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저 맘에 안들죠?"
검찰만 쓰고 읽을 수 있다는 내부망 이프로스는 이젠 온국민이 읽는 게시판이나 다름 없다.
9일 이프로스에는 신임 동부지검장 임은정을 고급지게 치받은(?) 후배 안미현 검사의 글이 종일 화제였다.
안 검사의 "임은정 검사장님, 무엇을 어떻게 바꾸면 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라는 글은 임 지검장이 '개인적'으로 안 검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 대한 '공개적' 화답이었다.
임 지검장의 문자메시지는 “페이스북 글 읽었다. 우린 변명이나 항변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속상하지만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 이 터널 밖으로 나갈 때 좀 더 나은 곳으로 이어지도록 오늘을 바꿔보자”는 내용이었다.
안 검사는 이에 "말씀의 의미를 모르겠다"며 항변했다.
너무도 닮은 두 검사
임 지검장과 안 검사는 닮은 부분이 많다. 남성 중심의 수직적 조직인 검찰 내부에서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이다.
임 지검장은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에서의 부실수사와 은폐 시도를 지적했고 안 검사는 '강원랜드 사건' 부실 수사와 은폐시도를 세상에 알렸다.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너무나 다른 두 검사
그러나 임 지검장과 안 검사는 결정적인 점이 다르다.
임 지검장은 한 정치진영에 반대하며 다른 한 진영의 아이콘이 되었고, 정치권력이 누구냐에 따라 부침(浮沈)을 거듭했다. 부패구조와 싸우다 다른 부패구조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안 검사는 정치권력에 맞서 검찰수사의 독립성을 지키려 했고, 그 반대 진영 정치권의 구애를 받았으나 거절하고 본인의 자리를 지켰다.
그것이 그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방법이라 봤기 때문이다.
안 검사 입장에서는 소위 '정치검사'가 되어버린 선배가 '검찰독립'을 지키는 자신에게 '자업자득'이라는 말을 하니 기가 막혔을 것이다.
관 속에 갇힌 검찰, 이제야 정치로부터의 독립인가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지킨다는 것은 곧 검찰을 지키는 것이다.
'검찰 장의사'가 되어 검찰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 놓겠다는 임 지검장이 데리고 나간다는 '터널 밖'은 어딜 말하는 것인가.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면, 영원히 검찰이 정치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는 말일까.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정치가 찾아올 필요도 없는 관 속에서 정치와 딱히 결탁할 일은 무엇일까.
권력에 복종하는 경찰 등의 수사기관에게는 과연 정치로부터 독립하라고 따져 물을 것인가?
이런 질문에 임 검사는 대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정치'가 되어버린 검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