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입장 바꾸고 野黨 강행 드라이브에 동조 李위원장, 국회서 "대통령 지시 있었다" 원칙대로 답변 대통령 의중과 어긋나자 ‘공개 질책’… 亂脈相 드러내
이재명 대통령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정면충돌은, 이 대통령의 ‘방송3법’에 대한 입장 선회가 발단이 됐다. 당초 법안에 대한 ‘속도 조절’을 지시했던 이 대통령이 돌연 더불어민주당의 강행 처리 방침에 동조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초기 지시를 사실대로 언급한 이 위원장의 발언이 대통령의 바뀐 의중과 어긋나면서 파열음이 불거진 것이다. 정권 핵심부의 불안정한 국정 운영 기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에게 공개 경고를 날린 이재명 대통령 (시잔=연합뉴스)
사건의 발단은 이 대통령이 이 위원장에게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3법의 대안 격인 ‘방통위 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 대통령이 일방적 입법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이 위원장은 이 지시에 따라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문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터져 나왔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이 방송3법에 대한 방통위의 입장을 질문하자, 이 위원장은 “대통령으로부터 방통위의 안을 만들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원칙대로 답변했다. 소관 부처장으로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국회에 보고한 것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이 ‘사실대로’ 답변은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메랑이 됐다. 답변이 나올 당시 이 대통령은 이미 ‘속도 조절’ 입장을 버리고 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용인하는 쪽으로 돌아선 상태였다. 이 위원장의 원칙적 답변이 의도치 않게 대통령의 말 바꾸기, 즉 입장 선회 사실을 공론화한 셈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질책했고, 대통령실은 ‘지시가 아닌 의견 문의’였다는 궁색한 변명까지 내놓았다. 자신의 입장 변화로 생긴 정치적 부담을, 지시를 충실히 따랐던 부처장에게 전가시킨 셈이다. 이번 충돌은 대통령의 변심(變心)이라는 근본 원인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이후 처음으로 '격노'라는 단어를 써야할 정도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이진숙 위원장의 발언 요청을 두 번이나 거부하기도 했다. 다음 국무회의 때 아예 참석을 못하게 하겠다고한다.