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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수리부터 속옷 세탁까지, 민주당 보좌진으로 산다는 것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7-11 13:17:26
  • 수정 2025-08-05 04: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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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민주당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갑질 바이러스.

<그래픽 :박주현>


변기 수리와 속옷 빨래 - 권력의 민낯

똑, 똑, 똑. 새벽 3시, 변기에서 새는 물소리가 잠을 깬다. 여가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를 둘러싼 갑질 논란을 지켜보며, 이 소리가 권력의 심장박동처럼 들린다는 걸 깨닫는다. 500년 전 조선의 양반이 노비를 부리던 그 태도와 다를 바 없다.


변기 앞에서 드러난 조선의 그림자

강선우는 처음엔 부인했다. 변기 수리를 부탁한 적 없다고. 관리사무소에만 연락했다고. 그런데 대화 기록이 공개되자 모든 게 무너졌다. "부탁이 있다"로 시작해서 "자택 변기에 물이 심하게 세고 있으니 살펴봐 달라"는 요청. 보좌진이 "수리를 마쳤습니다"라고 보고하자 "알았다"는 답변.

이 대화 속에는 신분제 사회의 문법이 살아있다. 부탁이라는 단어로 포장했지만 실은 명령이었다. 보좌진의 답변에서 느껴지는 절대복종의 뉘앙스. "소인이 분부대로 처리했사옵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더 기가 막힌 건 강선우의 뒷수습이다. 자신의 갑질이 문제가 되자 진상규명보다는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는 것. 권력자가 위기에 처했을 때 보이는 조선시대 양반의 전형적 반응이다. 반성 대신 보복, 사과 대신 은폐.


5년간 46번의 사람 바꾸기

강선우 사무실의 5년간 보좌진 면직 건수는 46건. 1년에 9명꼴이다. 이쯤 되면 사무실이 아니라 인력파견업체 아닌가?

보좌진들이 SNS에 올린 하소연, 민주당 내부에 접수된 진정서. 이 모든 것이 그려내는 건 일상화된 폭력의 풍경이다. 그 폭력이 어떻게 시스템 속에 스며들었는지를.


속옷 빨래, 그 치욕의 기억

민주당의원들은 온몸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어차피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판단이라며, 이런 순간조차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권력자의 권한이라 조아렸다. 조명현의 폭로가 떠오른다. 이재명의 속옷을 빨았다는, 그 수치스러운 경험. 그는 그때마다 "인격적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이재명이 강선우를 감쌀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에게 보좌진은 동료가 아니라 부속품이다. 언제든 교체 가능한 도구일 뿐. 강선우가 변기 수리를 시키는 게 이재명에게는 당연해 보일 수도 있다. '아, 그게 뭐가 문제야?'


논문 베끼기와 중3 딸의 모험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 민주당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검증을 철저히 했다"라고 반박한다. '우리끼리 봤는데 괜찮더라'는 뜻이다. 도둑이 자기 집을 털어봤는데 없어진 게 없다고 주장하는 격이다. 오탈자까지 똑같은 논문을 두고 "문제없다"라고? 이건 표절이 아니라 복사다. Ctrl+C, Ctrl+V의 위력을 보여주는 교육적 사례 아닌가. 더욱이 미성년자가 보호자 없이 유학할 수 없다는 현지의 '법'을 판단력이 충분하다는 말로 맘대로 무시하는 오만함까지 민주당 내각으로서 자격이 충분한 듯 보인다.


제출률 0%의 미학

정동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아예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제출률 0%인 정동현과 4%인 배경운. 둘 다 낙제점이지만 배경운이 '모범생'으로 보이는 마술이다.

이들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국회? 그게 뭐하는 곳이야?" 청문회 제도 자체를 조롱하는 것이다.


전원 통과의 기적

민주당은 이런 기막힌 상황에도 이미 "전원 통과"를 예고했다. 청문회는 그저 요식행위라는 뜻이다. 검증은 사치이고 견제는 발목잡기라는 논리다. 그럼 굳이 청문회는 왜 하는 걸까?


변기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똑, 똑, 똑. 변기에서 새는 물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권력의 부패도 마찬가지다. 한번 시작되면 계속 새어나간다. 더 크게, 더 뻔뻔하게.

우리는 지금 그 소리를 듣고 있다. 권력이 썩어가는 소리를,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소리를. 그리고 그 소리에 점점 익숙해져가는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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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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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s090372025-07-11 22:07:04

    정치판이 갈수록 더 후지고 더러워지고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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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lancer3142025-07-11 18:28:08

    선에 물드는 건 그렇게나 지난한 일인데 반대로 악에 물드는 건 너무 쉽다는 게 무섭고 슬픕니다. 민주당에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닮게 된 이들은 없고 이재명 같은 이들만 버글버글대는 악의 소굴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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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enfow932025-07-11 15:28:14

    이렇게 글로 보니 그 갑질들이 더 끔찍하게 느껴집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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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er2025-07-11 15:06:20

    입으로는 약자를 대변한다 떠들면서, 뒤에선 약자들을 악랄하게 착취하는 이중성. 내가 지지했던 민주당의 민낮이다. 내가 지지했던 민주당이 있긴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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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eycat2025-07-11 14:31:04

    갑질 바이러스의 백신을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ㅠ

아페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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