전쟁으로 기억할 것이다. 미국이 만든 판에 은근슬쩍 엉덩이를 내밀면서 한쪽으론 미국과 각을 세운다.
추미애 전 장관은 트럼프를 저격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한국은 이 기회를 살려 방위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군수 비축량이 부족하며, 한국의 군수 제조 능력을 어필하여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추미애 전장관이 무슨 수로 미국의 군수 비축량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설령 일부 부족하고 제조업이 위기라 해도 미국의 군수 생산 능력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다. 이제 와서 방위비 협상을 위해 미국을 도와 우크라이나에 무기라도 제공하겠다는 건가?
분명 트럼프가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관세 협상과 안보 협상을 동시에, 그것도 현명하게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때 우리와 군수 제조 능력을 지렛대로 협상에 나서라거나,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했던 걸 망각이라도 한 것처럼 재건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 나서는 걸 보면, 저 정도 후안무치는 돼야 정치를 하는 건가 싶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일까. 전쟁의 구경꾼을 자처하다가 돈이 될 법한 일에는 누구보다 먼저 나서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치인들의 기억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선택적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잊고 싶은 것은 깨끗하게 잊어버린다.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던, 입장을 바꾸던, 손발이 오그라드는 SNS 쇼를 하건, 아무리 낯 뜨겁고 부끄러워도 참아볼 테니, 제발 국내에서만 하시길 부탁드린다.
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뭐하자는건지ㅋ
진짜 뭐하자는걸까요.
무능한데 뻔뻔하기까지 하다는
모태 구라뻥의 올가미를 쓴걸요.
그러면서 실용이라고 포장까지 하고 있고,
그걸 또 우쭈쭈, 맞습니다하는 개딸군단이 강화시키고 있는 듯 합니다.
국제적 망신을 넘어 크게 낭패보는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임기응변만 있는 이재명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