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환수, 안보 포기 자처하는 '위험한 도박'이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논의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권의 정치적 구호가 한미동맹의 70년 근간과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는 '우리 군대의 통제권을 우리가 갖는다'는 명분에만 함몰돼 동맹의 본질과 워싱턴의 속내, 우리 군의 현실을 외면한 위험한 도박이라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 연천군 육군 25사단 비룡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측 지역을 보고 있다. 2025.6.13 (사진=연합뉴스)미군의 원칙, 동맹의 현실을 외면한 '주권' 타령
전작권 환수 주장의 가장 근본적인 오류는 미군의 지휘권 원칙을 무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미국은 1차 세계대전 참전 이래 단 한 번도 자국 군대를 타국의 지휘관 아래에 둔 전례가 없다. 2차 세계대전의 아이젠하워, 나토(NATO)의 역대 사령관, 걸프전의 슈워츠코프까지 모두 미군이었다. 이는 자국 젊은이들의 피를 흘리는 작전의 최종 결정권을 타국에 넘기지 않는다는, 상식적이고도 확고한 원칙 때문이다.
'주권 회복'이라는 구호는 국내 정치용으로는 달콤할지 몰라도, 이는 동맹의 작동 방식을 오해한 것이다. 유럽의 유력 싱크탱크 ISDP(안보개발정책연구소) 등은 "전작권 문제는 주권의 이슈가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긋는다. 한미연합사는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종속된 조직이 아니라, 양국 대통령의 국가통수기구(NCA) 지휘를 동시에 받는 이중 구조다. 전작권 전환은 이 구조의 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으로, 부사령관을 미군 대장으로 바꾼다는 구상인데, 미군이 이를 수용할 것이라 믿는 것은 순진한 발상에 불과하다. 결국 미군이 독자적 지휘체계를 요구하며 연합방위가 와해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조건 충족'의 허와 실…합참 보고서의 행간
이재명 정부는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을 내세우지만, 그 조건 충족의 실상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한미가 합의한 3대 조건은 ①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 확보 ②북한 핵·미사일 대응능력 구비 ③안정적인 역내 안보 환경이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등에 보고된 합동참모본부의 평가 현황을 보면, 2019년 미래연합사 지휘구조의 최소 능력을 평가하는 '기본운용능력(IOC)' 검증을 마쳤고, 2022년 8월에는 완전운용능력(FOC) 평가가 이뤄졌다. 현재는 FOC 평가에서 드러난 미비점을 보완하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미래연합사의 모든 임무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최종 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는 구체적인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평가가 실제 전쟁 수행 능력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6.25 이후 실전 경험이 전무한 한국군이 각종 장비와 시스템을 구비했다는 행정적 평가만으로, 끊임없이 전쟁을 치러 온 미군을 대체해 북한을 압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심각한 착각이다. 전쟁은 서류상의 평가 목록을 채우는 시험이 아니다. 이는 군 내부에서조차 공공연히 제기되는 우려다.
워싱턴의 속내…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감축론
우리가 '전작권 환수'라는 국내 문제에 매몰된 사이, 워싱턴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바로 '중국'이다. 최근 워싱턴의 유력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Defense Priorities)'는 "주한미군을 현 28,500명에서 10,000명 수준으로 대폭 감축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상 전투부대를 대부분 철수시키고 정보 및 공군 자산 위주로 재편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있다. 미국은 대만 유사시 등 한반도 역외 분쟁에 주한미군을 활용하길 원하지만, 한국 여론은 주한미군이 오직 북한을 막는 '인계철선'으로만 기능하기를 바란다. 이 간극 속에서 일부 미국 전략가들은 "한국이 역내 분쟁 개입을 거부하면 주한미군은 옆에서 구경만 하는 '방관자'로 전락할 수 있다"며, 차라리 병력을 빼내 중국 견제에 더 효율적으로 재배치하자고 주장한다. 한국의 전작권 전환 요구는 이들에게 동맹의 책임을 덜어주고 병력 감축을 실행할 더 없는 명분을 제공해 줄 뿐이다.
천문학적 비용과 외교적 자충수…누구를 위한 환수인가
설령 우리 군의 능력이 충분하다 해도 비용 문제가 남는다. 미군의 감시·정찰 자산과 전략 무기 체계를 한국이 독자적으로 구축, 유지하려면 연간 2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추가 비용이 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를 미국과의 통상 협상 등에서 '지렛대'로 쓰려는 발상이다. 협상 카드는 상대가 받기 싫어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오히려 전작권 전환을 반기고 있다. 이런 카드를 우리가 먼저 내미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자해 외교'나 다름없는 자충수다.
결론적으로, 현시점의 전작권 전환 추진은 70년 동맹의 근간을 흔들고 자주국방의 허상에 안보를 내맡기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주권'이라는 명분 뒤에 가려진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권과 함께 안보마저 잃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아휴 나라꼴이 정말 기사 잘 읽었습니다
위기 일촉즉발입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을 활황이라니
안정감이라고는 없는 정부라.. 걱정만 늘어나네요. 기사 잘 봤습니다.
지정학적 유효성이 있는데 미국이 그렇게 쉽게 한국(을 거점으로 하는 동북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포기할까요.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는데 이 시점에 쎼쎼정부... 너무 걱정됩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